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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내 아이에게도 직접 주사 놓으실 겁니까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20.04.24 11:02 수정 2020.04.24 11: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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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강아지 공장' 이슈가 전국을 휩쓸면서, 우리가 펫샵에서 귀엽다며 구입하던 강아지들의 참혹한 실태에 수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부산 '고양이 공장'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부산 수영구 한 가정집에서 고양이 253마리를 불법 사육하던 60대 여성과 40대 아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압수수색 결과, 두 사람은 사육하기 부적절한 환경에서 고양이 수백 마리를 키우고 판매하는 등 불법 번식업을 해왔는데, 발견된 고양이 절반 이상이 새끼 고양이였다고 한다. 두 모자는 특히, 동물용 백신을 일회용 주사기로 고양이에게 수차례 놓는 등 무자격 진료 행위를 일삼았다. 결국, 경찰은 두 사람을 동물학대(이하 동물보호법 위반), 무면허 진료(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 참고로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주사 등 동물 진료행위를 하면 수의사법 위반(무면허진료행위 금지)으로 처벌을 받는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두 사람은 수의사도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 주사기와 백신을 구한 것일까?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동물약국에 가면 누구나 살 수 있다. 우리나라 현 상황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별 고민 없이 자신의 반려견, 반려묘에게 직접 접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새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주사 주사기 병원 약 백신 (사진=픽사베이)
동물약국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백신을 판매하다 보니, 보호자들은 당연히 "쓰라고 파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는 반려동물 불법 접종으로 이어진다. 무분별한 동물약품 판매를 하루빨리 금지해야 보호자들이 처벌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강아지 공장' '고양이 공장' 같은 끔찍한 동물학대 사건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미흡한 법과 제도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도 동물용 백신을 팔고, 설령 보호자는 불법인 줄 몰랐다 해도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직접 접종하는 것은 과연 괜찮은 행동일까? 백신 접종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바늘이 부러지면서 반려견 피부에 박혀 수술을 한 사례도 있고, 주사 부위에 혈종이 잡혀 고생한 사례도 있다. 또 쇼크로 반려견이 죽는 바람에 울면서 후회한 보호자도 있다. 자가 접종은 그만큼 위험한 행동이다. 소중한 반려동물의 생명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도 자식을 낳으면 여러 가지 예방 접종을 한다. 당연히 부모가 직접 하지 않고 병원에 가서 의료진에게 주사를 맞힌다. 이게 당연한 것이다. 동물약국에서 판다고 백신을 직접 동물에게 접종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아들, 딸에게도 똑같이 주사를 놓을 수 있습니까?

#인-잇 #인잇 #이학범 #동문동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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