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마스크, 효과적인 재사용 방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의 필수품인 보건용 마스크의 '품귀'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 방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한 번 사용한 마스크에는 침이나 다른 불순물이 묻어 세균이 증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소독이 필요합니다.

이에 사용한 마스크를 알코올에 담근 후 말리거나 물로 세탁하는 방법이나 헤어 드라이어로 건조하거나 전자레인지로 소독하는 방법, 자외선을 쬐어 소독하는 방법 등이 제안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같은 소독 방법의 실효성을 두고 다양한 견해가 제기됩니다.

"말리든 소독하든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사라지지만 필터는 기능이 다 하면 복구가 안 된다"며 재사용을 반대하는 주장과 "산수만 해봐도 전 국민이 깨끗한 마스크를 매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코올로 소독하면 필터 손상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혼재돼있습니다.

결국 마스크 재사용 논란의 핵심은 마스크에 묻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소독하면서 필터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소독 방법이 있냐는 것입니다.

정부는 일단 알코올로 소독하거나 물로 세탁하는 방법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일 마스크 사용 개정 지침을 발표하면서 "정전기 필터 성능이 떨어지므로 헤어 드라이어를 이용해 건조하거나, 전자레인지 또는 알코올 소독, 세탁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이 같은 방법이 부적절하다고 경고한 것은 소독 과정에서 마스크의 핵심 기능인 필터의 성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마스크 필터는 정전기를 이용해 필터 표면에 바이러스가 달라붙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차단합니다.

이런 필터를 알코올로 소독하거나 세탁할 경우 소재가 훼손돼 정전기를 일으키는 기능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바이러스 차단 효과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오늘(5일) 언론 통화에서 "식약처가 직접 실험한 결과 보건용 마스크를 알코올로 소독하거나 물로 세탁할 경우 정전기 필터의 기능이 3분의 1 정도 저하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알코올의 화학성분이 필터 소재를 훼손하고, 세탁 과정에서 필터가 물리적으로 손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헤어 드라이어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한 소독 방법도 마찬가지로 필터를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식약처는 고온의 열을 직접 마스크에 가하는 과정에서 필터가 녹거나 변형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자외선 소독기를 활용한 소독은 필터를 훼손하지 않고도 마스크에 묻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아직 식약처가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실효성을 검증한 상태가 아니어서 바이러스나 세균을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까지 사멸시킬 수 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재사용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변형시키지 않은 채 살균할 수 있는 자외선 소독기가 대안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톨릭 의대 예방의학과 김현욱 교수는 언론 통화에서 "자외선 소독기에 의한 마스크 소독 방법은 이미 메르스나 사스 사태 때 외국에서 충분히 연구된 바 있다"며 "자외선의 강도에 따라 5분에서 30분 이내에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면서 마스크 필터는 훼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동훈 서울새로운내과 원장도 "여러 마스크 재사용 방법 중 그나마 자외선 소독이 필터 기능을 훼손하지 않아 쓸만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다만 "마스크는 일회용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재사용 자체를 권장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외선 소독기는 햇볕에 말려 소독하는 방법보다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햇볕으로 건조하는 방법은 장시간이 소요되고 바이러스 제거에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퇴근 후 자외선 소독기에 마스크를 넣고 다음 날 출근할 때 꺼내 쓰는 방식으로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마스크를 여러 번 재사용하면 습기의 영향으로 필터의 정전기가 감소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필터의 바이러스 차단 효율이 감소한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며 "사용 횟수를 10회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