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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외교문서 비밀 해제…방한 희망한 일왕, 노태우 정부 초청 검토

1990년을 전후로 노태우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왕을 초청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양측이 적극 검토한 과정이 공개됐습니다.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1989년 6월 노태우 대통령의 이듬해 일본 방문을 준비하면서, 방일 이후 아키히토 당시 일왕의 방한을 고려할 것을 외교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주일본 대사관이 작성해 본부에 보고한 외교 전문에서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부 교섭 사안들과 일왕의 방한 초청 가능성을 연계해 성과를 높일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 정부가 검토하던 일왕의 한국 방문 가능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같은 해 4월 최호중 외무장관과 회담한 우노 소스케 외무상은 "한국 측 분위기가 성숙했다고 판단되면 일본 정부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키히토 일왕) 최초의 해외 방문으로서 방한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방한 관련 한국 내 미묘한 상황도 있을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으므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은밀히 답변을 듣고 싶다"며 사안의 민감성을 엿보이게 했습니다.

또 같은 해 8월 나카야마 다로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일왕의 한국 방문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일왕의 외국 방문은 각국으로부터 환영을 받은 역사가 있다면서 '황실이 외국과의 친선우호 증진에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가능한 빨리 (일왕의) 외국 방문을 재개하고 싶다'는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이후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노 대통령 방일 회동 시 만찬사에서 한일 간 과거사에 대해 "일본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겪으셨던 고통을 생각하며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는 당시로써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고, 양측이 일왕의 방한 관련 구체적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성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일왕의 방한은 이후 한국에서 과거사 청산 요구에 수반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일본은 보수 우경화 흐름이 강해지면서 결국,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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