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가장 어려운 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2004년, 한국 땅에 처음 발을 딛은 이후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제는 평탄대로를 걷는 듯하더니, 코로나 사태가 터져버렸다. 올여름까지 잡혀 있던 모든 강연들이 하루아침에 무한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모든 것을 잃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착잡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삶에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바로 내 주위 사람들이 지인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확실히 전보다 전화나 카톡으로 안부를 물으며 서로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커졌다. 쉽지 않은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안녕을 빌며 더 자주 소통하고 있다. 전처럼 자유로이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내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있는 것이다.
# '얀테의 법칙'을 아시나요?
'얀테의 법칙', 덴마크 사람들 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이 법칙을 혹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북유럽식 사고방식으로 항상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기,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이다. 내가 상대방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아랫사람으로 낮춰 보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방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비교를 통한 우월감에 기뻐하거나 열등감으로 우울해하지 않는다.
많은 덴마크인들이 '얀테의 법칙'을 품고 살아간다. 특히 메인랜드인 '율랜드'에서는 보편적인 사고 방식이다. 허나 이 법칙은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면도 크다. 예를 들어 여기 다른 사람들보다 특출 난 아이가 있다고 치자. 이 뛰어난 아이의 능력을 인정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게 지지를 해줘야 하는데, 덴마크에서는 '얀테의 법칙'이 발목을 잡는다.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 한마디가 귀에 박히기 때문이다. 재능 충만한 아이는 어느새 전형적인 삶의 방식, 전형적인 직업 안에서, 평범하게,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을 꿈꾸게 된다. 이 암묵적인 틀을 깨고 자신만의 날개를 펼치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내가 한국에서 각종 방송과 집필, 강연 등 여러 일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 '얀테의 법칙'에 크게 벗어나는 삶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법칙이 코로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가 아무리 승승장구해도 나를 좋아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마음을 가진 것에 기뻐했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내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주는지 깨달았다. 나도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봐야지.
# 전화 한 통.
그냥 딱 전화 한 통, 이 소소한 움직임이 나와 내 사람들의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나도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다. 여전히 내 상황은 먹구름 한가득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있다.
많은 시간,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좋다. '사랑의 눈'을 열고 "어떻게 지내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토닥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괴롭히던, 산더미 같이 크게 느껴지던 어려움도 작아져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통해 지옥 같았던 긴 터널을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여전히 어두운 곳에 있지만, 한줄기 빛도 함께 보고 있다. 위기를 이겨나가는 나만의 비법은 내 사람들과 함께 힘듦을 나누고 서로를 보듬는 일이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나와 함께 '사랑의 눈'을 열고 전화 버튼을 눌러보자.
"요즘 어떻게 지내요?"
※ 이 원고는 인-잇 편집팀의 윤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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