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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한민국 전체 조회할 수 있다"는 그들이 제보한 이유

사회복무요원 취재파일 ① - '박사방' 이후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취급은 중단됐을까

# 수도권 구청 소속 사회복무요원 A 씨 (지난 4월 중순 인터뷰)
"지나가다가 차 번호 보이잖아요. 그거 입력하면 차 소유자 정보 다 떠요. 만약에 한 차량이 있으면 그 차량을 조회를 했을때, 그 차량의 전 소유자 그리고 지금 이 차를 구입하기 위한 정보, 뭐 주민등록번호나 휴대폰이나 성함이나. 또 더 깊게 들어가면 이 사람이 이 차를 얼마에 샀냐 아니면 그 전의 기록은 어떻게 되냐. 그 전 소유자, 전전 소유자도 물론 다 뜨고요. 이 사람이 몇 년 몇 월 며칠날 딱지 끊었는지도 조회가 가능하고, 어디에 사는지 주소까지 다 나오고요."

"그게 서울만 나오는 게 아니라 지방 것까지 저희가 업무를 하고 있다는 뜻은 지방까지 다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대한민국 전체를 저희가 지금 다 조회를 할 수가 있어요."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해킹 해커 악플 악플러 (사진=픽사베이)

말문이 막혔습니다. A 씨는 하루에 많게는 200대의 차량 등록과 소유주 이전 업무를 처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량 소유주의 모든 걸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길가다 지나가는 차량의 소유주 개인정보도 말이죠.

물론 이 업무는 국내 어느 구청에서든 자동차 취등록을 담당하는 부서라면 민원인을 위해 '세무정보시스템'을 접속해 처리해줘야 할 일입니다. 다만 사회복무요원이 아닌 공무원이 말입니다.

지난 4월 3일, 병무청은 앞으로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성 착취물 공유방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유료회원이었던 사회복무요원 2명이 검색한 개인정보를 넘겨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진 후 나온 대책이었습니다.

전국에는 약 6만여 명의 사회복무요원이 복무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병무청과 행정안전부는 합동해 사회복무요원들의 개인정보 취급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중앙부처에서 이정도로 경고했는데 '설마 여전히' 개인정보 업무를 시킬까 싶었습니다.

● "넌 유출 안 할거잖아? 그치?"

#사회복무요원 ○○ 씨
공무원 분들은 그 n번방 사건 때문에 한 번도 저에게 이런 업무를 하면 안 된다라고 말을 안 했는데, 한 민원인분이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그 n번방 사건 있었는데, 이거 계속 해도 되냐, 맞냐" 그렇게 물어보시는데 "저도 그냥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고 얘기했어요. 제가 일하는 팀장에게 "사회복무요원이 맡을 업무가 따로 있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고 일이 있으면 사회복무요원도 이렇게 서로 도와줘야 된다"고 말했어요.

#사회복무요원 △△ 씨
그냥 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 하고 있어요. 우리한테 "너 이거 개인정보 다른 데에 유출하거나 그러면 진짜 큰 벌 받으니까 조심해라 조심해라" 딱 두 번 얘기해 주셨고, 그걸로 끝이었어요.

#사회복무요원 □□ 씨
그 (병무청) 공문이 나왔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n번방 때문에 개인정보 업무를 금지한다는. 그래서 담당자한테 "공문이 온 게 없냐 " 이렇게 물어봤는데 좀 있다가… 한 10분 정도 있다가 공문을 받았어요. 그걸 받았을 때 담당자가 "이런 개인 정보 업무가 금지되었기 때문에, 그… 더 높은 기관장과 얘기를 해서 앞으로 (너희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를 해보겠다" 말하고 나서 그 말씀을 나누셨는데, 그런데도 "그냥 어차피 뭐 민원 업무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시켜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3주간 최소 10명의 사회복무요원으로부터 '여전히 개인정보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들이 하는 업무도 다양했습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나 공소장에 적힌 피의자와 피고인(심지어 신고자에 피해자까지) 개인정보가 적힌 문건을 다루는 일부터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민원인들의 주민등록등·초본등 업무 처리, 또 각 대학과 병원에서 학생과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볼 수 있는 업무까지.

물론 이분들, SBS에 제보 전에 자신의 상급자인 담당 공무원에 한 번씩은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해도 되는 거냐"고 말이죠. 돌아온 답변은 "네가 유출 안 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뿐이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박사방 일당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자신의 행정정보시스템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줘 일을 시킨 담당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의해 입건된 기사를 봤을 텐데도 말이죠.

사회복무요원 개인정보

● "사회복무요원, 원래 그런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취재진의 말문을 더 막히게 만든 건 공무원들의 안이한 인식, 그 기저에 깔린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었습니다. 취재중 한 공무원과의 통화 내용을 옮깁니다.

# 지자체 공무원 ●● 씨
"생선가게에서 고양이를 기르게 하면서… 어쨌든 한 두 번은 사고가 나죠. 복무할 때 합동근무하고 관리 잘해야 한다… 관리를 잘하는 건 너무 어려운 거죠. 더 중요한 문제는 사회복무요원의 자질 문제로 들어가면, 몸이 조금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 있는 사람들이 아동이나 여성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동성추행 내지는 그런 부분들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죠. 개인정보 업무 다루지 않으면 어디에 배치할지…."

그러니까 병무청과 행정안전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 사회복무요원들은 개인정보 취급 업무를 금지한다는 제도적, 구조적 진단을 '사회복무요원들은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니 그들이 문제다'는 개인적 요인으로 회귀시키는 설명인 겁니다.

일부 문제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있을지라도 행여나 개인정보에 접근할 여러 가능성을 차단시킬 수 있는 행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취재 취지이자 중앙부처의 방침인데도 말입니다.

● 그래서 제보를 했다고 합니다.

취재진에 제보한 사회복무요원들은 스스로 보기에도 자신들이 맡는 업무가 너무나 위험한 업무라 제보를 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자칫 신분이 드러나 복무 기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데도 말이죠. 그럼에도 제보를 결심하게 된 이유, 그리고 저희가 이번 취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한 사회복무요원의 인터뷰 내용으로 갈음합니다.

# 사회복무요원 ◇◇ 씨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업무 과정이 가볍다고 해서 개인 정보까지 가볍게 여기시는 공무원분들이 진짜 많아요. 만약에 그런 가벼운 업무라도 개인정보랑 관련이 되어 있으면 사회복무요원에게 부여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병무청은 5월 말까지 사회복무요원 개인정보 취급 실태조사를 진행합니다.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업무 취급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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