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장애인 격리 - 코로나가 들춘 대한민국의 민낯

최정규 |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

SBS 뉴스

작성 2020.03.05 11:03 수정 2020.03.05 14: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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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는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던 정신 장애인 A씨였다. 5층 폐쇄병동에는 102명이 입원해 있었는데, 그 중 100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었고, A씨를 포함한 7명의 정신 장애인들이 코로나19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은 4층이지만 층수 표기에 죽음을 의미하는 '4'를 사용하지 않고 '5'를 사용한다.)

정부는 치료를 위해 음압병실(1인 1실)로 옮긴 일반 확진자들과 달리 대남병원에 있는 정신 장애인분들은 그냥 대남병원에서 '코호트 격리'하여 치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신질환과 코로나19 감염을 동시에 치료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 코호트(cohort) : 로마 군대의 세부조직 단위를 일컫는 단어였는데, 사회학에서 이 단어를 빌려 같은 시기를 살아가면서 특정한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집합을 '코호트', 그런 해석 방법을 '코호트 분석'이라고 불렀다. 이런 '코호트'라는 단어가 격리(isolation)라는 단어와 합쳐져 감염질환을 막기 위해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를 일컫게 되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4일 장애인거주시설 코로나19 관련 대응방안 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는데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있었다.

최정규 인잇
이틀 뒤 장애인단체는 정신과 폐쇄병동과 장애인시설에 대한 정부의 '코호트 격리' 결정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 구제를 요청했고, 정부도 기존 방침을 바꿔 대남병원에 있는 모든 정신 장애인분들을 국립정신건강센터를 포함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처음부터 이런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당시 사망자 7명 중 일부라도 죽음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인한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부족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위와 같은 정부의 코호트 격리 방안은 불가피한 조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장애인에 대한 격리 조치는 코로나19 발병 이전에 이미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도 자립할 수 없고, 가족들이 자립을 책임지지 못한 3만 명의 장애인들은 이미 지역사회를 떠나 장애인거주시설이나 정신요양시설에 격리되어 있다. 코로나19 집단 발병이라는 국가의 위기적 상황이 아님에도 말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가 아닌 장애인거주시설 등에 거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장애인이 시설에 격리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2008년에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는 장애인도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하여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협약의 당사국은 장애인이 이러한 권리를 완전히 향유하고 지역사회로의 통합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탈시설 전략수립'을 권고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당시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조성'을 약속하였지만 구체적 방안을 수립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작년 8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무총리에게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하라는 정책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장애인이 시설에 격리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사진은 연합뉴스)
최근 장애인들이 정부로부터 '코호트 격리'당하는 것을 바라보며 2014년 '신안군 염전노예사건'이 떠올랐다. 그 당시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전남 신안군 등의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 감금, 폭행 등을 당하는 피해 장애인들을 구출했고, 그들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은 20여명 의 무연고 장애인들은 목포에 있는 노숙인 쉼터에 데려다 놓았다.

그렇다면 노숙인 쉼터에 있었던 피해 장애인들은 현재 어디에 계실까? 충격적이지만 그들 중 일부는 아직 노숙인 쉼터에 그대로 계신다. 국가는 그들을 노동력 착취 범죄 현장에서 구출했다고 말하겠지만 피해 장애인 입장에서는 '구출'이 아니라 노숙인 쉼터에 '격리'당한 것이 아닐까?

2018년 5월 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끝나지 않은 숨바꼭질, 신안 염전 노예 63인> 방송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노숙인 쉼터에 계신 피해 장애인을 찾아간 취재팀에 노숙인 쉼터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피해 장애인을 찾아온 국가 · 지자체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관심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누구도 관심이 없는거죠
최정규 인잇


2014년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 당시 우리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섬에 갇혀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러나 피해 장애인들은 여전히 노숙인 쉼터에 격리되어 있고, 지역사회에 정착할 방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신안군 염전노예사건과 같은 장애인 학대사건, 코로나19 사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코호트 격리 사망이라는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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