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떨어진 운석 통해 밝혀낸 '붉은 행성' 물의 역사

지구에 떨어진 화성 운석을 통해 화성이 적어도 두 종류 이상의 기원이 다른 물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대 화성에 화학적 성분이 다른 물을 가진 작은 행성이 두 개 이상 충돌한 뒤 완전히 섞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달·행성연구소의 제시카 반즈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 떨어진 화성 운석을 분석해 고대 화성의 물 역사를 밝혀낸 연구 결과를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발표했습니다.

암석형 행성인 화성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핵과 맨틀, 지각으로 구성돼 있는데, 연구팀은 대형 천체의 충돌로 화성 지각에서 튕겨 나와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 '앨런 힐스 84001'과 '노스웨스트 아프리카 7034' 운석 내 수소 동위원소를 분석했습니다.

수소는 물 분자를 구성하는 원소로 원자 핵이 양성자 이외에 중성자를 갖는지에 따라 중수소(deuterium)와 경수소(protium)로 나뉘는데 이 구성비가 물의 기원을 밝히는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분석 대상 운석 중 앨런 힐스 84001은 지난 1984년 남극에서 발견된 것으로 1990년대에 화성 미생물을 갖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이용한 이전 연구에서 약 39억 년 전 물과 상호작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랙 뷰티'로도 알려진 노스웨스트 아프리카 7034는 2011년 사하라사막에서 발견됐으며, 약 15억 년 전 물과 상호작용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팀은 두 운석의 수소 동위원소 분석에서 지구의 물과 화성 대기 값 사이에서 비슷한 값을 얻었습니다.

이는 화성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현지에서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암석을 대상으로 한 분석치와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구의 물은 중수소와 경수소 비율이 1대 6천420에 달하지만, 화성에서는 태양풍이 경수소를 날려버리면서 지구와는 반대로 중수소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반즈 박사 연구팀의 분석 결과는 화성 물이 39억 년간 화학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화성 암석의 수소 동위원소 분석 값이 들쑥날쑥했던 기존 연구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기존 연구 자료를 재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지각 아래 맨틀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들의 수소 동위원소 값이 '셔고타이트'(shergottite)라는 화성암의 두 그룹과 맞아떨어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셔고타이트가 풍부한 암석은 중수소 비율이 높고 셔고타이트가 적은 암석은 중수소 비율이 낮은데 이 비율의 평균치가 지각에서 떨어져나온 블랙 뷰티나 앨런 힐스 운석의 수소 동위원소 값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화성의 맨틀에 화학적으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물이 섞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화성이 지구와 달리 행성 전체를 마그마의 바다가 둘러싸지 않았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즈 교수는 "화성 내부에 두 종류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암석형 행성 내부에 합쳐진 천체에 관해 얘기를 해주는 것일 수 있다"면서 "이는 고대 화성의 생명체 서식 가능 여부와 우주생물학에 관한 이해를 넓히는 데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습니다.

(사진=NASA/JPL-Caltech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