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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416 합창단의 바로, 오늘 -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북적북적] 416 합창단의 바로, 오늘 -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20.04.19 07:38 수정 2020.04.20 14: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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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38 : 416 합창단의 바로, 오늘 -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영만이가 아침에 학교 갈 때 매일매일 베란다 창문에서 아이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밤 10시 30분에 다시 마중했던 것처럼, 아이 보내고도 3년 동안 매일 아침과 밤 같은 시간에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이를 기다렸어요. 어느 날 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곳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이 있었어요. 그 별이 영만이인 것처럼 제 마음에 다가왔고 매일매일 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누굴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가사를 부를 때마다 영만이도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듯이 노래하니까 힘들고 쉽지 않은 노래입니다.

(2학년 6반 이영만 어머니, 이미경)"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를, 엄마가 부르고 있어. 그래서 노래 부를 때마다 미안하고 아파. 무대 위에 설 때 가장 행복했던 예은아, 엄마의 노래 속에 네 소리도 늘 함께 할 거라 믿어.

(예은 맘)"


2020년 4월 셋째 주는 큰 선거가 있어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월호 침몰 이후 6년째를 지나고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북적북적]에선 '세월호 생존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고'하고 있는 책을 읽고 싶었어요. 여기서 말씀드리는 '세월호 생존자'란 '가족들'입니다.

얼마 전에 코로나19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분을 취재한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00번 사망자, △△번 사망자로 얘기되곤 하는 한 분 한 분은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 남편, 아내, 딸이고 아들입니다. 모든 분들이 각자, 하나의 커다란 세상이죠. 00번 사망자인 것도 맞고, '유가족'이 맞는데... 그런 건 각각의 자기 자신들에게는 낯선 호칭입니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이란 '객관' 뒤에는,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며칠 만에 돌아가시면서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한 사람의 우주가 있습니다. 병과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마도 영원히 그분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지난 4월 8일 출간된 [노래를 불러 네가 온다면]은 416 합창단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또 함께 걸어갈 시간이 담긴 책입니다. 세월호로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님들 중에 여러 분들이 합창단을 조직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단원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련된 공간에서 3시간씩 함께 연습을 하고, 연습 때마다 그 주에 생일인 아이들을 기억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따로 가집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다 보니, 함께 텃밭도 가꿉니다. 그리고 416합창단을 원하는 곳마다 찾아가서 노래를 불러드려요.

이 책을 단행본으로 구매하시면, 맨 뒷장에는 CD가 한 장 붙어 있어요. 416 합창단이 부른 11개의 노래가 담긴 CD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가요를 다시 부른 것도 있고, 4.16 합창단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노래도 있습니다.

이 책과 노래들은 모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사고로 아이들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들, 그런 말도 안 되는 삶에 갑자기 내동댕이쳐진 분들이 그 후의 삶을 소중히 다시 일궈내고 있는 6년째에 대한 기록이자 숨소리입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가족을 기억하고, 기억할 것을 기억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건네는 말을 오늘 함께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 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고통, 말도 안 되는 이별에 갑자기 내동댕이쳐진 이후의 삶을 살아가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해 봅니다.

이 책에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손편지, 또 합창단 활동 순간순간마다 남긴 마음의 흔적들, 이분들과 함께 하는 일반 시민 합창단원들과 음반 프로듀서, 지휘자의 단상들, 그리고 김애란 작가와 김훈 작가의 에세이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끼리 모이는 곳이 아닌 다른 아픈 곳에 처음으로 찾아간 곳. 추운 겨울 일본대사관 앞 비좁은 길거리에 계시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갔다. 우리 노래가 무슨 위안이 될까 생각하며 찾아갔지만, 그곳에 가는 것 자체로 마음을 같이 한다는 걸 알았고, 오히려 아픔을 가진 우리도 위로자가 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2학년 1반 문지성 어머니, 안명미)"


"저는 의사입니다. 감정을 느끼거나 생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래서 2014년 5월부터 올 2월까지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한 센터에서 일해왔습니다. 흔히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에 대해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에 갇힌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 이들이 다양한 현재들을 생생히 경험하도록 같이 걷고 마라톤을 하거나 공을 차고 얘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416합창단으로서 학교라는 공간에 오면 유독 많은 과거와 미래가 떠오릅니다.
세월호 전체 희생자 304명 중 단원고 학생이 250명, 교사가 11명이었습니다.
왜 학생과 교사의 피해가 컸을까요?

325명의 학생과 14명의 교사가 한 번에 움직이는 수학여행은 우선 그 규모에서 경직되기 쉽습니다.

많은 희생을 치른 후 단원고는 수학여행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마음에 맞는 몇 명의 친구들이 장소와 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선생님이 따르는 여행입니다. 전 이 변화에 더 주목했으면 합니다.

학생 여러분,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주어진 정답을 우르르 좇는 삶이 아닌 각자가 더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덩치가 큰 시스템은 유연하기 어렵습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9.11테러 당시 곧 무너져 내릴 건물 안에서 그대로 제자리에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합니다.
여기 안산의 어머니 아버지들도 구조, 수색, 인양, 조사 과정에서 고개 젓는 공무원들을 향해 줄기차게 요구해 오셨습니다. 진도체육관, 팽목항에서부터 안산, 광화문, 청운동, 국회의사당, 목포신항에 이르기까지 딱딱한 관료조직에 맞서 온 개인들입니다.


저에게 세월호 이야기는 나쁜 대통령 대 좋은 대통령 같은 선과 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만있으라는 국가나 조직, 직장 상사로부터 개인이 얼마나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자유로이 선택할지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는 각자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2019년 4월 24일 일반 시민단원 강정훈, 장흥 안양중학교·용산중학교 합동 초청공연에서)"

"아픔과 슬픔은 N분의 1이 되는 것이 아니었고, 다만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노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노래가 스스로 사람들 곁으로 걸어가 시간을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음반을 통해 세상에 나갈 노래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해내고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우리는 끝이 없는 이야기를 풀고 담은 노래를 매주 안산에 모여 부를 뿐이다.

(416합창단 지휘자 박미리의 녹음 일지 중 [끝이 없다(2020년 2월 29일)] 일부)"


"2014년 가을, 작가들과 진도로 내려가다 멀리 지평선 너머 큰 구름 아래로 쏟아지는 여러 개의 빛기둥을 봤다. 보통 '야곱의 사다리'라 불리는 햇빛이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그걸 보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인 데다 왠지 하늘에서 아이들이 우리에게 인사해주는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몇 해 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중 한 명인 이창근 씨가 오랫동안 여러 방식으로 싸우다 급기야 평택 공장 굴뚝 위에 올라섰을 때, 나도 모르게 진도에서 본 빛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수년간 여러 동료들의 죽음을 겪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아픔을 겪었을 한 인간이, 삶의 존엄을 위해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두 손으로 하나하나 쥐고 올라갔을 사다리의 차가운 철제봉과 오래전에 본 빛이 겹쳐 보여서였다. 이창근 씨는 공장 굴뚝에서 백일 넘게 버티며 추위와 허기, 외로움과 싸웠다. 그리고 이따금 굴뚝 위 상황을 SNS에 올렸다. 그러던 어느 겨울밤 나는 그가 올린 사진 한 장을 보고 그 자리에 오래 붙박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리 용품이랄 만한 게 거의 없는 허공에서 그가 허기를 달래려 봉지라면을 끓였을 때,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입구를 조이는 도구로 선택한 게 마침 그의 팔뚝에 있던 세월호 팔찌였기 때문이다.

슬픔이 슬픔에게, 고통이 고통에게 다가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김애란 에세이 [숨 나누기] 中)"

"..... 나는 이 나라가 다 운 것인지, 왜 더 울지 않는지 궁금하다. 울어야 마땅한 일이 이리 넘쳐나는데 이 나라는 왜 울지 않는 것일까? 416 합창단의 음악과 책이 이 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유이다......

(음반 프로듀서 류형선)"

"아이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 눈앞이 캄캄했는데 벌써 2000일이 되었네요.
여러분들이 옆에 있어주셔서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같은 마음으로, 같은 걸음으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9년 10월 2일, 2학년 5반 이창현 어머니 최순화)"


*출판사 [문학동네]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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