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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땀 뺀 저학년 수업…"아이 혼자 어떻게" 학부모 한숨

권태훈 기자 rhorse@sbs.co.kr

작성 2020.04.20 12:12 수정 2020.04.20 16: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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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1∼3학년생이 20일 3차 온라인 개학에 마지막으로 합류하면서 사실상 '학부모 개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아직 스마트 기기에 익숙지 않은 탓에 이날 각 가정에서는 학부모가 연차까지 내고 함께 원격수업을 봐주는 진풍경도 펼쳐졌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일부 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선 접속 장애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적극적인 준비로 원활하게 수업을 마친 학교도 눈에 띄었습니다.

● 온라인 접속부터 과제까지…함께 '수강'하는 학부모들

전북 전주 모 초등학교 3학년인 김모(9)군의 어머니 조모(42)씨는 아들의 온라인 수업 때문에 이날 하루 연차를 냈습니다.

그는 아이가 유튜브 등으로 온라인 수업 영상을 보는 내내 곁에 붙어서 학습 진도와 상황을 체크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오전을 보내야 했습니다.

조씨는 "내일부터는 출근을 해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라며 "앞으로 시어머니가 봐주기로 했는데 아이가 할머니 말씀을 잘 따를지도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초등 저학년생이라는 특성상 온라인 접속부터 과제물까지 모든 단계를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수고로움에 학부모들은 아침 일찍부터 진땀을 뺐습니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사는 이모(39)씨는 "온라인 수업은 15분 남짓 되는 동영상이 전부였고 과제들은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으로 사전에 나눠준 과제프린트물까지 풀게 하려면 부모가 일일이 챙겨줘야 해서 '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자녀에게만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다자녀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은 더욱 컸습니다.

제주시 연동에 사는 주부 박모(43)씨는 초등 1학년인 첫째 아들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오전을 보냈습니다.편한 자세로 온라인 수업하는 초등생 (사진=연합뉴스)초등생 아들은 엄마가 자꾸 동생들에게 관심을 두자 딴짓을 하다 2교시 때는 누워서 EBS를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박씨는 "첫째 아들이 EBS 시청을 하는 데 3살 여동생은 옆에서 고함을 지르고 6개월짜리 막내는 자꾸 오빠 옆으로 기어가 애를 먹었다"며 "오늘은 거실 TV로 EBS를 시청했는데 이렇게 통제가 안되면 공부방에서 혼자 시청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야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초1 자녀를 둔 장모(34)씨도 "코로나19 사태로 둘째 어린이집 등원을 계속 미뤄왔는데 오늘 첫째 온라인 개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냈다"며 "오전 내내 첫째 옆에 붙어 앉아 학습 지도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EBS·e학습터 접속 장애 잇따라…돌봄교실도 혼란

이번 3차 온라인개학 이후 초등 1∼2학년은 아직 자기 주도적 학습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텔레비전을 이용한 EBS 방송 중심의 원격수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초등 3학년은 고학년처럼 컴퓨터와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쌍방향형·콘텐츠·과제 제공형 원격수업을 듣습니다.

그러나 일부 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는 1·2차 온라인개학 때도 문제가 됐던 접속 장애가 잇따라 수업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모 초교에서는 긴급돌봄을 신청한 2학년생 16명이 EBS 온에어에 접속하지 못해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들 학생은 원래 수강하기로 했던 EBS 수업 대신 유튜브로 학교 역사를 안내하는 대체 동영상을 봐야 했습니다.

옆 컴퓨터실에선 3∼6학년 10여명이 자율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었지만, 일부 학생은 1시간 가까이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워킹맘 김모(42)씨 역시 이날 초3 아들로부터 원격수업 플랫폼인 'e학습터' 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 회사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김씨는 전화로 아들에게 접속 방법을 다시 알려줬지만 서버 문제 탓에 e학습터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김 씨는 "온라인 수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며 "맞벌이하는 사람은 휴가라도 내야할 판"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 같은 접속 장애는 중학교 3학년생과 고등학교 3학년생이 원격수업을 듣기 시작한 1차 온라인개학 때부터 지속된 문제입니다.

전례 없이 많은 학생이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온라인개학이 이뤄진 9·13·14일에 모두 1∼2시간씩 접속 장애가 생겼습니다.

사흘 전에도 EBS 홈페이지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ID로는 로그인이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잇따라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이날 접속 장애에 대비하고자 서버 규모가 큰 유튜브를 활용해 수업을 마친 학교도 눈에 띄었습니다.

청주 흥덕구 봉덕초등학교는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 접속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학교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영상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여홍진 봉덕초 교사는 "많은 인원이 접속해도 서버에 무리가 없는 유튜브를 활용해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며 "1∼3학년 학생 300명 중 이날 온라인 수업에 로그인 하지 못한 학생은 단 1명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달 9일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에 이어 16일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이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으며, 이날 초등 1∼3학년이 마지막으로 온라인 개학에 합류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날 원격수업에 참여한 인원은 총 540만명가량에 달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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