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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자는 범죄자 아닙니다" 마음에 남은 상처

<앵커>

코로나19가 넉 달째 이어지면서 불안하고 우울하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을 범죄자처럼 여기는 사회 시선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이정국 기자가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대구에 사는 20대 후반의 한 여성입니다.

지난 2월 대구에서 환자가 처음 나온 뒤부터 집에서만 지내왔습니다.

[20대 후반 취업 준비생 : 제가 원래 천식이나 기관지 질병이 있어서 혹시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어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긴 우울증이 심해졌고 불면증까지 생겼습니다.

[20대 후반 취업 준비생 : 그냥 우는 일도 생겼고,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생기고, 그렇게 좀 심해졌어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민의 20%가 주변의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불안과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여성입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대구 출신에 중국어 강사라는 이유로 신천지 교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김도영/40일째 격리 치료 중 : 대구가 고향인 게 죄냐고 물었습니다. 너무 억울해요.]

확진 판정을 받기 열하루 전 이상 증상을 느껴 진단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발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습니다.

그사이 밀접 접촉한 주변 사람들이 감염돼 죄책감까지 생겼습니다.

[김도영/40일째 격리 치료 중 : 만약에 그때(2월 27일) 검사했다면… 27일 발열이 없었지만 (타인을) 감염 안 시킬 수 있었던 거죠.]

지난 10년간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차별을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답답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김도영/40일째 격리 치료 중 : 코로나 감염자는 범죄자가 아니에요. 그냥 길에서 문고리 잘못 만져서, 엘리베이터 버튼 잘못 만져서 감염될 수도 있어요.]

감염병은 트라우마, 즉 정신적 외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메르스 완치자 63명 중 40명은 완치 뒤 1년까지도 정신과 질환을 앓았습니다.

환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는 사회 복귀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홍지선/국가트라우마센터 전문의 : 불안하면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탓하고, 사회 전반에 혐오와 비난이 팽배해지는 겁니다. 나도 감염병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해 도와주려는 마음, 배려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영상취재 : 이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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