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넘쳐나는 여론조사, 믿어도 될까요?

2020 총선, 데이터로 팩트체크 ③ 2016년 총선 여론조사 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작성 2020.03.25 10:17 수정 2020.03.25 10: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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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면 여론조사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만큼 불신도 큽니다. 여론조사 기관은 물론이고, 이를 인용한 언론사나 기사를 쓴 기자를 타박하는 댓글도 많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여론조사들, 정말 믿어도 되는지 취재해달라는 요청이 저희 '사실은' 팀에 들어왔습니다. 수십 개 여론조사 기관들이 어떻게 조사하는지, 정말 편향적으로 조사하지 않는지, 하나하나 따지다가는 총선이 끝나버릴 것 같습니다. 도움을 드릴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과거 자료부터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총선 여론조사와 최종 결과를 비교해보는 겁니다. 이 둘을 맞춰보면 그 신뢰성을 조금이나마 검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별 여론조사가 아니라, 2016년 총선 직전 여론조사 3개월 치를 모두 모았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올라와 있는 여론조사 36건입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기간인 4월 7일까지, 전국단위의 여론조사들입니다. 그렇게 경향성을 분석한 뒤, 정당들이 당시 총선에서 실제로 받은 정당득표율과 비교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특정 여론조사'의 '수치'가 아니라, 분석 가능한 '모든 여론조사'의 '추이'로 최종 결과와 비교해보는 작업입니다. 현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의 지지율과 최종 정당 득표율이 기준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분석 결과부터 보겠습니다.
(CG : 안혜민 데이터전문기자)보기 좋으시라고 큰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빨간색이 새누리당, 파란색이 더불어민주당, 노란색이 정의당, 초록색이 국민의당 지지율입니다.

빨간색 영역은 중간에 살짝 올라가는 듯하다가 막판에는 하향형입니다. 파란색은 거의 비슷한 수평형으로 유지가 되고, 초록색 영역은 막판에 상승형입니다.

여론조사가 있었을 때, 순간순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걸 디테일하게 표현해 봤습니다. 휴대전화로는 가로로 보시기 불편하실 것 같아 세로형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이것도 불편하시면, 휴대전화를 가로로 눕히셔도 됩니다.

(CG : 안준석 디자이너)
STEP 1. 같은 공천갈등, 다른 결과

1월에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탄력을 받습니다. 35~45% 사이를 맴돕니다. 왜 이렇게 상승세인지 뉴스를 훑어보니까, 북한 핵실험, 광명성호 발사,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 '북한 변수'가 많았습니다. 보수층이 주요 지지 기반인 새누리당에게 북한 변수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당시 북한 변수가 이렇게 많았다는 걸 저도 분석하면서 알았습니다. 하지만, 3월부터 감소 추세입니다. '옥새들고 나르샤'로 상징되는 이른바 '공천 파동'이 있었을 때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30% 사이를 꾸준히 유지합니다. 당시 '정청래 전 의원 컷오프', '이해찬 대표 컷오프', '김종인 전 대표 셀프 공천 논란' 등으로 민주당도 공천으로 만만치 않게 시끄러웠지만, 지지율 추이로만 보면 상대적으로 영향은 덜했습니다.

두 거대 양당의 최종 결과는 여론조사 흐름과 흡사했습니다. 새누리당은 3월 초 최고점을 찍은 뒤 공천 잡음으로 확실히 하향 추세를 보이며,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35% 언저리였습니다.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은 33.50%가 나왔습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은 25% 정도에 머물렀고, 역시 총선의 정당 득표율은 25.54%였습니다. 지지 기반이 비교적 명확한 정의당도 3~4월 5~10% 사이에 있었는데, 최종 결과는 7.23%였습니다.

STEP 2. 상승과 하락의 갈림길…2016년 3월 23일

지난 총선 당시, 국회를 출입했던 터라 보충 설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천 내홍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습니다. 정청래 전 의원, 이해찬 대표 등의 컷오프로 친노와 비노의 대립도 거셌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가 초과 트래픽으로 다운됐고, 더불어민주당 시도당은 항의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정청래 의원 컷오프 하나로 한 여론조사 기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5%나 급락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여기에 김종인 전 대표는 비례대표 2번을 셀프 공천하고 노욕(老慾) 소리가 나오자 칩거했습니다.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에게 모두 실망을 안겨준 건 공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천 갈등이 한창이던 3월 여론조사 경향을 보면, 이미 말씀드린 대로 새누리당은 하향세고, 민주당은 비교적 부침 없이 쭉 갔습니다. 여러 맥락이 있을 겁니다. 새누리당은 '친박'이라는 주류가 '비박'이라는 비주류를 '탄압'하는 프레임으로, 민주당은 김종인 전 대표라는 외부자가 주류인 '친문'과 싸우는 '전사' 프레임으로 소비가 됐습니다. 새누리당 주요 지지층인 보수층은, 내홍에 이력이 난 진보층보다는 당내 갈등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여론조사 경향성의 관점에서 주목하고 싶은 건 3월 23일 이후입니다. 정확히 4년 전 이맘때쯤입니다. 모두 공천 갈등이 한창일 때인데, 이 시점을 시작으로 새누리당 지지율을 확실히 감소 추세가 두드러졌고, 야권 분열이란 말이 무색하게 민주당의 지지율 추세는 유지됐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율 감소의 반사 이익은 국민의당이 받았습니다.

여론조사 경향을 보고 그 언저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니, 3월 23일,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과 싸우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김무성 전 대표가 공천 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버리는, 그 유명한 '옥새 파동'이 벌어졌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비상대책위원들의 전원 사퇴했습니다. 셀프공천 논란 이후, 노욕(老慾)이란 말에 칩거에 들어간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한 백기투항이었습니다. 즉, 총선을 20일 정도 앞둔 2016년 3월 23일 언저리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갈등의 절정'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수습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정치적 환경은 온연히 여론조사 추이로 드러났던 겁니다.

달리 말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먼저 갈등을 마무리했고, 그렇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걸로 읽힙니다. 그 이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새누리당은 대구에 내려가 절하고, 지도부가 모여 노래까지 불렀지만, 국민들 마음 돌이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역시 선거는 '막판'이 중요합니다. 막판에 헛다리 짚으면 위험 부담이 큽니다. 어느 당이든 공천 과정에서 내홍은 불가피하지만, 이걸 얼마나 빨리 마무리하고 잘 수습하느냐가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지금 비례정당 때문에 시끄러운 데, 이 교훈,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STEP 3. 국민의당과 '여론조사 무용론'

문제는 국민의당입니다. 기존 여론조사와 간극이 컸습니다. 3개월간 10~15% 정도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며 26.74%를 기록했습니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왔습니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당시 여론조사가 '신생 정당'이라는 새로운 정치 환경을 기민하게 수용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의 정치적 기축 심리는 '양당 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수많은 여론조사들이 이런 관성을 전제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완전히 왜곡된 결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여론조사들의 경향성은 국민의당이 확실히 3월 중순부터 상승 추세라는 사실입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직전에는 20% 정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선뜻 결정을 못하다가, 선거가 임박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당 지지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나왔습니다. 개별 여론조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여론조사가 틀린 구석이 많을 수 있지만, 전체 여론조사를 한데 모아 추이와 경향성을 보면 결과 값에 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여론조사를 다 합쳐 분석하면 이번 총선 결과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결과는 "1주일 뒤에 공개합니다."

지금까지 데이터로 팩트체크였습니다.

(자료조사 : 김혜리,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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