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코로나 위기, 더 튼튼한 대한민국을 만들자

박원희 | 동강의료재단 동강병원 이사장

SBS 뉴스

작성 2020.03.07 11:01 수정 2020.03.07 13: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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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지난달 27일, 코로나19의 울산 11번째 확진자는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의사였다. 울산대학교병원은 방역을 위해 주말 동안 센터를 폐쇄하기로 했다. 인구 116만인 울산에서 중증 응급진료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은 울산대학교병원과 우리 병원뿐이었다. 울산대학교병원 폐쇄 소식에 주말을 앞둔 금요일, 긴급회의가 열렸다.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센터가 폐쇄한 상태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증 환자를 치료할 대형병원은 울산에 동강병원 하나입니다. 응급환자가 평소보다 몰릴 수 있고, 감염 환자로 의심되는 경우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판단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중증 응급환자라면 열이 나더라도 일단 치료하기로 합시다."

"만약 양성 확진이 나오면 어떻게 됩니까?"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질문이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에 양성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생기면 그 시각부터 응급센터는 폐쇄되고 근무자는 전원 그 자리에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역학 조사와 방역이 진행될 겁니다."

위중한 환자가 있으면 일단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결론이다. 문제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보건소를 통해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면 여섯 시간 남짓 걸린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처럼 확진자가 많은 지역의 경우 검체가 밀려 12시간 이상 또는 꼬박 하루가 걸리기도 한다.

코로나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도착했는데 생명이 위태롭다면? 하지만 격리실이 이미 차 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원내 중환자실이나 시술실로 들일 것인가?

결국, 의료진의 정확하고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 폐렴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CT 검사도 도움이 된다. 확진자의 CT 영상에서 대개 폐에 갈아놓은 유리와 비슷한 음영 즉, 간유리음영이 보였다는 발표가 있었다. (* CT는 검사시간이 10분 정도로 짧다.)

중증 응급환자 중에 코로나 양성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선별 진료소와 응급센터의 혼잡, 보호자와 벌어질 수 있는 다툼에 대비해 주말 동안 응급센터에 간호, 행정, 보안요원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렸다. 그러면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을 대비해 별관 한 층을 코로나19 임시 격리병동으로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법규에 따라 응급의료센터에 음압격리실 한 개, 일반격리실 두 개, 그리고 일반입원병동에 두 개와 중환자실에 한 개의 음압격리실을 설치했었다. 음압이란 음(-)의 압력으로 흡입해 당긴다는 뜻이다. 방 안에 시설을 통해 공기를 빨아당겨 세균 등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장치다. 평소 쓸 일이 적으므로 당시엔 비용과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이마저 모자란 실정이다.

당장 음압격리실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구와 경북처럼 갑자기 대규모로 감염병 확진자가 생기는 경우에는 뉴스에 나왔듯 컨테이너 같은 임시 진료소가 필요할 것이다. 다행히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설치한 격리 진료실, 시로부터 지원받은 천막 등 임시 선별진료소를 위한 비품이 이번에 매우 유용했다. 직원들에게도 사스와 메르스 때의 기억이 남아 있어 비교적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메르스 사태 전과 후, 달라진 응급실의 모습을 직접 그려봤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의료인들을 비롯한 병원 직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2015년의 메르스 사태 경험 없이 이번 사태를 겪었으면 훨씬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사람이나 조직이나 국가가 마찬가지인가보다. 그러고 보니 백신의 원리도 비슷하다. 약한 병원체를 몸에 넣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백신 개발이 한창일 것이다.

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위기 대응력을 키우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잘 끌어내 오래 간직했으면 한다.

* Correlation of Chest CT and RT-PCR Testing in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in China: A Report of 1014 Cases.  Tao Ai, Zhenlu Yang, Hongyan Hou, Chenao Zhan, Chong Chen, Wenzhi Lv, Qian Tao, Ziyong Sun, Liming Xia (Radiology. Published online on 26 February 2020)

* Chest Radiographic and CT Findings of the 2019 Novel Coronavirus Disease (COVID-19): Analysis of Nine Patients Treated in Korea. Soon Ho Yoon, Kyung Hee Lee, Jin Yong Kim, Young Kyung Lee, MD, Hongseok Ko, Ki Hwan Kim, Chang Min Park, and Yun-Hyeon Kim (Korean Journal of Radiology. Published online on 26 Februar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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