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cm' 전대미문 투표용지…황당한 유권자

<앵커>

이번 총선의 투표장에 들어가면 50센티미터 가까운 한 번도 본적 없는 긴 투표용지를 받게 됩니다. 비례대표 의석을 얻겠다고 나선 정당이 35개나 되고, 선거제도 취지를 짓밟은 거대 양당의 꼼수까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은 헷갈리고, 자동개표도 불가능해졌습니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금 제가 들고 있는 비례 투표용지, '1인 2표제' 도입 이후 역대 최장입니다.

당과 당 사이 칸을 이렇게 더 촘촘하게 줄였는데도 투표지 분류기에 넣을 수 없어 수 개표를 해야 합니다.

이 투표용지를 받아 본 유권자들, 반응은 어떨까요?

[김희람/서울 내발산동 : 길…. 길어요. 너무 길어요.]

[이창제/인천 서구 : 몰라서 이건 잘 못 하겠는데? 하나만 찍는 거예요 여기서?]

이런 전대미문의 투표용지가 탄생한 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용해 의석수 늘리기에 급급한 각 정당의 꼼수 탓입니다.

거대 양당이 앞장섰습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투표용지 순번을 올리기 위해 의원 꿔주기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군소 정당들도 난립해, 지난 20대 총선보다 14개 많은 정당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원내 의석수가 없는 정당은 가나다 순서로 기호가 배정되는데, 이걸 노려 '가자'를 당명 앞에 붙여 15번 안으로 이름을 올린 정당만 3개입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의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소수정당을 배려해 다당제로 가자며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지만 민심의 정확한 반영은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48.1cm짜리 시험지를 받아들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