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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전맨' 박철우의 다짐…"먹튀 소리 듣지 않게 이 꽉 깨물고 뛰겠습니다"

[취재파일] '한전맨' 박철우의 다짐…"먹튀 소리 듣지 않게 이 꽉 깨물고 뛰겠습니다"
프로배구 FA 시장에서 충격의 이적이 발표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화재에서 뛰며 팀의 4차례 우승을 이끈 박철우 선수가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을 듯했지만, 박철우는 '3년 총액 21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대우를 제시한 한국전력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박철우를 만나 이적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새 출발의 다짐, 그리고 '절친' 가빈 슈미트 선수와의 뒷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 언론에서 '충격'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이번 FA 시장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말 그대로 저한테도 큰 변화이고 정말 '충격'이기도 합니다. 팀을 바꾼다는 게 정말로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전력에서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그만큼 기대가 많아질 거라 생각하는데,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해서 이번 시즌 좋은 성적 내는 게 최우선일 거 같습니다."

- 한국전력은 만년 하위권 팀으로 분류됩니다. 전력 구성도 알고 있을 건데. 역대 최고 대우라는 조건 외 이 팀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삼성화재 잔류는 안정을 선택하는 거고, 한국전력으로 이적은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로에 서 있었는데, 저도 어떻게 계약했는지 모를 정도로 이틀의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계약을 하고 들었던 생각은 '내가 이렇게 설렐 수 있구나.' 그래서 기분이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불타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새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감독님과 코치님, 전부 박철우 선수 영입을 위해서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한테 시간이 많았다면, 생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그러다 보면 선택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적극적으로 연락 주시고, 어떤 그런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저를 영입하는 거라며, 팀에서 필요한 부분 등 모든 걸 다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때 '확실히 한국전력에 가서 해봐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한국전력에서 연락이 올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웃음)"

가빈 슈미트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연합뉴스)

- 한국전력은 처음이지만, 연이 있는 팀입니다. 장인 신치용 전 감독이 현역 시절 뛰었고, 가빈도 지난 시즌 한국전력에서 뛰었어요. 장인께 조언을 구했는지 궁금합니다.
"장인께서 '일단 간단하게 생각을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를 프로 선수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맞고, 정이 있는 팀이나 새로운 팀이나, 꼴찌 팀이나 일등 팀이나 이런 게 문제가 아니라 저를 얼마나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그걸 보라고 하셨어요.
가빈 선수는 제가 SNS로 메시지를 보냈어요. '한국전력으로 가게 됐다'고. 그러니까 '나는 어디서 뛰라고 이적했냐'라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삼성에 있을 때처럼 같이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얘기도 했고요. 가빈이 또 한국에 와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신치용 전 감독께서 가치를 언급하셨는데, 3년 21억, FA 역대 최고 대우를 제시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제가 금액에 대해 '얼마를 어떻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는 어렵더라고요. 배구라는 종목 자체가 에이전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선수가 직접 협상해야 하는데 협상 기간 동안 금액을 재고 말고 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마지막 순간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얼마만큼 원하는가'라고 물으셨을 때 오히려 제가 감독님께 되물었어요. '저를 얼마로 평가하십니까'라고요. 감독님께서 3년 21억 원을 얘기하셨고, 금액을 듣고 나서 숫자로 표현되는 저의 가치를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거 같아요. 그만큼 책임감도 있지만 또 그만큼 저의 역량을 평가해 주신 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서 V리그 다음 시즌 연봉왕이 됐습니다.
"아직 연봉은 한선수(대한항공) 선수가 왕 아닌가요?(웃음)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연봉은 책임감이고 무게감이다. 무게감을 느끼는 만큼 선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단지 금액으로 기분이 좋다가 아니라 금액에 맞는 플레이를 해내는 게 선수라고 생각해요. 장인께서도 그런 말씀하시더라고요. '절대 먹튀 소리 듣지 마라. 너의 목숨을 걸고 하라'고요. 그 말씀 굳게 생각하고, 이 꽉 깨물도 제대로 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 1985년 생으로 만 서른다섯 살인데, 한국전력에서 은퇴도 생각하는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새로운 시작,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그 도전을 즐기려고 하고요.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선수는 코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력과 3년 계약이 끝나도 여전히 탐낼 만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은퇴하는 순간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 최고참으로 리더 역할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연봉에 그런 역할이 반영된 거 같은데.
"저는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리더'라고 생각하는 순간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 같아요. 제가 빨리 팀 문화를 익히고,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담 삼아 선수들에게 '신입 선수'라고 잘 봐달라고 이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빨리 적응해서 좋은 호흡을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습니다."

- 지난 10년 동안 삼성맨으로 뛰었습니다. 떠날 때 진짜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고민의 90퍼센트가 팀원과 팬들 생각이었습니다. 함께 했던 시간이 있기 때문이죠. 제가 신인 선수들에게 '삼성은 이런 곳이다. 삼성 정신은 이런 것이다'라고 늘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너무 미안했고. 팬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10년 동안 4번의 우승을 이뤄냈잖아요. 좋았던 순간이 너무 많아서 떠날 때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내도 FA 계약 사인하러 가는 직전까지 삼성에 관한 기사나 영상을 보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저보다 아내가 더 이적에 힘들어했던 거 같습니다."
한국전력 박철우
- 이제 한국전력에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서 아내와 아이들이 팀을 좋아하게 만들어야죠.
"물론이죠. 이제 모든 시선을 한국전력으로 돌리려고요. 아이들에게도 아빠 이제 파란색이 아니고 빨간색이라고 이야기해줬어요. 적응하는 모습이더라고요.(웃음)"

- 코로나19로 아쉽게 시즌이 조기 종료됐습니다. 새 시즌, 새 팀에서 출발하는 박철우 선수를 기다리는 팬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한국전력 팀과 팬들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응원 많이 와주셔서 저희가 봄 배구 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그 순간까지 같이 호흡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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