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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 예방한다?…실험에선 확산위험 더 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실내 공기청정기 사용이 주목받고 있지만, 공기청정기가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을 한국역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Epidemiology and Health)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오염물질이 포함된 공기를 기계 아래쪽에서 빨아들여 필터를 거친 후 정화된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정화된 공기는 가급적이면 멀리 보내져야 하므로 흡입구보다 배출구의 풍속이 더 강하고, 상대적으로 배출구 주변에는 강한 기류가 형성됩니다.

따라서 공기청정기가 사무실 책상 위가 아닌 바닥에 설치된다고 가정한다면, 배출구 주변에서 기침하거나 비말이 발생한 경우 상승 기류를 타고 사무실 전체에 폭넓게 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가습기 배출구 주변에서 오염원(기류)이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풍속이 높은 배출구 쪽으로 오염원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는 가습기의 배출구 위치와 비슷한 24㎝ 높이에서 오염원의 이동이 가장 확연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추론의 근거로 자체 시행한 예비실험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바닥으로부터 각각 8㎝, 16㎝, 24㎝ 등의 높이에서 인공적으로 비말을 발생시킨 후 공기청정기를 작동시켰을 때 비말의 이동 방향을 관찰했습니다.

이 결과, 가습기 배출구와 가장 가까운 24㎝ 높이에서 생긴 비말이 배출구 쪽으로의 이동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 결과로 미뤄 코로나19의 경우 공기청정기를 설치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특히 콜센터처럼 밀집된 환경에서는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입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공기청정기가 자칫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2차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도 경고했습니다.

함승헌 교수는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무실의 공기청정기 주변에서 기침이나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집단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예비실험 결과이지만, 미지의 위해성을 미리 차단하는 '사전예방주의' 원칙에 따라 코로나19와 관한 한 밀집장소에서의 공기청정기 사용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 등에 섞여 바닥에 떨어져 공기청정기의 흡입기 내 필터를 거치는 경우라도 바이러스를 제대로 걸러낼 수 없어 감염 확산 위험은 비슷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잘 알려진 바 없는 고위험 생물학적 유해요인이어서 유해물질 농도를 낮추는 '희석환기'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도 같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행복드림' 포털의 코로나19 팩트체크 코너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거르는 공기청정기 기술이 아직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또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기청정기로 막을 수 있다는 식으로 과장한 53개 광고(45개 사업자)를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함 교수는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와 크게 달라 전문가들조차 아직 모르는 게 많다"면서 "향후 공기청정기 필터의 효과성과 효율성의 문제는 물론 난방기나 공기조화설비를 통한 감염 우려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함승헌 교수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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