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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크게 벌어진 실물과 금융시장 격차…"코로나 랠리는 계속될까?"

'실물과 금융의 괴리'를 경고하는 이코노미스트

● 코로나19 확산 속 경제활동 속속 재개…반등하는 세계 증시

5월 12일 현재 코로나19 확진 417만 명, 사망 28만 명. 유럽과 미국에서는 피크가 지났다고 하지만, 러시아와 인도에 이어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코로나19는 계속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유럽에 이어 미국도 지난 3월 중순 이후 계속됐던 봉쇄를 해제하고 경제활동 재개에 나섰다.

정부의 재정 지원,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무제한 통화 공급 방침에 이어 경제활동 재개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일자리도 다시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았던 경기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반등하는 미국 S&P 500 지수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23일까지 미국의 S&P500지수는 3분의 1이 떨어졌다. 공포에 빠졌던 증시는 이후 낙관론이 확산하면서 숨 가쁘게 반등했다. S&P500지수는 3월 23일 기록한 저점에서 34%가 오르면서 하락 분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다. 기술 주식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연초 수준보다 높아졌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미국의 비농업 분야에서 감소한 일자리는 2천50만 개, 실업률은 14.7%로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면서 실물 경제(main street)와 금융시장(wall street)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최악의 실업률 속에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미국 증시의 상승을 금융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무제한 금융 지원과 자산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실해진 항공사까지 회사채 발행에 성공해 자금을 쌓아 놓고 있고, 사상 최저 금리에 향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리가 오를 경우에 발생할 손실을 우려한 채권 보유자들이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금융적 현상은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일부 글로벌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자동차와 은행, 에너지 주식 등이 몰려 있는 영국과 유럽시장은 부진한 반면, 유망한 기술주가 많은 미국 시장은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차별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대전 후 최악을 기록한 미국의 4월 실업률

최근 주가 상승에 대해 미국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은 좀 더 낙관적이다.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와 격차가 있지만, 주가가 반등하는 데는 분명한 근거가 있으며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우선 4월 일자리 통계는 코로나19가 피크였던 과거 데이터이며, 주가는 대부분의 주(州)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질 6개월 후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투자전략가들은 일자리 감소는 여가나 숙박, 요식업소 등 일부 업종에 집중돼 있고, 정부가 기록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말한다.

4월 미국의 업종별 일자리 감소

블리클리 투자자문그룹(Bleakley Advisory Group)의 피터 부크바(Peter Boockvar)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시장은 지금의 일자리 문제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에 따라 발생한 스스로 만들어낸 피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만큼 사람들도 몇 개월 아니면 몇 분기 안에 다시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라고 미국 CNBC에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잔 하지우스(Jan Hatzius)는 "4월 신규 실업자의 78%는 일시적으로 해고된(Furlough)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회복이 그만큼 빠를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요소입니다. 실업이 일시적인 해고에 집중돼 있는 만큼 경기가 반등하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기존 직장에 재고용될 것이고, 고용시장 회복도 더 빠를 것이라는 사실을 과거의 경기 침체 상황은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증시가 코로나19 발생 초기 무차별 충격에서 벗어나 차별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초기 증시 하락이 업종 불문하고 이뤄졌지만 점차 승자와 패자의 윤곽이 갈려,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된 호텔이나 항공사 등의 주가는 낮은 상태 지속되는 반면,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터 오재그(Peter Orszag) 라자드자산운용 금융자문부문 CEO는 "대기업의 주가는 중소기업의 주가보다 덜 떨어졌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강한 기업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시장은 이런 상대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샤논 사코시아(Shannon Saccocia) 보스톤프라이빗웰스(Boston Private Wealth) 투자부문 수석은 "미국의 소비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의 엔진이었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른 수요 위축이 한 두 분기 이상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JP모건의 마코 콜라노빅(Marko Kolanovic)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활동 붕괴가 역사적인 규모인 만큼 그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역사적 규모입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는 기업 이익에 발생한 충격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워렌 버핏(Warren Buffet)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지난주 주주와의 화상회의에서 "무엇도 기본적으로 미국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미국의 기적, 미국의 마법은 항상 이겨왔고 앞으로도 승리할 것입니다."라며 낙관론에 힘을 더했다.

● 실물과 괴리된 금융시장…코로나19 랠리는 계속될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자 표지기사에서 미국의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이런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지만, 최근의 주가 상승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주가는 지난해 8월 수준으로 다시 올랐고, 이는 미국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침체에 빠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사이에는 위험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시장에는 간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며 그중에 가장 큰 문제 세 가지를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코로나19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올해 2/4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0%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기 위축에 대응해 기업들은 가차 없는 비용 절감과 해고를 통한 인건비 감축을 하길 원하고 있고, 이런 기업들의 긴축정책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상 유례가 없는 최장 기간의 호황이 지속됐고,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장기간의 호황 속에 누적된 기업들의 치부를 드러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미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주목받던 토종 커피 체인 루이싱(瑞幸) 커피(Luckin coffee)가 회계 조작 혐의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고, 아시아 최대 석유 거래 중개업체 힌레옹트레이딩(Hin Leong Trading)이 파산에 이르게 됐다. 2001년 엔론(Enron)과 2008년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파산 때처럼 대규모 파산은 시장의 신뢰를 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지막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초래할 정치적인 역풍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중소기업들은 희생되고, 대기업들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부실해진 재정을 메꿀 세수가 필요해진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돈을 끌어 모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를 회수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증세 여론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코로나19는 '패러다임 체인저'…그 이후 세상에 대비해야

지난 1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 이미 코로나19의 위험을 경고했던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마크 잔디(Mark Zan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헤어나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가 2차 확산할 경우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1930년대 대공황 시절 같은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잔디는 "미국의 고용 사정이 이달부터 시작해 10월까지 회복세가 계속될 수 있지만, 그때가 돼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으면 두 자릿수 이상의 실업률이 1년 이상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코로나19가 순조롭게 극복돼도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는 그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대면 접촉이 줄면서 혁신은 감소하고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들이 부품 공급선과 완제품 공장을 국내로 돌리면서 신흥국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랙록의 글로벌 자산배분전략팀장 케이트 무어(Kate Moore)는 "투자자들은 당장 눈앞의 혼란을 넘어 결국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를 봐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호전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작은 뉴스보다는 본질적인 가치의 추세적인 변화에 반응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김용철 취재파일용

지난 3월 23일 1,439.43까지 하락했던 코스피도 34%가 상승하면서 1,9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팔자 공세 속에서 '동학 개미'로 불렸던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사자가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 증시에 참여한 주식 투자자들도 급증했고, 낙관론도 여전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를 '90% 경제'로 표현했다.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그만큼 경제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체적인 현상으로 1) 탈 세계화(deglobalization) 2) 경제력 집중(consolidation of economic power) 3)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data-enabled services)의 증가를 제시했다. 한마디로 불황 속에 기술에 기반한 경쟁력 있는 기업이나 국가를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코로나19를 순조롭게 극복한다 해도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도산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규모로 투입된 재정을 회수할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19의 충격에 맞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한 세계 경제에는 아직 너무 큰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위험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손을 쓸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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