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 LG화학 공장 화학물질 누출 참사는 주민이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하얀 안개 같은 가스가 마을로 밀려들면서 시작됐습니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은 이날 사고 소식과 함께 참사가 발생한 과정과 현장의 참혹한 사진도 앞다퉈 보도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 인근에 살던 라마나는 이날 새벽 이상한 안개 같은 것이 뒤덮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라미난는 곧 기침하기 시작했고 눈은 타들어 가듯 따가웠습니다. 라마나는 즉시 아내와 두 아이를 깨워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바깥에는 이미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비틀거리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어떤 사람은 눈앞에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입 안에서도 가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는 라마나는 차를 몰고 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원인 모를 '유독 안개'는 인근 LG공장의 한 탱크에서 나온 가스였습니다.
새벽 3시 30분부터 현지 경찰서에는 자극적인 악취가 진동한다는 공장 인근 주민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새벽 4시쯤 경찰은 해당 마을에 도착했지만 가스 냄새 때문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30분쯤 지나자 주민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집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픽픽 쓰러졌습니다.
길가 인도 등 곳곳에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길게 누운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소나 개 등 동물들도 여기저기에서 쓰러졌습니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공장 직원이 가스 누출 통제에 성공한 것은 새벽 5시 30분쯤인데, 그때부터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장 반경 3㎞ 내 주민 3천명에 대한 대피령도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일어나려고 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이들의 모습이나 구조대에 업혀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이들의 모습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벗어나려다가 정신을 잃고 넘어지거나 배수로에 빠져 숨진 이도 나왔습니다.
또 다른 이는 숨이 차다며 건물 발코니로 나갔다가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AFP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1천명이 입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공장은 폴리스타이렌(PS) 수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공장 내 탱크에 보관된 화학물질 스타이렌 모노머(SM)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현지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스타이렌은 폴리스타이렌 등 화학제품의 원료로, 고농도 스타이렌에 노출되면 신경계가 자극받아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장 관계자는 탱크 내의 스타이렌에 열이 가해져 자연 화학반응을 거친 뒤 가스로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BBC방송은 스타이렌은 무색이거나 밝은 노란색으로 불에 잘 타는 액체 물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방송은 "스타이렌에 노출된 사례를 살펴보면 불규칙적으로 심장 박동이 뛰고 코마 상태에 이른 이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사고 지역 당국 관계자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공장 냉동 장치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스타이렌은 보통 액체 상태로 섭씨 20도 이하에서 보관될 때 안전하다"며 "하지만 냉동설비의 고장으로 이 화학물질이 가스로 변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인도에서는 1984년에도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의 화학공장에서 유독 가스가 누출돼 3천700여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