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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靑 저능한 사고"…조연 아닌 주연된 김여정

지난 2019년 3월 2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여정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작심하고 청와대를 비난했다. 북한군 포병부대의 타격훈련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청와대가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을 두고 "경악을 표한다"며 비난한 것이다.

비난의 수위도 예사롭지 않았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적반하장의 극치"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등 노골적인 조롱의 수준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청와대에 대해, 사실상의 대남 특사 역할을 해 왔던 김여정이 맹비난을 퍼부음으로써 청와대에 충격을 안겨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여긴다며 비난한 데에서 보듯,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미국과 공조하지 말고 북한과 함께하라는 주문이다.

김여정은 다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비켜갔다. 수위를 조절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확대되기 전에 더 이상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말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북한 미사일
● 김여정의 달라진 위상, 독자적 정치 활동 확대

그런데, 김여정의 이번 담화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김여정의 달라진 위상이다. 김여정이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북한에서 막강한 위치에 있긴 하지만, 김여정 명의의 담화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인지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인지 아직 관측이 엇갈리지만, 어떤 위치에 있느냐를 떠나 단독으로 담화를 낼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김여정이 지난해 12월 '여성 군인들의 건강을 보살피라'는 지시를 군에 내리는가 하면, 올해 1월에는 조직지도부 간부들의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북 매체들을 통해서는 김여정이 독자적인 정치적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는 동향이 이미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 보좌 역할 탈피해 주연으로

김여정은 오빠인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보좌 역할을 맡아왔다. 김 위원장이 행사를 할 때 사전에 와서 준비를 하고, 김 위원장이 꽃다발을 받으면 옆에서 이를 건네받아 주며, 김 위원장이 합의서에 서명을 할 때 옆에서 펜을 준비해주는 식이었다. 화면에서도 가급적 주목받지 않기 위해, 주요 행사에서 김정은과 일부러 멀리 떨어져 걸어가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이러한 보좌 역할은 현송월에게 넘어갔다. 김여정이 조연의 역할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김여정 단독으로 담화를 내면서 확실한 주연의 자리에 올라서고 있음을 입증했다.
달리진 김여정 위상
● 김여정, 김정은의 잠재적 대안인가

김여정의 이러한 위상 상승을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잠재적 대안 마련의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 이를 대체할 인물로 김여정이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여동생인 김여정을 권력투쟁의 경쟁자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김여정의 위상 강화에 부담감을 가질 이유가 별로 없다.

김정일 위원장 집권기에도 여동생인 김경희가 노동당 경공업부장 등을 맡으며 권력 전면에 나섰지만, 김정은 집권기 김여정의 위상이나 활동은 김경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남매 집권이라는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김여정의 활동을 잠시 자제시키는 듯했던 김정은이 김여정을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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