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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철조망 절단 때 경보음 먹통…5분 대기조 늑장 출동

지난 7일 민간인들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 침입할 당시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CCTV의 능동형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5분 대기조'는 늑장 출동하고, 보고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해군의 감시·보고체계와 상황 조치에 총체적인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7일 발생한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 침입 사건과 관련해 8일부터 11일까지 제주기지와 상급부대인 3함대사령부에 대한 합동검열에 나서 이런 내용의 검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군은 책임자인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의 보직해임과 함께 지휘 책임이 있는 3함대사령관(소장) 등 관련자에 대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합참에 따르면 민간인 4명이 지난 7일 오후 2시 13분 제주기지 외곽에 설치된 직경 4㎜ 철조망을 절단했고, 이 중 2명이 기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경보음이 울려야 하는 CCTV 능동형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CCTV는 지난해 12월 성능이 떨어져 신형 장비로 교체했으나, 기존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아 단순 촬영·녹화 기능 외에 핵심 기능인 능동형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민간인 2명이 기지 안으로 무단 침입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인접 초소 근무자가 근무 교대 후 복귀하는 과정에서 철조망이 가로 52㎝, 세로 88㎝ 사각형 모양으로 절단된 것을 확인하고 당직사관에게 처음 보고했습니다.

오후 3시 23분부터 50분까지 당직사관이 현장을 확인하고 무단 침입 민간인을 만나 이동을 제지했습니다.

이어 오후 3시 52분 기지 5분 대기조에 출동을 지시했고, 철조망 절단 뒤 2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4시 3분 5분 대기조가 현장에 도착해 민간인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5분 대기조에 출동을 지시하고,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데도 상황실 근무자가 상황 조치를 누락해 늑장 출동했습니다.

이어 오후 4시 7분부터 16분 사이 상급부대인 해군 3함대와 해군작전사령부, 합참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검열단이 기지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무단 침입한 민간인은 오후 2시 16분부터 오후 3시 50분까지 1시간 34분 동안 아무런 제지 없이 기지 안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합참은 "50m 정도 떨어진 인접 경계초소에서는 감시 사각 지역이 발생하여 무단 침입자가 경계 펜스를 절단하고 침입하는 행동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경계용 CCTV에는 포착됐으나, CCTV 감시병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CCTV 능동형 감시 기능이 작동했다면 움직임이 포착됐을 때 경보음이 울려 감시병이 이를 발견했겠지만,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감시병 2명이 70여 개 모니터를 감시하는 근무 체계는 한계가 있었다고 합참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합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군은 국가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고 수준의 조치가 이뤄지는 엄중한 상황에서 제주기지 경계작전 문제로 국민적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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