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발, 연출력으로 이어질까…작가 출신 감독의 '데뷔전'

SBS 뉴스

작성 2020.05.12 22:37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글발, 연출력으로 이어질까…작가 출신 감독의 데뷔전
신인 감독의 활약은 충무로의 큰 활력소다. 지난해 김보라('벌새'), 김도영('82년생 김지영'), 이상근('엑시트') 등 개성과 실력을 갖춘 감독들이 데뷔해 영화계를 풍성하게 만든 데 이어 올해도 신인 감독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2020년 데뷔를 앞둔 신인 감독들 중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영화감독 데뷔다.

포문은 영화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이 연다. 손원평은 2017년 소설 '아몬드'로 40만 독자를 사로잡으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은 미국과 일본에도 출간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지손원평 감독은 소설가로 먼저 이름을 날렸지만 오랫동안 영화감독을 꿈꿔왔다.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한국영화카데미에 입학해 영화 연출을 배웠다.

영화 아카데미 졸업 후에는 이재용 감독의 영화 '다세포 소녀'의 스크립터를 시작으로 여러 편의 영화에 스태프로 활동했다. 또한 '너의 의미', '좋은 이웃', '두 유 리멤버 미 3D' 등의 단편 영화를 연출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장편 데뷔작인 '침입자'는 손원평 작가가 수년 전에 집필한 창작 시나리오다.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도터'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으나 개봉을 앞두고 '침입자'라는 제목을 확정했다.
이미지'침입자'는 '끝까지 간다', '범죄도시' 등을 만든 비에이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았다. 비에이 엔터의 장원석 대표는 신인 감독 손원평에 대해 "작가 출신인 데다 영화 현장 경험도 다수 있어서 인지 자기 비주얼이 확실하다. 효율적으로 현장을 이끄는 것도 놀라웠다."라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침입자'의 순제작비는 50억 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제작비가 100억 원에 육박하는 충무로에서는 중소형 사이즈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개봉을 미뤘다. 여기에 5월 초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터지며 또 한 번 개봉을 연기한 끝에 6월 4일 개봉을 확정했다.

일급 소설가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손원평 작가가 영화 데뷔작을 통해 어떤 비전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지하반기에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 작가 한 명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소설 '고래', '나의 삼촌 미스터 리', '고령화 가족',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등을 쓴 천명관이 그 주인공이다.

천명관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문인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인기 작가다. 그가 30대 후반까지도 감독 데뷔를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계에 몸을 담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천명관 작가의 대표작 '고래'는 충무로가 오랫동안 탐낸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 데뷔작은 자신의 작품이 아난 동료가 쓴 소설을 근간으로 한다. 김언수 작가의 소설 '뜨거운 피'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를 데뷔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뜨거운 피'는 부산의 변두리 구암에서 나고 자란 한 남자(정우)가 생존을 위해 조직 간의 치열한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수컷 냄새 물씬 풍기는 건달들의 생동감 넘치는 생활기를 그린 느와르 영화다. 정우, 김갑수, 최무성 등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돼 지난해 촬영을 모두 마쳤다.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원작을 능가하는 경우는 없었다. 소설의 매력이 영상으로 옮겨지지 못한 것은 두 매체의 차이와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천명관은 작가 출신 감독이기에 독자가 열광한 지점을 영화로도 잘 옮겨올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투자배급사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에 따르면 '뜨거운 피'는 현재 후반 작업 중이며 빠르면 올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이미지영화로도 재탄생한 바 있는 천명관 감독의 소설 '고령화 가족'에는 삼류 영화감독 '인모'가 등장한다. 이 캐릭터는 '전화전화부보다 재미없는 영화'를 만든 실패한 감독으로 묘사됐다. 이는 시행착오 많았던 작가의 젊은 날을 투영한 캐릭터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천명관 작가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영화감독의 꿈을 펼치게 됐다. 그간 쌓아온 내공을 연출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 출신 감독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이창동이다. 이창동 감독 이후 명백이 끊기다시피 한 작가 출신 감독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손원평, 천명관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영화계의 오랜 고민은 소재 고갈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지만 작가 출신 감독의 등장은 아이템 고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반갑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