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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천안함 10주기 숨기려 하고…포격전을 포격전이라 못 부르고

[취재파일] 천안함 10주기 숨기려 하고…포격전을 포격전이라 못 부르고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3.26 10:00 수정 2020.03.26 10: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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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백령도 천안함 위령탑 인근 해상에서 황도현함 장병들이 천안함 용사들을 추모하며 해상 헌화하고 있다.

오늘(26일)은 천안함 피격 10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우리 해군의 초계함 PCC 772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했습니다. 천안함 용사 46명이 희생됐고 한주호 준위가 구조 작전 중 순직했습니다.

10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행사는 오늘 오후 2시 평택 2함대에서 엄수됩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주재합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10주기 행사의 촬영 영상을 언론에 제공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가 비난이 일자 마지못해 영상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또 내일은 서해 수호의 날입니다. 매년 3월 4번째 금요일,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젊은 군인들의 넋을 기리는 날입니다. 의미를 둘 수 있는 5회 기념식이 열립니다. 이참에 오는 11월 23일이면 10주년을 맞는 연평도 포격도발의 명칭도 연평도 포격전으로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국방부는 꿈쩍 않습니다.

● 천안함 10주기 감추고픈 국방부

8주기, 9주기도 아니고 명색이 꺾어지는 해, 정주년(整週年)인 10주기에는 조금은 거창하게 그때의 희생과 의미를 되새겨도 괜찮습니다. 당시에 많은 이들은 그들을 잊지 않겠다고 외쳤지만 10주기가 지나면 슬슬 잊히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10주기에는 여럿이 함께 애써 그때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천안함 피격 10주기 행사에 인파가 몰리면 아무래도 코로나19가 걱정입니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국방장관 외에는 해군 예비역, 현역들과 유가족 위주로 조촐하게 10주기를 준비했습니다. 기자들의 출입도 금지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수긍할 만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한참을 더 나갔습니다. 국방부는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자체 촬영 영상을 언론에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었습니다. 뜻밖에도 "촬영 중 코로나19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게 제공 불가의 명시적 이유였습니다. 국방부든 해군이든 행사를 자체 촬영하지 않으면 또 모르겠지만 촬영할 계획은 세워놓고 공개만 않겠다니 변명치고는 참 구차합니다. 국방부는 천안함 10주기 행사가 부각되는 게 싫은가 봅니다.

현장 취재는 불허해도 방송뉴스용 영상은 제공해야 한다는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어제 저녁 국방부는 영상을 내놓기로 엉거주춤 방침을 바꿨습니다. 천안함 10주기 행사를 남몰래 치르고픈 진짜 이유는 뭘까요? "천안함 10주기가 떠들썩하면 내일 높은 분들 많이 오시는 서해 수호의 날 5회 기념식에 누를 끼칠까봐 이러는 거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국방부의 핵심 당국자는 "그런 점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화염 속에서 K-9 자주포로 북한군을 공격하고 있는 연평부대 포7중대 해병 ● 연평도 포격전을 포격전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방사포 기습공격에 해병대 연평부대 포7중대가 K-9 자주포로 맞서는 남북의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북한의 선제사격에 해병대가 대응사격을 한 명백한 교전입니다. 포도 북한군이 먼저 내렸고 인명피해도 북한 쪽이 훨씬 컸습니다. 승리한 전투입니다.

그래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에서 벌어진 일은 연평도 포격전입니다. 군사 교리로도 전술적으로도 다른 명칭은 있을 수 없습니다. 연평도 포격전뿐입니다. 해병대도 연평도 포격전이라고 부르고 대전 현충원은 두 해병 전사자의 묘를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으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0년 11월 23일의 일을 연평도 포격도발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듯한 뉘앙스이지만 연평도 포격도발이 정부 공식 명칭입니다. 내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도 연평도 포격도발이라고 부를 겁니다. "포격도발이 아니라 포격전이지 않느냐"는 기자 질의에 국방부는 "우리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무차별 도발을 표현할 수 있는 연평도 포격도발이 공식 명칭"이라고 답했습니다.

2012년, 2015년 해병대와 합참은 각각 연평도 포격전 명명을 추진했습니다. 2015년에는 국방부도 연평도 포격도발을 연평도 포격전으로 명칭을 바꾸는 쪽으로 잠정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북한군과 싸우다 전사한 고(故) 서정우, 문광욱 해병, 그리고 쏟아지는 방사포탄을 뚫고 13분 만에 반격해 승리한 연평부대 영웅들의 숭고한 용기와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날의 전투는 더더욱 북한에 방점을 둔 피동적인 연평도 포격도발이 아니라 연평도 해병들이 사자처럼 맞서 싸운 연평도 포격전입니다. 연평도 포격전 승전 10주년을 맞아 올해는 꼭 이름을 바로잡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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