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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D 기밀 유출 '책임 회피' 방사청장…"그 책임 버거우면 내려놓으시길"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4.30 14:00 수정 2020.04.30 15: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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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ADD 기밀 유출 책임 회피 방사청장…"그 책임 버거우면 내려놓으시길"
어제(29일) 20대 국회 마지막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김정은의 건강 상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국방 현안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 ADD 퇴직 연구원들의 기밀 유출 사건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ADD를 관리 감독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번갈아 "송구스럽다"며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특히 ADD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독하는 방위사업청의 수장인 왕정홍 청장은 "개인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유출했다는 점에서 정말 정부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송구스런 마음 금할 수 없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왕정홍 청장의 송구스럽다는 말은 곧 진정성을 잃었습니다. 자신의 재임 기간 중에 일어난 일인데도 공개적으로 이를 부정했습니다. 유출 사건은 작년에 벌어졌고 작년이나 지금이나 방위사업청장은 왕정홍인데 왕 청장은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거짓말 한 겁니다. 여당 국방위원장의 질의에 거짓말로 물타기하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책임이 무거워 짊어지기 힘들다면 그 책임 내려놓으라", "책임은 회피하고 권리만 찾을 셈이냐"는 비판이 국방부, 방위사업청, ADD에서 쏟아졌습니다.

● 왕정홍 청장의 책임 회피

어제 오전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안규백 위원장과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의 질의 응답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 안규백 위원장 : 이게(ADD 기밀 유출 사건이) 왕청장님 재임 기간 중에 있었던 일인가요? 무슨 (유출) 내용이 이렇게 많습니까?
△ 왕정홍 청장 : 그런 건 아닙니다. 예전에 퇴직하고 아마 그 내용도 저희들이 파악한 게 아니고…


안규백 위원장이 "왕 청장 재임 중 일이냐"고 묻자 왕정홍 청장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거짓말입니다. 이번 사건의 혐의자는 거의 70명이고, 이 가운데 핵심 혐의자는 20여 명입니다. 핵심 혐의자 중 딱 1명 빼고 나머지 전부는 작년 2019년 퇴직자들입니다. 2019년이면 왕정홍 청장의 재임 기간입니다. 그럼에도 왕 청장은 자신의 재임 기간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게다가 사건의 내용도 "저희들이 파악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집에 도둑이 들었으면 관리 감독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질의응답은 또 이어졌습니다.

△ 안규백 위원장 : 아니 예전이라고 하면 어제도 예전이고 그제도 예전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하셔야지…
△ 왕정홍 청장 : 저희들은 작년 연말에 실태조사를 나가니까 시스템 자체가 너무 허술해서 이런 이런 부분들을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하니까 자체조사를 했습니다. 자체조사를 하니까 예전에 퇴직하신 분들이…(부하직원 확인)…아마 2018년도에 퇴직하신 분이라고 하는데 그 분이 대량 유출했다는 것을 자체에서 발견을 했고 그래서 그것을 국정원하고 빨리 수사를 한 겁니다.


왕 청장은 다시 말을 바꿉니다. 자체조사를 해서 대량 유출을 파악했다고 털어놓은 겁니다. 앞서 "저희들이 파악한 게 아니"라더니 곧바로 "자체조사해서 유출을 파악했다"고 뒤집었습니다. 또 2018년 퇴직한 사람이 대량 유출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내놨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2018년 퇴직자는 딱 1명이고 나머지는 왕정홍 청장이 ADD를 관리 감독하고 있던 작년 2019년 퇴직하면서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는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입니다.

● 왕 청장의 감사원 시절을 기억하며

왕정홍 청장은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입니다. 그때 그는 한국 방위산업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괴롭혔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잘못된 감사로 방산업체와 국가 모두에 해를 끼쳐서 입니다.

지난 2015년입니다. 감사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다목적 헬기 수리온 개발 원가 감사를 했습니다. 감사원은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KAI가 부당하게 547억 원의 이득을 취득했다며 그 돈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때 주심 감사위원은 왕정홍 당시 감사원 사무1차장이자 현재 방위사업청장입니다.

KAI는 547억 원을 정부에 반납했지만 감사원 결정에 불응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결과는 2년 뒤 나왔습니다. KAI는 협력업체들의 부품 개발을 일일이 관리했고, 개발된 부품을 수리온에 장착해 시험비행한 뒤 부품을 수정하는 일체의 과정을 주관한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부품 개발에 사업 관리비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개발투자금 보상에 관한 합의 및 기술이전비 보상에 관한 합의'라는 관련 규정도 확인됐습니다.

법원은 감사원이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한 547억 원을 정당한 사업 관리비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감사원의 수리온 감사 결과는 잘못이라고 판결한 겁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KAI가 반납한 돈을 되돌려 줄 뿐 아니라 2년 간 그 액수에 붙은 이자도 상환해야 했습니다. 그 돈이 1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왕정홍 당시 감사원 사무1차장이 주도한 엉터리 감사로 인해 나랏돈 100억 원이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왕정홍 청장은 승승장구해서 이번 정부 들어 방위사업청장에 등용됐습니다. 감사원 시절, 방위산업과 정부에 미친 객관적인 해악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쨌든 방위사업청장입니다. 이제는 방위사업청장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마땅한데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번 ADD 기밀 유출 사건은 왕정홍 방위사업청장 재임 시절 벌어졌고 그 책임은 온전히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지고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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