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지역 곳곳 하루 최다 확진…이주 근로자 집단 감염

중동 걸프 지역, 아라비아 반도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오만 등 4개국에서 현지시간으로 어제(10일) 일일 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걸프 지역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어제 하루 확진자가 1천 912명 추가돼 3만 9천 48명으로 늘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UAE도 어제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섰고, 오만도 175명 늘어났습니다.

쿠웨이트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천 65명으로 그제의 2.5배로 급증했습니다.

카타르는 어제 신규 확진자가 1천 189명을 기록해 두 번째로 많았고 사흘 연속 1천 명을 넘었습니다.

카타르의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7천 817명으로 인구 10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바레인의 신규 확진자는 261명이 추가돼 세 번째로 200명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어제(10일) 기준 이들 걸프 지역 6개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합계는 처음으로 5천 명이 넘었고 누적 확진자는 9만 6천 709명이 돼 13일 만에 배가 급증했습니다.

걸프 지역 국가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이들 국가가 공격적으로 대규모 검사를 시행해 확진자를 발견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고, 지역 사회 감염이 그만큼 만연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의 국가는 사우디와 예멘을 제외하고 인구 1천만 미만의 소국이며 전체 인구 가운데 외국인 이주 근로자의 비율이 80∼90% 정도로 높습니다.

이들의 상당수가 위생 환경이 열악한 단체 숙소에서 거주하고, 이곳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각국의 보건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보건부는 "신규 확진자 대부분이 기존 감염자와 밀접히 접촉한 외국인 이주 근로자로 파악됐다"며 "이들의 단체 숙소가 아닌 일반 지역사회에서도 감염된 가족과 접촉한 사람의 접촉자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우디 보건부는 어제(10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 외국인이 65%라고 집계했습니다.

사우디의 외국인 비율이 38%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이들 걸프 지역 정부는 3월부터 외국인 이주 노동자 거주지역을 다른 지역사회와 격리했지만, 봉쇄 뒤 방역 조처를 소홀히 한 탓에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각국 보건당국은 공격적 검사가 확진자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면서도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한 영향인지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UAE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통행·영업 금지 조처를 일부 완화했고 바레인은 지난달 9일과 이달 7일 단계적으로 영업 재개를 허용했습니다.

반면 쿠웨이트와 오만은 24시간 통행금지령을 이달 말까지 연장했습니다.

다행히도 걸프 지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낮은 편입니다.

어제(10일) 기준 치명률은 0.6%로 전 세계 평균 6.8%보다 10배 낮습니다.

사우디 보건부는 "보건부의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광범위한 추적 검사로 조기에 감염자를 찾아내 치료한 덕분에 치명률이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걸프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어 이주한 외국인 근로자의 나이대가 젊은 편인 것도 치명률이 낮은 원인으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