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구 급파 신임 간호 장교들…그들에게 미안한 진짜 이유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3.04 11:44 수정 2020.03.05 15: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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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대구 급파 신임 간호 장교들…그들에게 미안한 진짜 이유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 장교 75명이 코로나 19 종식을 명 받고 대구로 급파됐습니다. 대구 지키라는 명령에 순간의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흠집 한 톨 없이 반짝이는 소위 계급장 달고 코로나 19 전선(戰線)으로 달려갔습니다.

두려움 없는 눈빛은 전사를 닮았습니다. 가족들과 따듯한 밥 한 끼 못 먹고,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뒷모습에서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금언이 읽힙니다.

확진자 급증, 마스크 품귀로 녹초가 된 국민들이지만 영웅들을 향해 마음속으로나마 일제히 박수를 보냈습니다. 앳된 초임 소위들에게 어려운 곳의 막중한 임무 맡겼으니 한결같이 미안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들을 보냈을까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오죽했으면… 대구로 추가 파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군의 간호 인력이 바닥났을까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일찍이 군 간호 인력 89명을 보냈고 아직도 1,000명 이상 남아있습니다. 전방 대구로 떠난 60기 막내 75명의 뒤편 후방에는 1,000명 이상의 선배 간호 장교, 간호 군무원들이 있습니다. 실전 경험 없는 막내 75명 대신, 백전노장 선배들이 소수 정예로 뛰어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선배 간호 장교들을 보내자는 의견이 군 내 논의 과정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특히 군 의료를 책임지는 지휘관들이 노련한 간호 장교의 파견을 주장했습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60기 막내들이 대구로 보내졌습니다. 선배 장교들은 그래서 최전선으로 떠난, 학생 티 역력한 초임 장교들의 뒷모습에 미안하고 불편합니다.

● 60기 75명 급파…어떻게 결정됐나

국방부에 따르면 군 간호 인력은 의무사령부와 육해공군을 통틀어 간호 장교 835명, 간호 군무원 303명 등 모두 1,138명입니다. 이 가운데 간호 장교 83명, 간호 군무원 6명이 이미 대구로 파견됐습니다. 남아있는 간호 인력은 1,049명입니다. 어제 졸업한 간호사관학교 60기 75명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입니다.

대구로 누구를 몇 명 보낼지는 지난주 국방장관 주재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에서 결정됐습니다. 이때 한 지휘관은 "의무사령부와 육해공군의 간호 장교, 군무원 중 차출해서 추가 인력을 보내자"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입장을 밝힌 지휘관은 또 있었습니다. 굳이 60기 막내를 차출하지 않더라도 가용(可用)한 인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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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관학교 60기 초임 소위들이 대구에서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의견은 다를 수 있다"며 "추가 파견 간호 장교들은 민간 병원이 아니라 대구국군병원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60기 막내 파견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초임 간호 장교들이 낯선 민간 병원에서는 적응하기 힘들지만 선배 장교들이 있는 대구국군병원에서는 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이 고위 관계자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득세했고 결과적으로 60기 막내 75명을 대구로 파견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현역 장교들은 이번 의사 결정 과정을 비합리적이었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한 장교는 "선배 간호 장교들도 다들 바쁘지만 명령이든 자원이든 추가 파견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정규군 전력이 충분한데도 학도병 내보내는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른 장교는 "부디 국방부와 예하 직할부대, 육해공군의 논의로만 이번 결정이 이뤄졌기를 바란다"며 외부의 정치적 개입을 우려했습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간호사관학교 60기들에게 "선배로서 미안하고 면목없다"고 말했습니다.

● 코로나 19 정책의 이행…어떤 게 옳은가

코로나 19 종식이라는 정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75명 못 미치는 소수라도 능숙한 간호 장교들을 대구에 파견하는 게 상책입니다. 60기 막내들이 임상 실습으로 단련됐다 한들, 실전 경험으로 무장된 선배 간호 장교들만 못합니다. 선배 간호 장교 1명이 초임 장교 여러 명의 몫을 할 수 있습니다. 선배 장교들은 60기처럼 75명씩 안 가도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전략전술에 따른 전력 투입 순서를 따져 봐도 숙달된 전력이 우선입니다. 병아리 장교들의 대대적인 투입은 군 간호 인력이 바닥을 드러낸 절망적 상황 때 할 일입니다. 지금은 절망적 상황이 아닙니다. 군 간호 인력이 열악하다지만 1,000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관학교 60기 75명을 졸업식 당일 모두 대구로 파견한 조치의 이면에는 정책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앞뒤 사정을 잘 아는 선배 장교들이 순수한 사명감과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75명 막내 영웅들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고 안타까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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