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봉, 어감부터 어색하다. 몇 년 전 경주에서 재배된 한라봉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북위 33도(마라도)에서 38도까지 남북으로 뻗어있다. 각 지역마다 다양한 기후를 나타낸다. 지역에 따라 지리·위치·기후 등 각 특색을 반영한 특산품들도 다양했다. 그런 탓에 아열대 과일인 한라봉은 제주도에서만 재배돼 왔다. 그동안은 한라봉은 당연히 제주산이고 제주도 특산품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엔 경주, 지난해 1월에는 경남 고성에서도 한라봉이 재배됐다. 이젠 중부 지역에서 한라봉이 재배된다. 불과 20~30년 만에 기후변화가 한반도 전역에서 한라봉 재배를 가능케 했다.
한라봉뿐만 아니다. 많은 과일들 북상하면서, 주요 재배지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과 강원 지역으로 북상했다. 지구온난화로 과일 지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최근 100년 동안 기온이 1.5℃ 상승하면서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치(0.74℃)보다 높다.(IPCC) 2016년엔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1℃ 높은 13.6℃를 기록하면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평균 기온은 13.5℃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더운 걸론 2018년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여름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오면서 폭염일수가 31.4일로 평균 9.8일보다 3배 이상 많았고, 열대야 일수도 17.7일로 평균 5.1일보다 역시 3배 이상 많았다. 최근 추세만 보면 지금의 과일 지도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자료 : 통계청, 1970~2015년 농림어업총조사)
● 벼·구황작물 재배면적 감소, 주식 변할까
한반도의 기후변화는 과일뿐 아니라 다른 작물들의 재배 면적과 생산량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 1980년부터 2018년까지 주요 17개 작물의 재배 면적을 살펴본 결과 기후변화로 양파와 복숭아 등 5개 작물은 재배면적이 증가했고, 봄감자와 고구마 등 12개 작물은 재배면적이 감소했다. 보리의 재배면적은 5% 이상 감소하면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재 우리 식탁의 주식인 쌀(논벼)도 기후변화로 한반도 내 재배면적이 감소했다.
(자료 : 통계청, 1980~2018년)
생산량은 조금 달랐다. 구황작물 중 하나인 고구마는 재배면적이 2.5% 감소함에 따라 생산량도 3.3%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구황작물인 봄감자는 재배면적이 1.4% 감소했음에도 생산량이 0.5% 증가했다. 쌀(논벼) 역시 재배면적은 1.3%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0.2% 증가했다. 통계적으로 나온 수치만 보면 생산량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한반도 농업에 큰 영향이 없다고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2000년대 초반 이룩한 기술 발전이 없었다면, 기온 상승에 따라 농업 생산량이 크게 요동쳤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술 발전이 기온 상승보다 농업 생산량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서명철 농업연구관은 "기술이 완만하게 발전되고 있는 요즘 시기엔 한반도의 기온이 지금처럼 상승한다면 앞으론 생산량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전문가들은 2030년쯤엔 기온 상승이 기술 발전을 넘어서 농업 생산량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온실가스 저감으로 기후변화를 늦추거나 획기적인 발전이 없다면, 우리 미래 식탁엔 오늘과는 전혀 다른 작물들이 놓여 있을 것이다.
● 한반도 날씨, 덥고 습해져
국내 연구진이 한반도의 미래 기후를 예측했다. 미래 기간은 2011~2100년으로 잡았다. 연구진은 CCAW(세종대학교 기후변화연구단)에서 제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예측에 사용했다. 시나리오에 사용될 과거 자료의 비정상적인 극값들은 SDQDM를 통해 보정했다. 기온과 기상에 사용할 지수(index)들은 세계 기상기구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가 제시한 ETCCDI(Expert Term on Climate Change Detection and Indices) 지수를 사용했다.
그 결과, 최고기온이 0℃ 이하로 떨어지는 날은 현재 57.3일에서 온실가스가 상당히 저감될 땐 45.5일(RCP4.5)로, 저감이 없을 경우엔 32.6일(RCP8.5)로 줄었다. 영하일수는 130.4일에서 RCP4.5와 RCP8.5일 때 각각 113.9, 87.8일까지 줄었다. 기온 상승으로 한반도의 겨울철에 영하권 날씨를 보이는 날이 준다는 것이다. 일교차는 현 8.2℃에서 7.4℃(RCP8.5)까지 줄어들 것으로 나왔다. 겨울철 밤 기온이 상승해 낮과 밤의 기온차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올 겨울처럼 따뜻한 겨울이 많아지고,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은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열대야는 34.5일에서 52.9(RCP4.5)일, 저감이 없는 경우인 RCP8.5일 경우엔 무려 81.2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강우일수와 연평균 강수량도 또한 미래엔 증가했다. 극한기상을 예측한 지수에선 폭우가 380mm에서 530mm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덥고 습해지면서 이상기후의 빈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IPCC도 지금같은 추세면 210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5.7℃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연평균 기온 상승치 4.6℃보다 무려 1.1℃나 높은 수치이다. IPCC는 지구 온도가 2℃ 이상 오르면 여름철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수만 명이 죽고 세계 각종 생물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식량 생산도 4분의 1 감소해 전쟁까지 발발할 가능성도 점쳤다.
연평균 5.7℃ 상승이 얼마나 무서운 수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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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P :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온실 가스 농도 미래 추정치
RCP4.5: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
RCP8.5: 현재 추세(저감없이)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진다
기후변화는 음식뿐 아니라, 계절에도 영향을 줬다. 국립기상과학원이 한반도의 지난 100년과 지난 2018년 계절 길이를 비교해보니 여름은 19일이 증가하고 겨울은 18일이 짧아졌다. 비교적 짧은 기간인 30년 단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아래 그림 참조)
서울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밀집돼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도시는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과거 30년(1981~2010)과 최근 10년(2009~2018)을 비교해본 결과, 여름의 길이가 116일→126일로 10일이나 증가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없는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겨울이 약 40일 짧아지고, 여름은 약 40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시행하는 RCP 2.6 시나리오에선 그나마 현행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대도시인 부산 역시 과거(1981-2010)에 비해 최근 10년(2009-2018)에 여름이 10일 넘게 증가했다. 부산의 경우 온실가스 저감이 없는 RCP 8.5 시나리오에선 2071~2100년에 겨울이 아예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제주도 역시 과거보다 여름이 9일 증가했고 RCP 8.5 시나리오에선 역시 겨울이 사라질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금같은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한반도의 겨울은 짧아지며 봄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무더운 여름은 길어질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는 더 이상 없는 것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점은 RCP 2.6 시나리오에선 현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기후정책에 고강도 저감정책이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저감이 없이 기온 상승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반도에선 겨울 그리고 눈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주요 농작물 생산 변화 추이 & 이동현황(통계청, 2019)
* Jeung Sejin, Park Jongyul, Yang Dongmin, Kim Byungsik, "The Future of Extreme Climate Change in the Korean Peninsula Using National Standard Climate Change Scenarios and the ETCCDI Index", 기후변화방재 vol.19 (2019)
여름철 열대야는 34.5일에서 52.9(RCP4.5)일, 저감이 없는 경우인 RCP8.5일 경우엔 무려 81.2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강우일수와 연평균 강수량도 또한 미래엔 증가했다. 극한기상을 예측한 지수에선 폭우가 380mm에서 530mm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덥고 습해지면서 이상기후의 빈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IPCC도 지금같은 추세면 210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5.7℃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연평균 기온 상승치 4.6℃보다 무려 1.1℃나 높은 수치이다. IPCC는 지구 온도가 2℃ 이상 오르면 여름철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수만 명이 죽고 세계 각종 생물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식량 생산도 4분의 1 감소해 전쟁까지 발발할 가능성도 점쳤다.
연평균 5.7℃ 상승이 얼마나 무서운 수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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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P :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온실 가스 농도 미래 추정치
RCP4.5: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
RCP8.5: 현재 추세(저감없이)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진다
기후변화는 음식뿐 아니라, 계절에도 영향을 줬다. 국립기상과학원이 한반도의 지난 100년과 지난 2018년 계절 길이를 비교해보니 여름은 19일이 증가하고 겨울은 18일이 짧아졌다. 비교적 짧은 기간인 30년 단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아래 그림 참조)
또 다른 대도시인 부산 역시 과거(1981-2010)에 비해 최근 10년(2009-2018)에 여름이 10일 넘게 증가했다. 부산의 경우 온실가스 저감이 없는 RCP 8.5 시나리오에선 2071~2100년에 겨울이 아예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제주도 역시 과거보다 여름이 9일 증가했고 RCP 8.5 시나리오에선 역시 겨울이 사라질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금같은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한반도의 겨울은 짧아지며 봄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무더운 여름은 길어질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는 더 이상 없는 것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점은 RCP 2.6 시나리오에선 현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기후정책에 고강도 저감정책이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저감이 없이 기온 상승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반도에선 겨울 그리고 눈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주요 농작물 생산 변화 추이 & 이동현황(통계청, 2019)
* Jeung Sejin, Park Jongyul, Yang Dongmin, Kim Byungsik, "The Future of Extreme Climate Change in the Korean Peninsula Using National Standard Climate Change Scenarios and the ETCCDI Index", 기후변화방재 vol.19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