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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그래도 봄…'식물의 책'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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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33 : 그래도 봄… '식물의 책' – 이소영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그냥 인사말이 아니라, '진짜 안녕한지' 묻는 말이 된 요즘입니다. 3주 전 까뮈의 페스트를 읽어드릴 때만 해도, 코로나가 남의 얘기 같았는데, 그 사이 덜컥 우리 얘기가 돼 버린 듯합니다.

그래도 자연의 시간은 차곡차곡 흘러서, 어느덧 3월의 한가운데예요. 꽃은 피고 새순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들 지치고 마음이 무거운 요즘, 책으로나마 싱그러운 기분을 드리고 싶어 '북적북적' 이번 주는 초록초록 상콤한 책을 소개합니다.

'식물의 책 -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 식물 이야기'(책 읽는 수요일 펴냄)입니다.

식물세밀화가이자 원예학자인 이소영 작가님의 '식물 이야기'는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다 알지는 못했던, 혹은 너무 흔해 보여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식물 40여 가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언뜻 개나리는 외국 수종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개나리 Forsythia koreana(Redher) Nakai의 종소명이 '코레아나 koreana'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식물이라는 뜻이겠죠. 개나리는 우리나라 원산의 자생식물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 밖에 없는 특산식물이라는 거예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한다니 의외죠?
-'식물의 책'中


'식물의 책'에서 이소영 작가는 글과 세밀화로 식물에 얽힌 사연을 전합니다. 그래서 활자만 있는 책 보다 '보는' 재미가 큽니다.

혹시 '사진이나 동영상도 흔한 요즘, 왜 식물 세밀화가 필요한 걸까?' 의문이 드시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사진과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사진이나 동영상은 개별 개체의 모습만 담죠. 그러다 보니, 그 개체의 특징은 포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종' 전반의 공통된 특징은 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같은 '종'이어도 개별 개체는 다 다르게 생겼잖아요. 식물세밀화는 식물 한 종 한 종을 최대한 많이 관찰해서 공통적인 특징을 잡아 그린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관찰 시간이 오래 걸린대요. 예를 들어, 꽃과 열매를 한 번에 볼 수는 없잖아요.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히니까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0년 20년까지도 그 서식지에 가서 관찰을 하고 채집을 해 현미경으로 자세히 보고, 기존에 그렸던 세밀화에 오류가 있으면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보통 식물이 기온 변화를 감지하고 꽃을 피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온도의 영향뿐만 아니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바로 해의 길이입니다. 이를 '광주기성'이라고 하는데요. 길어진 낮이 길이를 통해 식물들이 계절을 인식하는 거죠 플로리겐이라는 호르몬 덕분에 가능해요. 온도와 영향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기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겨울을 온전히 지내고 나서야 꽃을 피울 수 있어요. 겨울의 낮은 온도에 노출되어야 꽃의 분화가 일어나고, 그래야 봄에 꽃이 피는 거거든요.
"추우면 힘들긴 하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어." 만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대사예요. 이와 마찬가지로 식물도 겨울을 났기 때문에 비로소 봄에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식물의 책' 中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만나기도 멀리 봄맞이를 가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이따금 나서는 산책길에 봄꽃을 만나게 되겠지요. 조금 더 알고 보면 또 다르게 보일 듯합니다. '식물의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내고 꽃을 피우는 식물 이야기에 힘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힘든 시기, 책으로나마 숲에 온 기분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낭독을 허락해주신 이소영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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