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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입주도 미루는 대학생들…월세 아까워 "방 빌려드립니다"

자취방 입주도 미루는 대학생들…월세 아까워 "방 빌려드립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이 모(19)씨는 지난달 학교 근처 원룸형 오피스텔을 계약했으나 아직 이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1일 입주하기로 하고 월세 40만 원을 납부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이 30일까지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한 달치 방값 40만 원을 그냥 날린 셈이라 한숨만 나온다"며 "입실 날짜 연기를 요청하고 싶지만 오피스텔에 나 말고 다른 학생들도 많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 본격화로 대학 개강이 연기된 데 이어 개강 이후 강의도 당분간 온라인으로 대체되자 미리 자취방·하숙집 등을 구해둔 학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3월 한 달간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할 이유가 사라진 데다 감염 우려로 이삿짐을 옮기기도 어렵다 보니 수십만 원에 달하는 월세를 그냥 날리는 셈입니다.

모 여대 재학생 강 모(26)씨는 "이 근처는 집세가 비싸서 한 달에 관리비 15만 원까지 총 80여만 원을 내는데, 학교 열람실·도서관도 사용할 수 없어 본가에서 지내고 있다"며 "월세를 깎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인근에 급하게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2주 정도 방을 빌려주고 돈을 받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에 따르면 최근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월 중 '방을 임시로 빌려준다'는 글이 잇따른다고 합니다.

강 씨는 "나처럼 빈집에 내는 월세가 부담스러운 상황에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원룸이 아닌 하숙집·셰어하우스 등 공동거주 형태의 집을 계약한 학생들은 더 난감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실한 상황에서 다른 거주자들과 거실·화장실 등을 공유하거나 식사를 같이하기가 꺼려지는 탓입니다.

서울 한 대학 인근 하숙집에 살 예정이라는 신입생 조 모(20)씨는 "3월 월세에 아침·저녁 식사비까지 포함돼 있는데 코로나19 우려로 이사조차 못 했다"며 "하숙집 관리인에게 4월로 입실일을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대학가의 하숙집과 셰어하우스에는 학교가 본격 개강할 때까지 입실 날짜를 미뤄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감염 우려를 이유로 드는 학생들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어렵지만, 당장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어 관리자들도 울상입니다.

모 여대 인근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배 모(61)씨는 "입실 예정이던 학생들이 다들 3월 말로 날짜를 연기해달라고 한다"며 "입주 후 감염이라도 되면 부모들은 하숙집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건강과 연관된 문제라 요청을 다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셰어하우스 운영자 김 모(45)씨도 "2월 중순 6명이 계약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전원이 입실을 한 달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사태가 심각하니 손해를 감수해야지 어쩌겠냐"고 했습니다.

한 대학 서울캠퍼스 인근 하숙집 관계자는 "방학 때 중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들도 한국으로 못 돌아와 보관료만 내고 집을 비워둔 상태"라며 "여기에 한국인 학생들의 입실까지 미뤄주기에는 타격이 큰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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