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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핵무기 1% 안 되는 핵전쟁만으로도 지구촌 최악 식량난

인도와 파키스탄이 세계 핵 전력의 1%도 안 되는 핵무기를 갖고 국지적인 핵전쟁을 벌여도 인류는 현대 역사상 최악의 식량난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아무리 제한적이라고 해도 핵전쟁이 가져올 핵겨울의 여파로 강우량과 일조량이 줄고 기온이 떨어져 약 10년간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고 농산물 교역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인류가 만들어낸 기후변화보다 더 큰 충격을 가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럿거스대학과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 등에 따르면 세계 5개국 과학자 19명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를 유지해온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전쟁을 벌였을 때 지구의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양국이 각각 50기의 히로시마급 핵무기를 동원해 핵전쟁을 벌였을 때를 상정해 시나리오를 짜고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이는 세계 핵전력의 1%가 채 안 되는 것입니다.

세계 핵무기는 약 1만4천 기 중 95%를 미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150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구팀은 핵무기를 100개만 사용해도 약 500만t의 검은 연기(검댕)를 대기로 올려보내 적어도 5년 이상 지구 기온과 강수량을 각각 1.8도와 8% 줄이고, 일조량도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기후에서는 주요 작물의 생산량이 5년에 걸쳐 옥수수 13%, 밀 11%, 쌀 3%, 대두 17%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에도 5~10년은 더 영향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북위 30도 이상 지역에서 기온이 떨어지고 재배 기간 짧아져 미국에서는 옥수수 생산량이 20% 가까이 줄고 러시아는 감소량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밀과 대두 역시 급격히 감소하지만, 남쪽에서 주로 생산되는 쌀은 옥수수나 밀만큼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핵전쟁 첫해의 식량 손실은 약 12%에 달해 역사적 가뭄이나 화산 폭발 등으로 야기된 어떤 식량난 때보다 클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때 손실분은 국내 저장량과 교역 등이 완충작용을 할 수 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선진국이 자국 식량 확보를 위해 식량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식량안보가 확보되지 않은 나라를 중심으로 식량난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핵겨울의 여파로 작물 생산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미국과 캐나다, 유럽, 러시아, 중국 등 북부의 곡창지대지만 이로 인해 식량 생산이 줄면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곳은 남부의 빈곤 국가라고 강조했습니다.

논문 공동 저자로 참여한 럿거스대 환경과학과 앨런 로복 교수는 검댕 500만t 시나리오는 이미 10년 전에 나온 것으로 보수적으로 평가된 측면이 있다면서 양국의 확충된 핵전력을 고려할 때, 3배가 넘는 1천600만t의 검댕이 발생한다고 상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로복 교수는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전쟁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춰 양국에서 1억 명 이상이 숨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내놓은 바 있습니다.

논문 제 1저자인 요나스 예거마이어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 연구원은 핵겨울로 인한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는 식량 생산시스템에 기후변화보다 더 큰 타격을 준다면서 가뭄이나 홍수, 화산폭발 등으로 기록된 농업생산 차질의 네 배에 달하는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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