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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로 이사하기도 어렵네…운송업체들 "확진자 많다" 손사래

경북 구미에 사는 A(52)씨는 최근 자녀들이 대구에 있는 직장에 취업하면서 지난 7일 대구로 어렵사리 이사했습니다.

애초 A씨는 구미의 한 이삿짐센터에 운송 예약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삿날을 불과 며칠 앞두고 갑작스럽게 업체로부터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아 예약을 취소해야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결국 A씨는 구미에서는 업체를 찾지 못해 대구에 있는 이삿짐센터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날짜는 겨우 맞췄지만, 계획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야 이사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어제(9일)0시 기준 5천571명에 이른 가운데 다른 지역 이삿짐센터들이 대구로 이삿짐 운송을 거부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부산에 사는 B(40)씨도 이달 말 대구로 이사할 예정입니다.

그는 경남 김해에 있는 이삿짐센터와 계약했지만, 곧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많아져 도저히 못 가겠다는 이유였습니다.

B씨도 결국 인터넷에서 대구지역 업체를 다시 찾아 가까스로 예약을 마쳤습니다.

이처럼 대구로 이사하려는 이들이 운송업체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기존 거주지가 아닌 대구 소재 업체에 운송 예약을 하는 기현상도 벌어집니다.

통상 이사할 때는 자신이 살던 지역 업체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한 이사업체 관계자는 "최근 하루에 한 번꼴로 '다른 지역 업체와 계약이 취소됐으니 좀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는다"며 "이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구에 있는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다른 지역 이사업체 작업자들이 대구에 안 오려고 해 '대신 이사 작업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여러 번 받았다"고 했습니다.

황철 한국포장이사협동조합 이사장은 "보통 이사할 때는 기존에 살던 동네 이사 업체와 계약을 하는데, 이사 가는 지역의 업체와 계약하는 상황은 처음"이라며 "서울에서도 작업자들이 대구로 가길 꺼려 위약금을 물면서도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대구지역 업체들이라고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달 이사 문의는 그나마 이어지고 있지만 4∼5월 견적 문의는 작년보다 절반 정도 줄었다고 합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 업체들도 기대를 접었는지 홍보를 거의 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구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인 50세 이상 작업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일을 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작업자가 부족해 아예 휴업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구의 한 이사업계 관계자는 "50세 이상 작업자들이 빠지면서 전체 작업자 수가 30% 정도 줄었다"며 "이삿짐 포장·운송작업은 팀으로 하기 때문에 한두 명만 빠져도 운영이 안 된다. 지점장까지 현장에 투입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구로 이사하려는 이들 역시 나름대로 감염 걱정이 큽니다.

대구 시민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서 대구 내에서의 이사도 뚝 끊겼다고 합니다.

대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대구로 집을 보러 오지 않지만 대구 내에서도 집을 보려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집을 내놨다가 안 팔린 사람들은 매매를 보류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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