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처벌 제자리…"기소유예 받아줬다" 홍보도

심영구, 배정훈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0.05.12 21:12 수정 2020.05.13 11: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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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 촬영 같은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큰 데도 그에 비교해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데이터 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최근 2년 동안 불법 촬영 관련 법원의 판결과 검찰 수사를 분석해봤습니다.

심영구 기자, 배정훈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김부겸/행정안전부 장관 (2018.6) : 문명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짓이며, 중대한 범죄 행위입니다.]

[이낙연/국무총리 (2019.1) : 법이 정한 최강의 수단으로 처벌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의 의지만큼 처벌도 강해졌을까요?

마부작침이 지난해 1년 동안 선고된 불법 촬영 1심 판결문 400여 건을 분석했더니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벌금은 37%, 실형은 단 12%였는데 평균 1년 1개월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 5만 명이 불법 촬영으로 검거됐고 재범률도 성범죄자 중 가장 높은 75%에 이르지만, 피고인 10명 중 9명이 풀려났다는 겁니다.

[김한균/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판사들이) '성폭행한 것도 아닌데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와 피해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것이죠.]

한 해 전보다 징역형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실형은 2%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판사들은 피고인의 80%에게는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67%는 불법 촬영 전과가 없다며 형을 깎아줬습니다.

[유승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 : 초범이라서, 반성해서,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 되는 감경을 했었고 솜방망이 처벌로 디지털 성범죄의 범위, 규모가 확대됐던 것 아닌가.]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는 8월 디지털 성범죄 판결에 참고할 양형 기준을 처음으로 제정해 공개합니다.

지난달 양형위원회에 제출된 시민 2만 명의 의견에서 92%는 "디지털 성범죄에는 감경 사유를 인정해 형을 깎아줘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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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성공사례.' 한 변호사 사무실의 인터넷 홈페이지 홍보 문구입니다.

지난 2016년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의뢰인에게 기소유예를 받게 해줬다는 내용인데, 왜 기소를 하지 않았는지 검찰이 작성한 이유서까지 첨부돼 있습니다.

성범죄 가해자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적발 시에 어떻게 대응할지 방법까지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이훈/변호사 : (변호사를 찾아와서) 자기가 어떤 (성범죄) 행위를 했는데 그 범죄가 어느 정도인지, 형량이 어느 정도인지 매우 궁금해하는 가해자들이 많습니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전과가 있는지, 제대로 반성하는지, 또 피해자와 합의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 2017년부터 2년 동안 불법 촬영 범죄의 4분의 1 이상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불법 촬영범 넷 중 셋은 같은 범죄를 또 저지릅니다.

SBS가 입수한 한 판결문에 따르면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났던 A 씨는 그 이후에도 범죄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137번의 불법 촬영을 하다가 다시 붙잡혀왔습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 (처벌이)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거잖아요.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바라보게 된다면 (기소유예를) 좀 더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을까.]

검찰은 불법 촬영을 더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며 2년 전 처리지침을 강화했지만, 아직 그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김준희, CG : 홍성용·이예정·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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