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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서 원격 수업 감독"…온라인 개학 취지 무색

학원 가서 '학교 원격수업' 듣는 아이들

"학원서 원격 수업 감독"…온라인 개학 취지 무색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9일 고3·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하는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학원에 가서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영어·수학 전문 보습학원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학교 수업 시간과 동일한 시간대에 학원을 오픈해 아이들이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관리·감독해주겠다"고 알렸습니다.

이 학원은 "학교에서 정규 수업 시간표로 원격수업을 한다지만 아이들이 집에서 잘 들을지 걱정일 것"이라면서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 더욱 걱정되시리라 생각된다"고 학부모들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출석 체크할 시간 이전인 오전 8시 30분까지 등원시켜 주시면 발열 체크 및 손 소독 후 교실에 입장시키겠다"며 "교실에서는 개인 간 거리 2m를 유지할 것이고, 스마트기기 충전기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이 학원은 "희망자에 한한 자율 등원"이라면서도 "수업 중 산만하거나 자리를 비우는 등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를 덜어드리도록 할 것이며, 방역 및 위생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충남권의 한 보습학원도 학생들이 학원에서 학교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이날부터 자습실을 열기로 했습니다.

이 학원 관계자는 "3월 중순까지는 정부 방침에 따라 휴원하다가 운영난 탓에 지난주부터 자율 등원으로 돌렸는데, 여전히 등원율이 60% 수준"이라면서 "원생이 더 떨어져 나가면 학원 문을 닫을 판이니 이런 방법이라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동네 보습학원뿐 아니라 대치동·목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의 유명 학원과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까지 학교의 원격수업을 위한 '자습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학원가 움직임에 학부모들 의견은 엇갈립니다.

고등학생 학부모 정 모(49) 씨는 "고등학생은 다 컸으니 혼자 둬도 안심인 게 아니라, 다 큰 애라서 수업은 안 듣고 다른 짓을 하지는 않을지 더 걱정된다"며 "집에 있으면 침대도 있고 텔레비전도 있어서 산만해질 텐데 애가 학원에 가면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중학생 학부모 최 모(44)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개학까지 하는 건데 학원에 온 아이 하나가 무증상 감염자라면 아이들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모든 학원을 다 닫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만 하는 탓에 학원가가 이에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종교시설·유흥시설처럼 학원·교습소에도 운영 중단을 권고하고 행정명령을 강화하겠다면서도, 강사·학생이 전원 마스크를 착용하고 학생 간 간격을 1∼2m 유지하면 운영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거리를 두고 앉아 수업을 듣는 학원 수강생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에서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학교 원격수업을 듣는 것은 괜찮냐'는 질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하는 것인데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학원 현장 점검에서 이런 사실이 적발되면 바로 시정 조치할 것이며, 관련 법을 어기는 행위는 아닌지 살펴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원도 학교처럼 감염 우려가 있을 때 강제 휴원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학원법을 20대 국회 임기 내에 개정해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을 거라면 학원 임대료를 지원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전국 학원·교습소 12만6천619곳 가운데 4만657곳(32.1%)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휴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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