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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역대 2번째로 따뜻했던 3월, 겨울부터 높은 기온 지속…한반도 괜찮을까?

● 3월, 꽃샘추위에도 역대급 기온

올 3월 전국 평균기온은 7.9℃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최고기온 역시 14.1℃로 역대 3번째로 높았다.

3월 한반도 주변의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높았고, 북쪽의 찬 공기도 중국 대륙의 기온이 평년보다 2℃정도 높아 발달하지 못했다. 여기에 극 지역의 찬 공기까지 강한 제트기류에 막혀 남하하지 못했다.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주범들이 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2번 정도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반짝 꽃샘추위가 찾아왔지만, 3월은 전반적으로 따뜻했다.

문제는 갈수록 이런 경향이 짙어진다는데 있다. 비단 3월 한 달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유난히 따뜻했던 올 겨울 중 1월은 평균 기온이 역대 1위로 기록될 만큼 따뜻했고, 2월 역시 평균기온 역대 3위를 기록했다. 2020년이 이제 막 시작했는데 1월부터 3월까지 모두 기록적인 평균 기온을 낸 것이다.

연도별로 봐도 최근 따뜻해지는 한반도의 경향성을 살펴볼 수 있다. 3월을 보면 2018년 평균기온이 8.1℃(역대 1위)로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2019년은 7.5℃로 역대 5위)

각 연도별 기온 상승에 여러 변수가 존재했겠지만, 한반도가 더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3월 기상자료 : 기상청)
● 개화·산란 다 빨라져

지난 겨울 제주도 도롱뇽은 평소보다 일찍 산란을 시작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지난 1월 10일 처음으로 제주도롱뇽의 산란을 관찰했다고 발표했는데, 평소보다 보름 정도 빠른 시기였다. 보통 1월 말부터 2월 초에 산란을 시작하는데, 따뜻했던 기온 때문에 동면에서 일찍 깬 것이다. 제주도의 이번 겨울 기온은 12월이 평균 기온은 10.6℃, 1월이 9.4℃였다. 평년보다 12월은 1.5℃, 1월은 2.5℃나 높았던 것이다.

봄의 전령사 벚꽃은, 기상청이 벚꽃 개화를 관측한 이래 가장 빠르게 꽃을 피웠다. 올해 벚꽃은 지난달 27일 개화했는데, 평년(4월 10일)보다 2주나 빨랐다. 빠른 벚꽃 개화도 역시 2월과 3월의 기온이 높았기 때문이다. 2월 평균 기온은 2.5℃로 평년보다 0.4℃ 높았고, 3월은 7.3℃도로 평년보다 2℃나 높았다. 여기에 높은 일조량이 더해져 벚꽃이 빠르게 개화했다. 최근 10년 동안의 벚꽃 개화시기를 살펴보면 개화시기가 빨라지는 추세도 확인할 수 있다.
3월 기상
동물의 산란이 빨라지고 꽃이 빨리 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가 가져온 동식물들의 작은 변화를 무시해선 안된다. 봄철, 꽃이 정상적인 개화시기보다 빨리 피면 꽃샘추위 때 냉해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냉해피해를 입은 꽃은 수분 매개 곤충이나 여기에 의존된 다양한 생물종들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이들 간에 작용하던 연결 고리도 끊어질 수 있다. 결국 크게는 종의 결실,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강도 얼지 않아

따뜻한 기온이 지속되는 올해는 겨울에 한강도 얼지 않았다. 한강이 얼기 위해선 서울의 최저기온이 –10℃ 미만인 날이 4~5일 정도 지속돼야 하는데, 이런 날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다 할 한파 없이 겨울 내내 따뜻한 날씨가 지속됐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날도 12월 2번, 2월 2번으로 4번밖에 없었다.

기상청이 한강 결빙 관측을 시작한 게 1906년부터였는데 결빙이 관측되지 않은 해는 이번 겨울을 포함해 고작 8번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결빙이 관측되지 않은 해는 2006년이었다. 이례적인 일까진 아니지만, 분명 흔히 있는 일도 아니다.

● 지속적인 기온 상승 이대로 괜찮을까?

역대급 기온을 기록하고 있는 올해가 걱정스러운 것은 분명 사실이다. 아직 정확한 전망을 하긴 힘들지만, 여름철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계속해서 기록적인 평균 기온이 경신되면 여름철도 이런 경향성에서 다르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은 겨울과 봄이었기 때문에 상승한 기온에 시민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한파가 적고 따뜻했던 올 겨울이 훨씬 좋아 오히려 살기 좋아졌다고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이면 얘기가 다르다. 겨울과 봄의 기온이 변하면서 한반도의 기후시스템이 망가지면, 응당 여름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린 이미 2018년에 최악의 폭염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한반도가 보이는 지금의 변화가 결코 반가울 수 없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기온 변화는 우리 피부에 직접 와 닿고, 주변 환경은 점차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이다. 무시해도 되고, 변화를 막으려 힘쓸 수도 있다. 몸에 큰 이상이 오기 전 보통은 작은 징조들이 먼저 나타나곤 한다. 작다고 무시하면 큰 병이 되지만, 제때 치료하면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변화가 주는 피해는 점점 커질 것이고, 되돌리긴 힘들 것이다. 자연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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