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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이 노린 건 '감형'…"죽인 건 맞지만 강도 짓은 안했다"

살인범이 노린 건 '감형'…"죽인 건 맞지만 강도 짓은 안했다"
▲ 23일 전북 임실군 한 하천 인근서 실종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이 현장 통제하는 모습

'죽인 건 맞지만, 금팔찌를 빼앗은 것은 아닙니다.'

전북 전주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의 뒤늦은 자백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와 관련, 우선 체포 당시부터 줄곧 "억울하다"고 주장했던 그가 혐의를 일부 인정한 데는 감형을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된 A(31·남)씨는 어제(27일) 피의자신문에서 지인인 B(34·여)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구체적인 진술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피의자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당초 A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었습니다.

범행 당시 피해자를 차에 강제로 태운 장면과 폭행하는 영상 등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확보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A씨가 숨진 B씨의 통장에 있던 48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점과 빼앗은 금팔찌를 자신의 아내에게 준 것도 빠져나가기 힘든 증거였습니다.

여기에 범행 장소마다 A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가 등록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백이 없더라도 혐의를 입증할 물증이 충분하다고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석연치 않은 범행 동기에 대한 부분도 A씨가 인터넷 도박으로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일부 풀렸습니다.

그는 최근에도 가족과 지인 등에게 급전을 빌려 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도박 빚에 시달리던 A씨가 평소 가깝게 지내던 피해자의 금품을 노린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

이쯤 되자 A씨는 말을 바꿨습니다.

당초 "우울증약을 먹어서 기억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해까지 했던 그는 살인과 시신유기를 인정한다면서도 강도 혐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발뺌했습니다.

피해자에게 빼앗은 것으로 추정되는 금팔찌의 출처에 대해서도 "그녀가 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조계에서는 A씨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추후 재판 과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형법상 강도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형을 받지만, 단순 살인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세상 우승원 변호사는 "현재까지 경찰이 수집한 증거와 진술, 사건의 여러 정황상 피의자가 살인 혐의를 부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시신이 발견된 데다 경찰이 움직일 수 없는 선명한 증거를 제시하니까 피의자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장에 피의자의 주장대로 강도 혐의가 빠지고 재판과정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된다면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증거가 대부분 확보됐다면 관련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이르면 오늘 오후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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