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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로나19는 마초들의 킬러?…블랙스완 시대에 빛나는 리더십은?

2020년 등장한 '블랙스완' 코로나19…185개국 확진자 250만 명 근접

[취재파일] 코로나19는 마초들의 킬러?…블랙스완 시대에 빛나는 리더십은?
작년 말 중국 우한의 수산시장에서 이름 모를 폐렴이 발생한 지 4개월, 그 원인균으로 명명한 코로나19는 파죽지세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4월 21일 오후 현재 전 세계 185개 국가나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247만 명, 사망에 이른 사람은 17만 명을 넘었다.

유례없는 국가 봉쇄조치로 2월 말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3월부터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확산하고, 이제는 남미와 아프리카를 거쳐 다시 아시아 지역으로 세력을 확산하고 있다.
전세계 누적 확진자 - 일별 확진자
8만여 명 확진과 4천여 명 사망이라는 중국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은 이제 왜소하게 느껴진다. 전 세계에서 하루 확진자만 8만 명가량 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만 76만 명, 사망자는 4만 명을 넘었다.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6개국은 모두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었다. 터키도 곧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을 기세다.

대도시에 이어 수천 명이 탑승한 대규모 호화 유람선으로 침투한 코로나19는 핵 항공모함으로 들어가 이른바 '무적함대'마저 무력화시켰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감염돼 중환자실에 입원하기도 하는 등 사회지도층과 유명인사들도 코로나19의 공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파죽지세로 확산하자 각국은 한 때 '중국스럽다'고 지목했던 국가적인 봉쇄조치를 잇따라 시행했다. '이동중지 명령'은 코로나19시대에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 외국인 입국을 규제하거나 아예 금지하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고, 대규모 공원은 물론 식당과 주점도 문을 닫게 했다. 대형 공장문도 속속 닫았다.

2명을 초과하는 만남이나 볼키스와 악수를 금지하고, 종교 행사도 금지됐다. 공공장소에서는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해 앉고, 서양인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마스크 착용은 이제 안전을 위한 필수품이 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에 의료장비나 제약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산업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항공과 여행, 외식업에 이어 제조업도 타격을 입으면서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자는 4주 동안 2천2백만 명을 넘었고, 유럽의 실직자는 6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맞는 끔찍한 인명피해만큼 경제적 파장도 커지자 세계 각국은 유례없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별로 수백조 원에서 많게는 수천조 원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1인당 1백만 원 이상의 현금을 지급하고, 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무제한 지원을 공언하고 나섰다.
미국 S&P 지수
이런 위기 대응 정책에 힘입어 전 세계 증시는 패닉(공포)에서 벗어나 바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같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장및빗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킬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모더나(Moderna), 파이저(Pfizer), 길리어드(Gilead),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cline)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86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는 구체적인 사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렘데시비르가 부정맥이나 시각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지금 진행되고 있는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실패한다면 2002년에 나타난 중증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2012년 나타나 2015년 한국을 강타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처럼 코로나19도 감염 확산을 억제하거나, 퍼질 대로 퍼진 뒤 집단 면역을 통해 종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과 함께 엄청난 희생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경로다.
블랙스완의 시대에 빛나는 리더십
감염돼도 증상이 없이 제3자에게 전염될 수 있고, 증식 속도는 사스 바이러스의 3.2배, 에이즈 바이러스처럼 유전자 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항체가 형성된 뒤에도 재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

몰래 들어와 기회를 엿보다 폐에 집중 공격을 가해 치명률도 이탈리아에서의 경우처럼 최고 13%가 넘는 무서운 바이러스이지만,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국가별 코로나19 피해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CNN 방송은 국가별로 리더십의 유형에 따라 피해는 크게 다르다면서, 타이완과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독일 등 여성 리더들의 리더십을 부각했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터키 등 남성 대통령이 리더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막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위험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코로나19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라질 감기 같은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으며, 악수나 포옹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3월16일 미국에서 85명이 사망하고, 확진자가 4천6백 명이 넘자 비로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고, 지금은 급격히 확산하는 코로나19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14억 인구의 코로나19 발원지 중국보다 10배 가까이 많아졌다.
미국-영국 확진자
러시아-터키 확진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는데도 코로나19의 위험을 경시하며 늑장 대응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결국 본인이 감염돼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영국 전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2만 명, 사망자도 1만6천 명을 넘었다.

주말에만 그것도 20세 미만 65세 이상에 대해서만 이동 제한을 실시하기도 했던 터키, 아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지 않았던 스웨덴도 심각한 피해를 면하지 못했다.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남성 총리가 리더인 스웨덴은 다른 북유럽 국가들보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하다.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와 아베 총리의 일본도 뒤늦게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타이완-뉴질랜드 확진자
아이슬란드-독일 확진자
CNN은 마초형 남성 리더들이 통치하는 나라들과 달리 여성 리더들이 통치하는 국가들에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피해가 적었다며,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여성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타이완의 차이잉원 총통의 경우 가장 먼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를 차단하고,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를 생산해 보급했다. 타이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일 현재 422명, 사망자는 6명이다.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외국 관광객의 입국을 차단했다. 관광산업이 뉴질랜드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지만 봉쇄조치를 단행했다. 21일 현재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440명, 사망자는 13명이다.

아이슬란드의 카트린 야굡스토티르 총리는 증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을 상대로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추적시스템을 가동했다. 그 결과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도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773명, 사망자는 10명에 머물고 있다.

인구 8천2백만 명의 독일 메르켈 총리도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리더로 CNN은 꼽았다. 21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14만7천 명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많지만, 사망자는 4천8백여 명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의 사망자가 2만 명을 넘는 것에 비하면 크게 적은 규모다. 선제적으로 코로나19 진단을 실시하고, 의료시스템을 정비해 사망률을 낮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 확진자 100명 도달 이후 국가별 확진자 증가 추세
위 그래프에서 보듯 코로나19는 발생 초기에 선제적으로 확산을 막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통제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사만사 파워(Samantha Power)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공감 능력과 엄정함을 겸비한 여성 리더십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의 시대, 예기치 못한 일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블랙스완의 시대를 맞아 "과학과 사실, 증거에 기반해 문제를 조기에 인식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여성의 경우 독재적이지 않고, 건강에 더 민감하며, 가족들을 돌보며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멀티 태스킹에 익숙해져 있다"며, "무엇보다 여성 리더들의 보살피는 마음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제한조치가 한 달 이상 장기화하고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면서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봉쇄 완화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 봉쇄조치로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국민들의 생계와 건강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에서는 봉쇄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질병전문가들은 봉쇄조치 완화를 위해서는 1)감염 확산 억제 대책 마련 2)감염사실을 진단할 수 있는 능력 확보 3)감염 발생시 감염경로를 신속하게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코로나19 억제 대책 없이 봉쇄조치를 완화하면 코로나19는 다시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라는 형태로 다시 나타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제약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그 정체마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요구는 어느때보다 절실하지만 코로나19는 어느 전쟁보다 끔찍한 인명피해를 내며 전 세계로 아직도 확산하고 있다.

21세기는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불확실성의 시대, '블랙스완의 시대'로 불린다. 리더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편견에서 벗어나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유연하지만 단호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십이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리더십은 강한 카리스마를 방출하며 자신의 편견을 고집하는 리더보다는 섬세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엄정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성 리더에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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