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궁지 몰린 일본 "IOC도 돈 내야"

이것이 도쿄올림픽 ⑮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0.04.02 09:15 수정 2020.04.02 14: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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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모리 요시로 위원장(왼쪽)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2020 도쿄올림픽 1년 연기되면서 이에 따른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놓고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올림픽 정상 개최가 불투명해지며 연기론으로 기울자 일본은 IOC에 추가 비용 분담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IOC의 대답은 일단 부정적이었습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약 7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막대한 비용을 일본이 모두 떠안게 될 위기에 놓이자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총대를 멨습니다. 노회한 정치인 출신인 그는 지난 3월 28일 요미우리 TV에 출연해 IOC를 향해 포문을 열었습니다. 모리 조직위원장은 "IOC는 가급적 돈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고 꼬집으며 "IOC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내년 7월 23일로 확정된 직후인 3월 30일 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1년 연기는 엄청난 부담이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IOC는 올림픽 경기장 등 각종 시설이 내년에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올림픽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선수촌도 좋은 해결책을 찾아내는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면 일반인들이 입주할 예정이었는데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이들의 입주 지연이 불가피해 이에 따른 보상 문제가 발생할 전망입니다. 바흐 위원장도 바로 이점을 고려해 선수촌이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IOC도 올림픽 연기로 인한 각종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하지만 그는 모리 위원장이 주장한 비용 분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예산 계획표 (2015년 3월)이 표는 지난 2015년 3월 강릉에서 열린 제4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정위원회에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IOC에 보고한 예산 계획표입니다. 이 표를 보면 맨 위에 'IOC Contribution'이란 항목이 있습니다. IOC가 올림픽 때마다 개최지에 주는 지원금입니다. 평창 조직위원회가 최종적으로 IOC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8억 8천7백만 달러입니다. 이는 2014 소치올림픽 때보다 5천4백만 달러나 많은 금액입니다.

IOC 지원금은 일반적으로 대회가 거듭될수록 증액이 됩니다. 하지만 도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2016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가 IOC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15억 3천만 달러입니다. 현재 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IOC가 책정한 2020 도쿄올림픽 지원금은 13억 달러로 돼 있습니다. 리우 때보다 오히려 2억 3천만 달러나 적습니다.

IOC 지원금은 그 액수가 어떤 원칙에 따라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IOC 수입에서 지급되는 돈이기 때문에 IOC는 가급적 적게 주려고 합니다. 반대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측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양측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 이뤄지면서 개최지의 협상력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국내 기업과 후원 계약이 부진했던 평창 조직위는 적자를 면하기 위해 오랫동안 IOC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예상보다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평창과 상황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평창 조직위는 평창올림픽이 개막하기 1년 전인 2017년 2월에도 목표했던 마케팅 수입을 달성하지 못한 반면, 도쿄 조직위는 도쿄올림픽 개막을 3년 넘게 남겨뒀던 이 시점에 목표액을 다 채우고 휘파람을 불고 있었습니다. 흑자 올림픽은 '떼놓은 당상'이었기 때문에 IOC 지원금 규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사상 최대의 흑자 올림픽에서 하루아침에 사상 최악의 적자 올림픽으로 바뀌게 될 전망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이 체면불구하고 IOC에 비용을 분담하라고 대놓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본의 사정이 물론 다급하지만 IOC가 선뜻 일본의 요구를 수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코로나19는 불가항력적인 전염병이기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자신들에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예상되는 추가 비용이 약 7조 원이나 되기 때문에 몇 천억 원을 더 준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막대한 비용을 줄 경우 자칫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판단도 하고 있습니다.

IOC가 끝내 비용 부담을 거부할 경우 일본에서는 자중지란까지 벌어질 전망입니다. 일본 정부, 도쿄도, 도쿄 조직위원회 3주체가 얼마씩 분담할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3천 명이나 되는 도쿄 조직위 직원들의 1년 치 추가 급여는 조직위가 부담한다고 치더라도 선수촌 입주 지연 보상비와 수십 개 경기장의 관리 비용은 도쿄도가 혼자 떠안기에는 금액이 너무 큽니다. 결국 중앙 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데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222%나 됩니다. 2020 도쿄올림픽이 재건과 부흥의 계기는커녕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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