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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만 되면 반복되는 의원님들 '셀프' 선거구 획정…이래도 됩니까?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 논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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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4월 15일 치러집니다. 선거를 하려면 전국 지역을 몇개의 선거구로 나누고 그 선거구에 나설 후보들이 후보 등록을 한 후 선거 운동 등이 진행이 됩니다. 전국 지역을 몇개의 선거구로 어떻게 나눌지를 정하는 작업을 '선거구획정'이라고 부릅니다. 선거구획정안은 선거일 1년1개월(13개월)전까지 확정돼 국회에 제출돼야 합니다. 획정 작업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담당합니다. 독자 기관이긴하지만 혼자선 할 수 없습니다. 국회가 시도별 의원정수 기준과 인구 상하한선을 획정위에 전달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획정 작업을 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고 절차였죠. 

하지만 최근 선거에서 단 한번도 이 절차가 시한 내에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법정 시한을 1년 가까이 넘겨,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와서야 진행이 됐습니다. 이번 21대 총선 선거구획정 작업은 지난 선거때보다 더 문제가 많았습니다. 국회가 시도별의원정수와 인구상하한 기준을 결국 획정위에 전달하지 못했고, 획정위는 사상 처음으로 의원정수와 인구 기준까지 스스로 정한 자체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합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국회가 의견 안 줘도 알아서 잘해라?…게으름 부려놓고 획정위에 '큰소리'

지난 3월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획정위원장을 다그치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가득했습니다. 획정위가 만들어온 획정안이 공직선거법 25조를 명백히 위반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야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획정위가 4곳 분구, 4곳 통합으로 결정한 지역 중 서울 노원구는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인데 선거구가 통합돼 줄었던 겁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강남은 유지하면서 노원은 왜 줄이냐'고 다그쳤습니다. 미래통합당도 다르지 않습니다. 경기 화성시의 경우 기존 3곳에서 4곳으로 분구를 하겠다고 하자, 통합당은 "민주당에 유리한 화성을 굳이 쪼개는 이유가 뭐냐"고 획정위를 다그쳤습니다. 결국 국회는 획정위에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획정위는 이틀 만에 수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합니다. 수정안은 1곳 분구, 1곳 통합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노원구 통합은 사라졌고, 화성시 분구도 사라졌습니다. 

● 불법인 읍쪼개기 불사한 의원님들…'이번에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읍면동을 쪼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는데, 수정안에선 이 원칙이 무시됐습니다. 경기 화성시 봉담읍을 쪼갠 겁니다. 국회도 석연치 않았는지 이번 선거에 한한다는 시한부 조항을 달아 명분을 세웠습니다. 전남 순천, 강원도 춘천은 지역 일부를 인근 지역구에 떼어주게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유권자의 지역과 선거구의 이름이 서로 맞지 않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면 춘천은 6개 읍면동을 인근 지역에 떼어줬고, 남은 춘천 지역의 선거구 이름을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으로 정했는데 정작 이 선거구 내 유권자는 모두 춘천시민입니다. 

 매 선거 때마다 합의 미루다 벼락치기…숨은 의도는?

이런 일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번 선거 뿐만이 아닙니다.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은 37일 전에야 선거구가 확정됐고, 18대 총선은 47일, 19대 총선은 44일, 20대 총선은 42일, 21대 총선은 39일 전에야 선거구가 결정됐습니다. 매번 이유는 국회가 게으름을 부리고 합의를 미뤘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정쟁을 하느라 합의가 안된 이유도 당연히 있지만, 기성 정치인들의 의도적 미루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선거구가 늦게 결정될수록 정치 신인은 자신을 알릴 시간이 부족하고, 인지도가 높은 기성 정치인은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할 판단의 시간이 부족해지겠죠.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매 선거 마다 마지막에 와서야 선거구획정이 끝나는데, 끝날 때는 기존 의원들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에 따라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거 때면 반복되는 의원님들의 벼락치기, 유권자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글·구성 : 박수진 / 영상취재 : 조창현 최준식 / 편집 : 이형근 / 디자인 : 방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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