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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캐릭터, 누구냐 넌? (feat. 시나리오 쓰는 봉만대)

봉만대 | 영화감독

캐릭터를 앞세울 것인가?
아님 사건을 중심에 둘 것인가?


사건 없는 영화 없고 캐릭터 없는 영화 없다. 소재 선택이 자칫 잘못되면 사건과 캐릭터 중 우선순위를 따져볼 필요도 없지만 장르와 소재를 선명하게 택했다면 이 둘을 잘 살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글을 쓰는 동안엔 정말 고역이다. 해봐서 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때문에 괴롭다. 실력 없고 안 돌아가는 머리 탓을 해야지 별 수 있겠나. 쩝.

시나리오는 다부진 근육과 인내심과 뚝심으로 쓴다는데 이마저도 이젠 없어져 버린 것 같다. 30대 초반 데뷔 시절엔 며칠을 날 새고 몇 달을 반복적으로 작업을 해도 지치질 않았는데 반백년이 딱 지난 이 시기엔 엉덩이가 너무 가벼워지고 긴 호흡으로 쓰기가 벅차다.

근육을 키워봐야 하나? 운동을 하면 글이 잘 써질까? 한 줄 쓰고 멍하니 모니터 화면에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만 들여다보고 있는 현재 내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뭐 그렇다. 뭐 그렇다는 거다. 나 봉만대의 인내심, 뚝심을 보고 싶다면 <아티스트 봉만대> 영화를 보시라. 사건과 캐릭터를 아주 자연스럽게 버무린 영화다. 자화자찬.

봉만대 감독

영화는 결국 스토리가 중심이고 스토리 흐름에 따라 인물이 배치된다.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쓴 텍스트는 제작사 내부 모니터링과 무한 수정을 거친다. 마무리를 짓기까지 평균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소요 시간이 더 길어지는 작품들은 소재 선택의 문제라고 단념하고 영화 냉장고 숙성실로 향한다. 내 경우 다시 꺼내는데 6, 7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숙성 시나리오'는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다시 열어 본 것처럼 신선하고 양념이 아삭거린다.

시나리오를 쓸 때 스타 배우를 정해놓고 쓴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다. 배우는 내면 심리를 연기한다. 사건을 통해 인물의 감정라인이 변해갈 때마다 관객은 인물과 동일시되는 감정을 갖고 영화를 감상한다. 어떤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시나리오의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화의 격이 달라지고 흥행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관객은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캐릭터를 갈망하고 작가와 기획자는 늘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영화는 만들어지고 있다. 밋밋한 캐릭터와 심심한 사건을 관람하려고 누가 시간 내서 극장을 찾겠는가? 물론 이 경우엔 투자부터 안 되겠지만. 그래서 영화 만들기는 정말 힘들다. 영화는 종합예술이고 공동의 작업이라고 하지만 그 시작은 늘 작가의 손에 달려있다. 이 자릴 빌려 머리에 쥐나게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드라마처럼 영화도 시나리오 작가가 누구인지 관심을 주고 영화를 감상해보는 것도 색다를 듯한데…. 좀 무린가? 뭐 어쨌든.

관객들은 어떤 새로운 캐릭터를 원하는가?
어떤 감상을 관객에게 줄 수 있는가?


영화 촬영 카메라 시나리오 배우 (사진=픽사베이)

25년 동안 시나리오를 쓰면서 캐릭터가 놓인 상황과 감정라인이 사건을 통해 어떤 카타르시스를 관객에게 줄 것인지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무한 감정을 줄지 고민한다. 흥행 보증 배우를 만나려면 누구나 욕심내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감독이 혹은 작가가 스타 배우와 친해서 흥행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행간을 채우는 대사의 MSG보다 "어쩌다 이 캐릭터는 이 사건을 만나는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 정치보다 더 재미나는 이야기의 얼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글을 쓰는 작가라면 사건을 잘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나의 결론은 영화는 사건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 사건이 관객과의 접점이 생긴다면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동안 영화로 만나지 못한 캐릭터를 찾아봐야겠다. 몇 년이 걸릴까? 그냥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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