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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아이가 아프다, 우리 부모님 마음도 이랬겠지

[인-잇] 아이가 아프다, 우리 부모님 마음도 이랬겠지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아빠, 육아 유튜버

SBS 뉴스

작성 2020.04.19 11: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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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딸아이가 고열에 시달려 입원을 해야 했다. 다른 아기들도 돌치레라고 해서 보통 돌 때쯤 고열을 한 번 겪는다고 하는데, 딸 로라는 15개월이 될 때까지도 건강하게 잘 자라 주어 우리 애만큼은 비켜 가는 줄 알았다.

그날 새벽 자는 아이의 등을 무심코 만져본 순간 깜짝 놀랐다. 딸아이 몸이 불구덩이 같았다. 39.7도, 순간 체온계를 의심했다. 지나가는 감기에 해열제 한 번 먹여본 것이 전부였던 아이다. 부랴부랴 자고 있던 아내를 깨워 물수건을 준비시키고 찬장에 있던 해열제를 찾아 먹였다. 그렇게 한 시간쯤 물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닦고 열을 다시 재보니 38도였다. 안심할 수 없었다.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다니던 소아과에 진료가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병원에선 고열 환자 진료가 어렵다고 했다. 두세 번의 통화 끝에 선별진료소가 있는 병원의 소아과를 찾아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도착 후 체온 검사, 입국 내역 확인 등의 절차를 마친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의 소견은 목감기였지만 체온이 높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혈액 검사와 X-ray, 소변 검사와 비말 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해야 했고 검사를 할 때마다 아이는 경기를 일으키듯 울었다. 링거 주사를 맞을 때는 하도 발버둥 치며 울부짖어 간호사 분들이 속싸개로 꽁꽁 싸서 주사를 놓아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우는 아내를 달랬다.

부모 자식 아이 아기 육아 (사진=픽사베이)
주사실 밖에서, 울부짖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병원에 데리고 와서 오히려 딸아이를 더 아프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이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픈 걸 낫게 하려는 치료라는 것도 모르고 처음 보는 간호사님들이 자기를 아프게만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사실에서 나온 아이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작은 손등에는 굵은 링거 튜브가 꽂혀 있었다. 그 후로 로라는 간호사복을 입은 사람만 봐도 겁에 질려 엄마 아빠에게 와락 안겼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육아하는 부모들에게서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 응급실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예사로 듣고 흘렸는데 막상 겪어 보니 이건 차원이 달랐다. 아픈 아기도 아기지만 아픈 아기를 좁은 병상에서 하루 종일 보는 것은 중노동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로라는 평소보다 더 많이 보채고 더 안아 달라 떼를 쓰며 몸을 비틀어가며 짜증을 냈다. 아이가 아파서 그렇단 걸 알면서도 이 모든 걸 감당해내기란 내 인내로는 역부족이었다. 아내가 함께 있지 않았다면 아마 나도 몸져누웠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입원 3일째 다행히 아이의 열은 36.5도로 정상을 찾았고 우리는 퇴원할 수 있었다.

이렇게 크게 한 번 병치레를 하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사실 스스로를 다른 아빠들보다 육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아픈 아이를 간병하는 것. 회사 다닐 때 아이 있는 동료가 갑자기 오전 반차를 내고 늦게 오는 일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애가 열나서 병원 갔다 왔어'라고 짧게 대답하곤 허둥지둥 업무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때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이가 아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아이가 아프다는 것은 부모가 간밤에 잠을 거의 못 잤다는 뜻이고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해열제와 물수건을 이용해 밤새 열을 내렸다는 뜻이며 병원에 데려가서 발버둥 치는 아이를 꼭 껴안고 주사를 맞히고 약을 먹게 했다는 의미라는 것을. 아이의 열이 떨어질 때까지 부모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아이만을 돌봐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아이가 2~3일 앓다가 나으면 다행이지만 더 심한 병에라도 걸린다면 나는 그 뒤를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얼마나 힘들지, 얼마나 몸과 마음이 고생 일지 감히 가늠이 가지 않았다.

흔히들 아이 키우는 것을 삶의 마땅한 과정처럼 말하곤 한다. '대학-군대-취업-결혼-육아'와 같이 공식화된 일련의 과정 중 하나로 육아를 생각하지만 그중 육아는 그 어떤 과정보다도 힘든 것이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의 간병은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심신의 고생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 열 치레를 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돌치레 말고도 열이 심각하게 많이 나서 위험했던 적이 있었다고 하셨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어두운 방, 열이 펄펄 나는 나의 온몸을 물수건으로 닦으며 팔다리를 주물러 주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그런 부모님이 계셨기에 나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기 아이 유아 육아 부모 (사진=픽사베이)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인간이 태어나 걷기까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고, 혼자 스스로 밥을 떠먹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성인이 된 이후로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먹고 자고 입고 혼자 다 할 수 있기에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를 키워보니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입는 것도 그 어느 하나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지금의 나의 건강까지 부모님의 노력이 배어 있는 것이었다.

이번 열 치레를 겪고 아이는 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밥도 더 잘 먹고 말도 늘었다. 나 또한 부모로서 한층 성장한 느낌이다. 아이의 성장통이 곧 부모의 성장통이 되었다. 

육아 15개월 부모로서 15개월.

아이의 걸음마를 쫓아오다 보니 어느새 부모님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인-잇 #인잇 #파파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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