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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 위원장이 "밤새서 만들라" 특별지시한 것은…

[취재파일] 김정은 위원장이 "밤새서 만들라" 특별지시한 것은…
동해안에 오래 머물던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으로 복귀했습니다. 코로나19로 피신해있다는 세간의 관측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에서의 첫 공개 활동으로 선택한 것은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참석. 평양종합병원은 평양 주민들을 위해 건설되는 현대적인 종합 의료보건시설입니다.

● 김정은 육성 연설 "10월 10일까지 종합병원 건설 끝내라"

김 위원장은 착공식에서 직접 육성 연설도 했습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올해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까지 무조건 끝내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 10월 10일이니 불과 200여 일 안에 모든 공사를 끝내라는 지시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참석 (사진=연합뉴스)
"방대한 공사를 이렇듯 짧은 시일 내에 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김정은 위원장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느냐 못 끝내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습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짧아서가 아니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토를 달지 말고 무조건 시간 내에 맞추라는 강압적 지시인 것입니다. 노동신문도 오늘(19일)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당 창건 75돌까지 무조건 끝내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 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세 가지 구호를 제시했습니다. 충성의 돌격전, 치열한 철야전, 과감한 전격전입니다. "속도전의 불바람"을 강조하며 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밤을 새워 건설에 매진하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주력하는 주요 건설사업에는 예전에도 한밤중에 불을 밝혀놓고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서 박수 갈채 (사진=연합뉴스)
● "건설 현장을 경쟁 분위기로"

김 위원장은 "건설 현장을 전투적 구호와 붉은 깃발로 뒤덮고…경쟁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각 구역을 맡은 건설부대들끼리 누가 빨리 건설성과를 올리는지를 경쟁을 시키라는 것입니다.

2016년 평양 려명거리 건설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는 70층 건물의 골조공사를 불과 74일 만에 끝냈다고 소개하고, 한 군인 건설자는 "매일 한 층씩 최고 18시간 만에 한 층을 올렸다"고 자랑했습니다. 또, 북한의 주요 건설 현장에는 각 부대별로 누가 더 빨리 건설성과를 냈는지를 경쟁시키는 도표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어느 부대가 얼마나 더 빨리 건설속도를 내는지, 각 건설부대들이 건설속도에서 앞서기 위한 경쟁을 벌이도록 하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지시인 셈입니다.
10월 완공 목표로 한 북한 평양종합병원 조감도
● "건설의 질도 높이라" 지시

그런데, 김 위원장은 속도전 외에 한 가지를 더 주문했습니다. "건설의 질을 높이라"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완전무결한 건축물을 만들자는 것이 당의 요구라면서 "공사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공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밤을 새워가며 공사 속도는 높이라면서 시공의 질은 보장하라는 지시. 김 위원장은 이를 "빨리 해야 한다고 하여 시공의 질을 낮추거나 질을 높인다고 하여 속도를 늦추는 것은 다 당의 사상과 요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속도도 높이고 질도 보장하라는 요구인 것입니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은 '절약 투쟁'을 언급했습니다. "시멘트, 강재, 목재를 비롯한 건설자재들을 극력 아껴 쓰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장 건설자들로서는 공사 자재는 최대한 아끼면서 공사 속도는 높이고 건물의 질은 보장해야 하는 수퍼맨이 되어야 하게 생겼습니다.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서 '첫 삽' (사진=연합뉴스)
● 무오류의 최고지도자, 골병드는 현장 실무자

김 위원장이 속도와 질 모두를 강조한 이상, 올해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까지 건설된 평양종합병원에 하자가 생겨도 김 위원장에게는 책임이 없습니다. 최고지도자가 건물의 질을 보장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실 공사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건물의 질을 보장하라는 최고지도자의 명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현장 실무자들의 잘못이 됩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무오류의 존재입니다. 최고지도자가 지시한 것에 오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공사 속도와 함께 건물의 질, 공사 자재 절약까지 모든 것을 언급했으니, 지시 자체로는 질못된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일선에서 집행해야 하는 사람들은 무오류의 최고지도자 앞에서 골병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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