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펠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의 곁을 지키던 최고위급 성직자의 아동 성폭행 사건이 무죄로 일단락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호주 대법원은 1990년대에 5건에 걸쳐 13세 소년 성가대원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 펠(78) 추기경에게 7일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배심원단은 2018년 12월 펠 추기경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고 그는 2019년 3월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호주 빅토리아주 항소법원 재판부도 2019년 8월 하급심 결정을 유지했다.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아오던 펠 추기경은 대법원의 이번 최종심에 따라 400여일 동안 이어진 감옥살이를 마치고 석방됐다.
판사 7명으로 구성된 호주 대법원 재판부는 배심원단이 재판에 제시된 증거를 모두 똑같이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았고 범행이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에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았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배심원은 전체 증거에 따라 이성적으로 행동하면서 피고인이 유죄가 맞는지 의심을 품었어야 했다"며 결백한 사람이 유죄 평결을 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펠 추기경은 성명을 통해 "나는 심각한 부정의를 겪으면서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해왔다"며 이번 결정으로 그런 부정의가 시정됐다고 밝혔다.
교황청도 관련 성명에서 "호주 사법당국에 지속적으로 신뢰를 보내왔다"면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려온 펠 추기경에 대한 무죄 선고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아울러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학대 행위를 방지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그러한 잘못이 드러날 경우 명명백백 추적해 진실을 밝혀낼 것을 재확인한다"라고 부연했다.
호주 국적자인 펠 추기경은 교황청 재무원장으로 한때 가톨릭 서열 3위까지 오른 고위 성직자이자 교황의 고문이었다.
펠 추기경은 2017년 6월 경찰에 입건된 이후로 줄곧 결백하다고 항변해왔다.
그의 변호인들은 대주교가 미사가 끝나면 성당 계단에서 신자들을 만나는 까닭에 미사 후 교회 물품 보관실에서 아이를 습격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변론했다.
성구 보관실은 미사 후 10∼15분 동안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대주교는 제의를 입었을 때 항상 다른 이들과 동행한다는 등 반론도 제시했다.
AFP통신은 이번 형사 사건이 피해자 측의 고발 내용에 크게 의존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측은 펠 추기경이 호주 멜버른 대주교 시절 멜버른 성당에서 소년 2명을 성폭행했다고 심리에서 증언했다.
펠 추기경은 향후 민사재판에서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성폭력 추문이 완전히 끝난 상황은 아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아버지는 손배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고의 변호인인 리사 플린은 "피해자 측이 호주 사법체계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자기 아들을 성폭행한 사람에 대한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유죄평결이 뒤집힌 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브리즈번의 거의 텅 빈 법정에서 진행됐다.
이전 심리에는 펠 추기경을 지지하는 이들과 규탄하는 이들, 글로벌 취재진, 법조인들이 운집해 북새통을 이루곤 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펠 추기경의 무죄 선고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관저로 쓰는 바티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주례한 미사에서 "요즘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겪은 박해를 목격하고 있다"며 "예수는 결백함에도 적대적인 분위기와 편견 속에 가혹하게 심판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러한 편견이 뒤섞인 부당한 판결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