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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판 나치 구호에 대통령-총리 갈등

정치적 성향이 다른 크로아티아 대통령과 총리가 나치에 부역한 민병대 구호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3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APTN에 따르면 조란 밀라노비치 대통령과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 사이의 갈등은 지난 1일 오쿠차니에서 열린 추모 행사장에서 불거졌다.

지난 1995년 크로아티아 내 세르비아 분리주의자들과 벌어진 전쟁에서 숨진 자국민을 추모하는 기념식에 일부 참석자가 우스타샤 민병대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자 이를 본 밀라노비치 대통령이 항의의 표시로 행사 도중 자리를 박차고 떠난 것.

중도 좌파 성향의 그는 당일 성명을 내고 우스타샤 구호는 "국제적인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우스타샤 민병대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크로아티아판 나치 친위대로, 이들이 사용했던 구호 '조국을 위한 준비'는 독일 나치의 '승리 만세'(Sieg Heil)와 같은 의미로 여겨진다.

이들은 종전 후 흩어졌지만, 1990년대 분리·독립 내전 당시 크로아티아 민병대가 우스타샤의 상징과 구호를 부활시켰고 현재는 극우주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우스타샤 구호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졌지만, 크로아티아 법원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우파 성향의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전 대통령을 밀어내고 당선된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우스타샤 경례를 불법화해달라고 의회에 공식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기념식에 참석했던 플렌코비치 총리는 밀라노비치 대통령의 행동이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보수 우파 정당인 HDZ를 이끄는 그는 "우리는 이 자리에 크로아티아의 자유 때문에 왔다"며 "우리는 개인으로는 물론, 국가 기관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APTN은 현 정부가 크로아티아 내에 일고 있는 나치 동조 정서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지만, 대부분의 실권은 총리가 장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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