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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팬데믹'에 사로 잡힌 세계 경제…코로나19는 디플레이션 전조인가?

[취재파일] '팬데믹'에 사로 잡힌 세계 경제…코로나19는 디플레이션 전조인가?
● 코로나19에 멈춰선 세계 경제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인 대유행 '팬데믹'을 선언했다. 지난 1월 초 중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식 발표한 지 두 달 만이다. WHO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주 동안 13배가 늘어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WHO의 '팬데믹' 선언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가는 폭락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동안 유럽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면서 주가는 더욱 하락했다. 2001년 911 테러 때보다 심각한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금융시장 충격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얼어붙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는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발동한 데 이어 전국 상점에 '휴업령'까지 내렸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약국이나 슈퍼마켓, 주유소 같은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한 모든 상점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다. 스포츠나 문화행사는 모두 중단됐고, 관광지와 박물관 등은 물론 학교도 모두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스페인과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유럽 각지는 물론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와 호주, 뉴질랜드까지 코로나19는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사망자가 급증한 이란에서는 대규모 공동묘지도 등장했다.

코로나19가 파죽지세로 확산하자 각국은 잇따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항공편 감축에 이어 아예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140여 개 국가에서 확진자가 16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6천 명에 근접하는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만큼이나 각국의 이동제한과 검역, 공공시설 폐쇄 등 코로나 대응조치도 속도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운항중단으로 공항에 멈춰선 항공기 (자료화면)
코로나19의 무차별 확산과 이에 대응한 방역 조치가 강도를 더하는 만큼 경제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코로나19가 1918년 스페인 독감과 같은 충격을 준다면 올해 세계 총생산(GDP)이 최소 2조3천억 달러에서 최대 9조1천억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감염률을 10-30%, 치사율을 2~3%로 추산할 경우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1천5백만 명에서 6천8백만 명에 달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GDP의 10%가 감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발병해 신규 확진자가 크게 줄어든 중국의 경우 지금까지 감염자는 8만1천 명, 사망자는 3천1백 명 수준이다. 중국의 발표대로 코로나19가 지금 상태로 종식된다면 중국 전체 14억 인구의 0.0058%만이 감염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코로나19의 발원지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의 경우 전체 인구는 5천9백만, 지금까지 감염자가 6만7천 명으로 감염률은 0.11%에 그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추정은,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아주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세계 주요 금융회사 500곳이 가입한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5일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 1%로 낮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1.3%로 낮췄고, 중국은 5.9%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4%로 내렸다. 중국의 2020년 성장률 전망치는 5.7%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 OECD의 전망은 그러나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본격 확산하기 이전에 작성한 것으로,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유럽, 미주, 호주, 아프리카까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CNBC 방송은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중국의 2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추락했다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고 있다.
2월 주요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빨간색 중국의 PMI가 기준치 50 아래로 급락했다.
2월 주요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 빨간색 중국의 서비스업 PMI가 반 토막 났다.
● 코로나19 습격에 세계 경제 '수요-공급 충격' 딜레마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이용이 크게 줄어드는 이른바 수요 부문 충격(Demand Shock)이 발생한 가운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코로나19로 3개월 동안 마비되면서 원자재 조달-생산-판매의 글로벌 공급망도 붕괴됐다. 공급 충격(Supply Shock)과 수요 충격(Demand Shock)이 동시에 나타나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엘-에리언 알리안츠생명 수석경제자문은 "수요와 공급 두 측면의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로 자산가격이 펀더멘털보다 크게 높게 형성돼 있고, 금리도 0%대로 추가 인하 여력도 적은 상황이어서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유례없이 많은 돈을 풀면서 경기진작에 올인해 왔다. 그 결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급등했지만, 11년 동안 계속된 유동성 잔치에 부채도 그만큼 늘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풀린 달러화는 1조 달러에 불과한데,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풀린 달러화가 4조 달러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IIF가 집계한 전 세계 기업의 부채는 75조 달러로 2005년 32조 달러의 배를 훌쩍 넘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들은 부풀어 오른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이렇게 불어난 부채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백신 개발이 성공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생해 2003년 7월까지 8천96명이 감염되고 774명이 숨진 사스처럼, 코로나19도 계절이 바뀌고 방역 조치를 강화해 차츰 소멸하는 경로를 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은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희생을 최소화하고, 국가 간 이동 제한과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을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류 중단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상품 교역과 서비스를 위축 시켜 그만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 "금융위기와 다르다…관건은 조기 통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일자 기사에서 주가와 유가가 폭락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서둘러 금리를 인하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시장의 모습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점이 있지만, 지금의 세계 금융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하락폭이 2008년 금융위기 때의 59%보다 작고, 지금 금융시스템이 훨씬 더 건전하다는 진단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 버블 붕괴와 금융부실로 초래된 금융시스템 내부의 문제였지만, 이번 금융불안은 아직 발생하지 않는 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촉발한 것으로 코로나19가 촉발하고 있는 위험은 6개월 후면 상당 부분 해소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전염병은 창궐할 당시에는 큰 혼란과 두려움을 수반하지만 일단 극복하고 나면 회복도 빠르다는 것이다. 전염병을 빨리 통제하고, 경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기초체력을 유지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행 2020 경제 전망
2019년 전 세계의 GDP 규모는 88조 달러, 한국의 경제 규모는 1조6천억 달러다. 작년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한국의 GDP는 1조6천억 달러로 전년도보다 4.6%가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와 수출이 증가하면서 성장률이 지난해 2.0%에서 올해는 2.1%로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수가 1.6%p, 수출이 0.5%p 성장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3일 한국은행이 경제 전망을 하면서 전제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0%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올 세계 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전망치처럼 1%대로 떨어진다면 경제성장의 4분의 1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상당 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세장 접어든 미국 S&P 500 지수
미국의 주가가 최고치 대비 20% 이상 하락하자 뉴욕 월가는 미국의 주가가 11년 동안 계속된 사상 최장 기간의 강세장을 마무리하고 약세장(Bear market)에 접어들었음을 공식화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가가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접어든 것은 모두 13번, 약세장은 평균 362일 동안 계속돼 주가는 평균 32%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관심은 이번 약세장이 불황으로 이어질 것인가의 여부이다. 약세장이 불황으로 이어진다면 주가 하락폭은 더 커지고, 침체 기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를 얼마나 빨리 통제할 수 있는가이다. 중국과 같은 강력한 전염 차단 대책을 쓴다면 단기적인 경제적 충격은 크겠지만 바이러스를 조기에 차단해 경기회복의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와 다르다면서도, 에너지와 항공, 여행업 등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심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사상 최저 금리와 유동성 공급에도 유럽의 은행들이 미국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공포'와 '탐욕' 사이를 오가는 투자심리는 지금 극도의 '공포'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세계 경제의 앞날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얼마나 조기에 차단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20명대로 줄어든 중국은 멈춰선 공장을 재가동하고, 대규모 공원과 테마파크도 속속 문을 다시 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바19가 확산하면서 이동제한과 국경봉쇄, 공공시설에 대한 폐쇄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와 여행사 등은 무급 휴직에 이어 감원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생산량 조절 합의에 실패하면서 원유가격이 폭락해 산유국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주 한 기업의 임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받아 당황스럽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면서 유동성 잔치를 계속해온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줄고, 국가 간 교역이 감소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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