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북적북적] 더 이상 촌스러운 게 아냐…'아무튼, 식물'

▶ 오디오 플레이어를 클릭하면 휴대전화 잠금 상태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 플레이어로 듣기


[골룸] 북적북적 239 : 더 이상 촌스러운 게 아냐…'아무튼, 식물'

쉽게 자라는 것들과 아무리 공을 들여도 자라지 않는 것들이 뒤섞인 매일을 살아간다.
이 두 가지는 아무래도 삶이 쥐여주는 사탕과 가루약 같다.
-'아무튼, 식물' 中


여러분은 요즘 어떠세요? 삶이 자꾸 사탕을 쥐어주나요? 내 입에 자꾸 쓴 가루약을 털어 넣나요?
북적북적이 여러분에게 작은 별사탕이 되길 바랍니다.

어느새, 사람들 많은 데서 마스크를 안 쓰고 활짝 웃고 있는 예전 사진을 보면, 뭔가 어색하더라고요. 다행히 이번 주에 확진자가 좀 줄었는데, 모두 방심하지 않고, 부디 이 추세가 계속되길 소망합니다.

얼마 전, 밀접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를 하게 된 언니랑 전화를 하다가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격리를 해보니까, 집이 좀 넓어야겠더라." 그렇죠. 우리는 마당이 있고,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수영장도 있고 그런 저택에서 자가격리하는 게 아니니까요. 집이 좀 넓었으면 하는 마음 외에, 저는 또 절감한 게 있어요. 집에 식물이 좀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코로나 기간에, 집에 오래 있으니 식물이 주는 힘이 크더군요. 저도 저희 집 식물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고, 신기하게도 제가 더 잘 관찰해서 물을 세심하게 주고 위치를 바꿔주며 골고루 햇빛을 쬐게 해 주니 이 친구들이 지난 1년 동안 자랐던 것보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더 많이 자라고 있어요.

그러던 차에, 오프라인 서점에 책을 사러 갔다가, '아무튼' 시리즈가 꽂혀 있는 서가에서 '아무튼, 식물'을 발견합니다. '아무튼' 시리즈를 그동안 여럿 읽었는데, 왜 식물은 그동안 안 읽었던 걸까, 온라인 서점의 알고리즘은 왜 나한테 이걸 추천하지 않았지, 하면서 덥석 사게 되죠. 특히 표지에 이렇게 써 있었거든요.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소중하다."

그리하여 오늘 북적의 책은 '아무튼, 식물'(임이랑 지음, 코난북스 펴냄)입니다. 밴드 '디어 클라우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음악을 만드는 임이랑 님의 첫 책이에요.
저자는 우연히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갔고, 또 우연히 친구가 외국으로 가면서 준 나무를 맡으면서 식물집사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어 지금은 몇 개인지도 셀 수 없는, 세 자리 수의 화분을 돌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데는 우연을 넘어서는 인연이 있는 거겠죠. 저자가 식물에 매료된 시기는 마음이 매우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신기하게도 나는 이 시기에 식물에 깊이 매료되었다.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나를 소개할 필요도 없었고, 스스로를 치장하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괜찮았다. 식물들은 내가 애정을 쏟은 만큼 정직하게 자라났다. 그 건강한 방식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아무튼, 식물' 中


식물을 좋아하는 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들의 취미처럼 여겨지곤 했지요. 요즘은 식물을 좋아하는 젊은이도 식물로 멋지게 꾸민 장소도 늘어나고 있지만요. 저자는 '식물을 좋아하는 건 더 이상 촌스러운 게 아니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말해요.

이제 나는 이 세상에 내가 키울 수 있는 것과 키울 수 없는 것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라날 가능성도 없이 공들여 키워왔던 것 중에는 뜨겁고 건조한 땅이 고향인 식물도 있었고, 사람의 마음도 있었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내 커리어의 어떤 부분도 그렇다. 다행히 삶에는 대단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자라나는 것들도 있다. 나의 기질과 내가 가진 환경에 맞는 식물들은 태양과 바람만으로도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가끔 운이 좋은 날엔 어떤 노래들이 쉽게 자라났다.
-'아무튼, 식물' 中


저자인 임이랑 님이 팟캐스트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기 삶을 바꾸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하던 것을 지켜나가면 되는 것 같은데요. 조금씩 괴롭고, 조금씩 무너지는 사람들은 마지노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댈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기댈 공간이 저자에겐 '식물'이었어요. 우리에겐 무엇일까요.

*** '코난북스'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 <골룸: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는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애플 팟캐스트'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 '네이버 오디오클립' 접속하기
- '애플 팟캐스트'로 접속하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