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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태원 다녀왔다"…어머니 전화로 막은 병원 감염

"아들 이태원 다녀왔다"…어머니 전화로 막은 병원 감염
인천 학원과 정신병원에서 같은 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감염 확산 규모는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원 사례는 확진 판정을 받은 강사가 본인의 동선과 직업을 속이는 바람에 방역 당국의 신속한 초동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신병원은 확진자 어머니가 아들의 이태원 방문 사실을 먼저 신고하면서 감염 확산을 원천 봉쇄한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한 학원 강사 A(25) 씨는 지난 9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확진 판정 직후 자신의 직업과 동선을 묻는 역학조사관에게 무직이라고 거짓으로 진술하고 학원에서 근무한 사실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A 씨는 동선과 관련한 진술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을 수상히 여긴 담당 구청이 휴대전화 위치정보(GPS) 조회 결과 등을 토대로 압박하자 지난 12일에서야 학원 수업과 과외 수업을 한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았습니다.

방역당국은 A 씨가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학원 근무 사실만 알려줬어도 감염 확산 규모를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었다고 말하니다.

학원 강사 신분을 곧바로 파악했다면 수업을 들은 접촉 학생들을 자가격리해 추가 감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지만, A 씨의 실제 신분을 확인하기까지 사흘간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이 A 씨와 접촉한 학생들이 다른 학원과 교회로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바람에 진단 대상자도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A 씨와 관련된 확진자는 중고생 9명과 성인 5명 등 14명이지만, 이들 확진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만 현재 교회 신도와 다른 학원 원생 등 1천473명에 이릅니다.

A 씨와 접촉한 적이 없는 3차 감염 확진자까지 발생하는 상황이어서 인천 학원 강사발 감염 사태가 더욱 확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A 씨의 확진 판정일과 같은 날인 9일 양성 판정을 받은 B(21) 씨 사례를 보면 확진자의 어머니가 자발적으로 아들의 이태원 방문 사실을 방역당국에 알림으로써 초기에 감염 확산 가능성을 틀어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B 씨는 지난 4일 이태원 주점을 방문한 뒤 다음 날 모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당시만 해도 코로나19와 관련한 증상은 없었지만,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B 씨 어머니는 지난 8일 병원에 전화해서 아들의 이태원 방문 사실을 스스로 알렸습니다.

결국 방역당국은 검체 검사를 거쳐 B 씨의 확진 사실을 9일 확인했고 곧바로 외래 진료 전면 중단, 외부인 접촉 차단과 출입 통제 등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수준으로 병원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B 씨가 입원한 병원에는 입원 환자 179명과 의료진·직원 57명 등 236명이 한 건물 안에서 함께 지내던 상황이어서 집단 감염이 심각하게 우려됐습니다.

그러나 신속한 방역과 철저한 후속대책으로 236명 전원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 추가 확진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우리 아이가 이태원 주점에 다녀온 것 같다는 어머니 전화 한 통이 병원 집단 감염을 막았다"며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만큼 다시 긴장하고 함께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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