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尹 총장 장모 기소에 '침묵', 최선이었나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20.03.28 09:52 수정 2020.03.29 22: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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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 모 씨가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사문서 위조 및 행사) 다른 사람 명의로 땅을 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다. 지난해 9월 대검찰청에 사건 관련 진정서가 접수되고 세간의 관심이 커지면서 의정부지검이 지난주 관련 사건을 모두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던 사건이다.

어제(27일) 오후 기소 소식이 알려진 뒤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찰청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기자들이 재차 입장을 물었지만 대검 관계자는 "총장의 의견 표명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애초에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일체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혀온 터였다.

윤 총장과 대검이 입장을 내지 않은 데는 이런 배경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를 일체 받지 않겠다는 건 사건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검찰총장의 장모가 연관된 사건이라는 사실만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아온 만큼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고 이후에도 엮이지 않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장모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까지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되고 일각에서 사퇴를 거론하며 거취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 '장모 기소'에 "입장 없다"…과연 적절했나

그러나 배경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떠나, 국민적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윤 총장의 '침묵'이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윤 총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사정기관의 수장이자 지위 자체만 놓고 봐도 고위공직자다. 설사 부적절한 개입이 없었고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가족이 물의를 빚어 재판에 넘겨졌다면 유감이든 사과든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위공직자들이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 검찰총장의 친인척이 재판에 넘겨진 것도 과거 신승남 전 검찰총장 이후 두 번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처음 부인과 가족 문제가 불거지자 두 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밝혔다. 물론 조 전 장관의 경우 사건에 직접 개입한 혐의로 기소까지 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처음 사과할 당시는 그러한 혐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더구나 해당 사건은 이미 전 국민이 아는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법정에서 가려질 사실관계는 별개로 하더라도 사건 당사자의 사위가 검사, 그것도 검찰총장이라는 배경이 사건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을지 모른다는 세간의 의혹이 논리적으로 아무런 개연성이 없는, 허무맹랑한 의혹이라고만 치부할 수만은 없다. 죄질도 그다지 좋지 않다. 총 349억 원에 이르는 4장의 은행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사실은 윤 총장 장모인 최 씨 본인도 인정한 바 있다. 윤 총장과 검찰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서가 접수된 이후 6개월 가까이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아 '늑장 수사' 의혹을 야기한 건 정작 검찰이다.

● 검찰, 국민 정서 공감 능력 있나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요즘 검찰이 과연 국민 정서에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장모 사건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기로 한 게 윤 총장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 참모진의 판단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 정서를 고려했다면 위와 같은 판단에 과연 아무런 이견이 없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총장 장모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사기 피해자를 거꾸로 인지해 수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논리는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그것은 법률가들의 논리다. 국민적 의혹과 오해가 있다면 충분히 설명하고 풀 건 풀고 갔어야 한다. 검찰 조직 전체에 가해지는 압력과 정치적 부담을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대처해 의혹을 풀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검찰은 억울할지 몰라도 국민 정서는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란 속담에 더 친숙하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확실히 밝히고 불필요한 오해를 푸는 게 모두를 위해서도 좋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건 아니지만 검찰의 공감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최근 있었던 'n번방' 박사, 조주빈 포토라인 논란이다. 검찰이 조주빈 출석 때 포토라인 운영과 중계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경찰은 되고, 검찰은 안 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참혹한 수준이었다.
조주빈 검찰 소환물론 이는 검찰의 탓만은 아니다. 피의자에 대한 촬영‧녹화‧중계방송을 금지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은 다름 아닌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만들어졌다.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이라고 예외를 적용하면 또 비판이 나올 테니 검찰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대응 방식이다. 검찰은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위 규정 때문에 안 된다는 설명을 기자단에 보내는 것으로 갈음했다. 이쯤 되면 공보를 포기한 수준이다.

검찰은 정부 기관 가운데 '얼굴 없는 대변인'이 일하는, 거의 유일한 조직이다. 조금 거친 비유고 상황도 다르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최고 책임자인 질병관리본부장이 날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생방송으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과는 매우 대비되는 모습이다. 조국 전 장관 사태로 일각에서 검찰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후에도 국민은 검찰 관계자 누구 하나 제대로 나와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일선에서 아무리 검사들이 밤새워 수사해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검찰이 국민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런 검찰이 '이미지'를 위해 최근 가장 신경 쓰는 게 검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어느 드라마의 흥행 여부라는 소문도 들린다. 착각이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럴싸한 드라마보다 하루하루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여 소통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소통 노력 필요
검찰 (사진=연합뉴스)물론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정치권력과 이를 이용한 일부 언론과 세력의 영향도 크다. 윤 총장 장모 사건만 하더라도 처음 면죄부를 준 건 현 정권과 집권여당, 그리고 지금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몇몇 사람들이었다. 검찰이 요즘만큼 숱한 정치적 프레임에 둘러싸인 적도 없었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완전히 공수가 뒤바뀐 작금의 세태에 쓴웃음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 검찰 스스로 책임이 없는지는 돌아볼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 정서에 귀 기울이고 자세를 낮춰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는 원칙은 맞는 말이지만 아닐 때도 있다. 아니, 수사를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국민과 소통은 더욱 중요하다. 장모 사건 기소에 대한 침묵은, 그래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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