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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관중 도쿄올림픽' 아베의 선택은?

이것이 도쿄올림픽 ⑫

[취재파일] '무관중 도쿄올림픽' 아베의 선택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오는 7월 24일 개막하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사상 최초로 관중 없이, 즉 '무관중'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곳저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 그리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최근 도쿄올림픽의 정상적 개최가 불가능할 경우 '무관중 올림픽'이 될지 모른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지난 2일 영국 사이클 대표팀의 경기력 강화 감독인 스테픈 파크가 '무관중 올림픽'을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지만 며칠 만에 분위기가 확 변한 것입니다.

도쿄올림픽의 운명을 결정할 힘을 갖고 있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추측의 불씨에 기름을 붓지 않겠다"며 취소나 연기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르겠다며 복선을 깔아놓았습니다. 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 모종의 결단을 내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코로나19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고 더 확산한다면 WHO가 이달 안에 '팬데믹'을 선언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도쿄올림픽의 앞날과 관련해 국내 여러 전문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를 포함해 올림픽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의 견해와 해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결국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로 정리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스위스 로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올해 가을로 연기?

코로나19가 5월 말까지 가라앉지 않으면 도쿄올림픽을 오는 10월 이후로 연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미 프로농구, 미국 프로풋볼,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과 겹쳐 미국 내 독점 중계권사인 NBC가 반대할 것이 확실합니다. NBC가 전 세계 올림픽 중계권료의 절반 이상을 내놓기 때문에 발언권이 절대적입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프로축구도 한창 시즌 중입니다. 숙박과 항공권 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든 각종 예약도 전부 연기해야 합니다. 수조 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 막대한 손실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입니다. 따라서 도쿄올림픽 개막 시기를 올해 가을로 연기하는 것은 IOC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 내년 7월로 연기?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맺은 계약서에는 올해 말까지 도쿄올림픽을 치르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만약 양자의 합의로 내년 7월로 연기한다 해도 도쿄 조직위는 수천억 원의 예산을 필요 이상으로 더 써야 합니다. 신축한 선수촌도 문제입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면 일반인들이 입주할 예정인데 올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하면 입주도 늦춰야 하고 1년이나 수십 동의 아파트를 비워둔 채 관리해야 합니다. 게다가 내년 여름에는 세계육상선수권, 세계수영선수권,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대규모 국제대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내년 7월로 연기하는 것은 가능성이 더 떨어지는 시나리오입니다.

● 다른 도시로 변경?

2020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영국 런던이나 다른 도시로 변경하는 시나리오입니다. 런던의 경우 2012년 올림픽을 치른 경험이 있어 경기장 등 인프라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숙박입니다. 특히 1만 명이 넘는 선수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 일반 호텔이 아닌 경비가 삼엄한 선수촌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선수촌을 2~3개월 안에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다른 도시로 갑자기 개최지를 변경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카드입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 도쿄올림픽 전면 취소?

도쿄올림픽을 전면 취소할 경우 IOC나 일본 정부 모두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먼저 IOC는 중계권료와 각종 스폰서 비용을 합쳐 약 5조 원가량을 잃게 됩니다. 물론 IOC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상받을 금액은 상당히 부족할 게 확실합니다. 또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게도 치명적입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처음으로 올림픽을 못 치른 수장이란 오점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그의 8년 임기는 내년에 끝납니다. 규정에 따라 임기 연장(4년)을 위한 선거에 나설 수 있는데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그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도쿄올림픽 준비에 20조 원 이상을 쓴 일본 정부로서도 전면 취소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입니다. 무엇보다 올림픽을 위해 땀을 흘려온 전 세계 200여 개국 선수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됩니다.

4가지 시나리오를 제외하면 남는 것은 결국 '무관중 올림픽'뿐입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이 방안을 IOC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HO가 5월 안에 '팬데믹'을 선언할 경우 IOC는 어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단은 '취소' 아니면 '무관중 올림픽' 2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베 신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상 처음으로 '무관중 올림픽'이 실제로 이뤄질 것인가 여부는 일본 정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베 신조 총리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정상 개최를 최대한 추진하되 안 되면 올해 10월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올림픽의 모토로 '부흥과 재건'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올해 관광객 4천만 명 유치라는 야심찬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들에게 '무관중 올림픽'은 전면 취소나 별반 다르지 않는 '악몽'임에 틀림없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IOC가 만약 일본 정부에 '무관중 올림픽'을 제의할 경우, 아베 총리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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