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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 동물원 호랑이 코로나19 감염…전파 가능성 '희박'

코로나19 바이러스, 참 징글징글합니다. 전 인류를 그렇게 괴롭히는 걸로 만족 못하는지 이번에는 호랑이까지 덮쳤습니다. 앞서 홍콩과 벨기에에서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데 이어, 호랑이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주인공(?)은 미국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에 있는 4살 말레시이사 호랑이 '나디아'입니다. 지난달 말 마른기침 증상을 보인 나디아는 지난 2일 코로나19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용감무쌍한 '동물의 왕' 호랑이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반려동물에 이어 야생동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되며, 동물을 통한 코로나19 전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 "동물들이 혹시라도 코로나19를 다시 사람에게 옮기는 것은 아닐까?" 기자이기 전에, 수의학을 전공하고 관련 연구를 하는 수의사(수의학박사)로서, 저 역시 이 점이 제일 궁금했고 또 우려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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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감염된 미국 뉴욕 동물원 호랑이 '나디아'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동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집단 폐사하거나 바이러스를 퍼트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 의견이었습니다.

'동물 간 바이러스 전파 분야' 권위자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수의학박사)는 "고양잇과 동물들이 상대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학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고양잇과 동물들은 물론 사람과 자주 접하는 반려·산업동물들이 코로나19의 중간숙주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수학적으로 가능성을 0%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딱 들어맞아야 하기에 통계학적으로는 '0'에 수렴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농무부도(USDA)도 호랑이 '나디아' 코로나19 감염 사례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상황에서, 반려동물이나 가축을 포함한 어떤 동물도, 사람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At this time, there is no evidence to suggest that any animals, including pets or livestock, can spread COVID-19 infection to people.- ※ 美 농무부 관련 보고서 홈페이지 https://bit.ly/34yLx54)

● 핵심은 '바이러스 친화성'

다른 동물들에 대해 설명해 드리기에 전에, 앞서 말씀 드린 얘기한 호랑이 나디아 사례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다가 동물원 호랑이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됐을까요? 개와 고양이의 코로나19 감염이 그랬듯, 이번 감염의 시작도 결국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미국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폴 칼레 브롱크스 동물원 수석수의사는 "바이러스가 사육사에게서 전파됐을 것으로 본다."라며 "그것이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나디아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육사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바이러스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든 동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동물은 바이러스에 소량만 노출돼도 감염되지만 또 어떤 동물은 바이러스로 강제로 찔러넣어도 감염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사람도 국적과 인종, 언어, 주거지, 문화, 습관, 직장, 학력 수준에 따라 친밀도가 천차만별인 것과도 비슷합니다.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케미(Chemistry)'에 따라 '케바케(Case by Case)'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호랑이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나름 분자생물학적으로 이른바 '케미'가 맞는 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해를 돕고자 '케미'란 표현을 썼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바이러스 친화성(viral tropism)'이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말 그대로 바이러스가 숙주랑 '얼마나 친한가'를 본다는 뜻입니다.

● 코로나19 감염 가능성, '고양이 > 개'

이 '바이러스 친화성'이란 관점에서 분석해 보자면, 호랑이를 비롯한 고양잇과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개보다는 고양이에게 더 잘 감염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학술지 '네이처' '고양이는 개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크다
전문가들은 왜 왜 고양이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다른 동물들보다 높다고 보는 것일까요? 근거는 '과거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가 창궐했던 2002년으로 가보겠습니다. 사스는 박쥐가 가지고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넘어왔습니다.

즉, 박쥐 몸 안에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에게 넘어가며 돌연변이가 일어났고, 그 사향고양이를 조리하던 요리사가 바이러스에 재감염하며 대유행이 시작됐습니다. '박쥐→사향고양이→사람' 이런 사이클이 이뤄진 것입니다.
'사스' 중간숙주로 지목된 사향고양이(Viverridae) (사진=Fotolia)
그런데 알려졌다시피, 사스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매우 비슷한 사촌지간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스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에게 감염했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고양잇과 동물에게는 감염할 가능성이 있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사향고양이와 고양이·호랑이는 엄밀하게 보면 다른 종입니다만, 같은 고양이아목-Feliformia에 속해 있어서 친척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사스 유행 당시, 네덜란드와 홍콩 연구팀이 사람에게서 분리한 사스 바이러스를 고용량으로 고양이에게 강제 투여해본 결과, 고양이도 감염되는 사실이 확인했습니다. 얼마 전 중국 하얼빈 수의학연구소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해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고용량의 바이러스를 고양이 코를 통해 강제로 집어넣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입니다.

유광수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연구관도 "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적 특성, 과거 사향고양이 감염 사례 등을 볼 때, 고양잇과 동물들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코로나19' 감염 고양이, 임상증상 없음…전파력이 낮아

그렇다면 고양잇과 동물 몸에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파괴력과 전파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까지 연구를 볼 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것이 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학자들이 그렇게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들이 별다른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박진규 경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임상증상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고양이 몸에 들어간 바이러스가 복제를 활발히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바이러스가 활발히 복제해 증식했다면, 고양이도 사람처럼 임상증상과 함께 강한 전파력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고양이에게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바이러스 복제와 증식이 사람에게서 만큼 활발하지는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세포 밖에서 세포막을 향해 접근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들(아래 검은색 점들)·세포막에 도착한 바이러스 입자들(가운데 검은색 점들). (사진=Debora F. Barreto-Vieira / IOC / Fiocruz)
물론, 고양이에 감염된 고양이가 임상증상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전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서도 최성균 DGIST 선임연구원(수의학박사)은 "무증상 감염일 때는 배출되는 바이러스량이 절대적으로 적고, 배출된 바이러스의 전투력도 떨어진다. 즉, 다른 개체를 감염시킬 수 있는 힘이 약해 질병을 퍼트리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린다 파이프 미국 오하이오대학 수의과대학 교수도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고양이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실험 연구들은 고용량의 바이러스를 고양이에게 강제로 집어넣는 매우 실험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일상에서 고양이가 이렇게 강력하게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렇게 강제로 감염시킨 뒤 일주일 동안 정상적인 다른 고양이들과 같이 생활하게 했는데도, 3마리 가운데 1마리만 추가 감염됐다. 이것은 고양이들 사이에서 바이러스 전파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This suggests the virus may not be highly transmissible in cats.)."라고 분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양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는 있겠지만 '고양이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증상을 보이거나 혹은 더 나아가 사람에게 다시 전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세포에 도달한 바이러스(검은 색 점)가 세포핵 막을 뚫고 들어가려는 순간. (사진=Debora F. Barreto-Vieira / IOC / Fiocruz)
● 다른 동물들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그렇다면 고양이 외에 다른 동물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까요? 중국 하얼빈 수의학연구소와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개와 돼지, 닭, 오리 등을 대상으로, 고농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강제로 감염시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감염된 동물들이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각 조직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 등을 면밀하게 검사해봤습니다.

그 결과, 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강제 감염된 5마리 가운데 2마리만이 배설물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습니다. 하지만, 개의 다른 어떤 신체 부위에서는 감염성 바이러스 입자가 검출되지는 않았습니다. 개가 고양이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걸리기 어렵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밖에 돼지, 닭, 오리는 아예 고농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에도 RNA 입자가 검출되지 않았고, 별다른 병리적인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한지은 경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바이러스가 동물 몸 안에 들어와도 결국 세포에 달린 수용체(Receptor)와 결합해야 증식하고 전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 동물에게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이 동물들의 세포수용체가 서로 맞지 않고, 그래서 감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대신, 동물 가운데 족제비과의 포유류인 페럿(Ferret)은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력이 높고 임상증상도 사람의 그것과 매우 비슷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연구진이 페럿이 코로나19 연구에 적합한 실험동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증식·전파 과정 세계 최초 검증'에 성공한 최영기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팀도 페럿을 실험동물로 활용해 뛰어난 연구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간의 전파…기본에 충실해야

코로나19 감염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합니다. 더크 파이퍼 홍콩시립대학 감염·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을 통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사람-사람 간 전파 위험이다. 이를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사람 간 코로나19 전파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강력하고 또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부 동물들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코로나19 확진자는 동물을 대할 때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코로나19 감염자들은 반려동물을 가까이하지 말고 음식을 나누는 것을 피하는 등 접촉을 제한할 것"을 권했습니다.

결국, 사람과 동물, 더 나아가 생태계 전체의 안녕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매우 간명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지키고, 마스크도 제대로 잘 착용하며,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코로나19 확진자 혹은 고위험군에 속한 분들은 동물과의 접촉을 가급적 줄이는 등 기본적인 수칙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마주할 세상은 분명 새롭고 또 낯설고 위험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에 맞서 싸울 무기는 '기본 수칙'과 '상식', '배려', '인내'와 같이 오래되고 전통적이며 익숙한 것들일 것입니다.

끝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시는 모든 분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고통을 받으시는 모든 분께 또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함께 올립니다. 우리는 이 어려운 싸움도 머지않아 무사히 잘 극복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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