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코로나19 확진자 반려견 '약한 양성'…"반려동물 감염 가능성 희박"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20.02.29 10:48 수정 2020.03.02 16: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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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외신보도였습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가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이 바이러스 검사에서 '약한 양성(weak positive)'을 보였다"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검사를 시행한 주체는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 격인 홍콩 농림수산환경부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홍콩 코로나19 확진자 반려견, '약한 양성' 판정,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사다만,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검사를 진행한 홍콩 당국을 인용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도 함께 전했습니다.

* "해당 반려견이 별다른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 "강아지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긴다는 증거는 없다."
* "반려견이 진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인지, 입이나 코에 바이러스가 단순히 묻은 것인지 추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 "WHO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반려동물과 사람 간 감염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기자이기 전에, 수의사로서 또 병의 원인과 발생과정 등을 따져보는 '병리학'을 전공한 연구자로, 저 역시 이 기사를 호기심을 갖고 흥미롭게 봤습니다. 과연, 이 반려견은 정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로서 이 강아지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볼 근거는 충분하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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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를 포함한 '바이러스 검사', 어떻게 이뤄지나?

바이러스 검사는 기본적으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고 불리는 검사 장비를 통해 이뤄집니다. 자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확보한 바이러스 유전자를 엄청 많이 복제해 수를 늘린 뒤 그것을 분석한다'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매우 심각하게 감염됐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바이러스 50마리에 감염됐다'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검사자는 바이러스가 최소 100마리는 돼야 '아, 바이러스에 감염됐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검사자는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몇 배나 더 많이 복제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50마리인 바이러스를 100마리로 만들려면, 산술적으로 '2배'만 늘리면 됩니다.

반대로, 이번에는 B라는 강아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B 강아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매우 약하게, 조금만 감염됐습니다. 숫자로 치자면 '바이러스가 2마리 정도' 몸에 들어온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검사는 바이러스가 100마리는 되어야지만 검사자는 '아, 바이러스에 감염됐구나'라고 알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2마리를 100마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경우는 '50배'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더 많이 복제해야 합니다. 이는 즉, PCR이란 장비를 훨씬 더 여러 번, 반복해서 돌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결론에 다다릅니다. "바이러스에 많이 감염되면, PCR이란 장비를 적게 돌려도 '감염됐다'라고 즉, 양성이라고 판정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코로나19 확진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면(양성), PCR이라는 장비를 적게 돌려도 원하는 만큼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감염되지 않았으면(음성), 훨씬 검사 장비를 더 여러 번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궁금증이 생깁니다. 대체 '양성'으로 판정하려면, PCR이란 장비를 구체적으로 '몇 번'을 돌려야 할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대개 실험자들은 '35번'을 기준점으로 잡는 편입니다. 즉 1번, 2번, 3번…34, 35번까지 PCR 장비를 돌려서, 이 안에 원하는 만큼의 유전자를 얻으면 '양성'이라고 판정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바이러스 양이 많다는, 감염이 강하게 이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PCR이란 장비를 36번 이상 더 많이 돌리고도 원하는 양의 바이러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한다면, 그렇다면 이것은 바이러스가 충분히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음성'으로 판정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언론 등을 통해 전해는 코로나19 검사 역시 이런 방식으로 확진 판정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세종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사진=연합뉴스)● 바이러스 검사의 오류 가능성

설명이 길었습니다. 다시 홍콩에서 코로나19 '약한 양성' 판정을 받은 반려견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강아지에게 내려진 판정은 '약한 양성'입니다. 양성이면 양성이지, 또 '약한 양성'은 대체 무엇인가? 앞서, "대개 PCR이란 장비를 35번 이내로 돌려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양성'으로 판정한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34번 돌렸을 때 혹은 33번 돌렸을 때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판정해야 할까요? 35번 이내이니 양성은 분명히 양성입니다. 그런데 뭔가 떨치기 어려운 찜찜함도 남습니다.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보니 검사자가 시원하게 "양성!"이라고 외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검사자들은 대개 이럴 때 '약한 양성'이라는 용어로 결론을 내립니다. 홍콩에서 코로나19 '약한 양성' 판정을 받은 반려견도 아마 이런 경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생깁니다. 바이러스 검사는 검사자의 주관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저도 과거 군 복무 시절, 군내 의학연구 부대인 국군 의학연구소라는 곳에서 이와 같은 바이러스 검사업무를 하며, 이런 경계선에 있는 수치가 나올 때마다 어떻게 판정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말해, 극히 작은 미생물인 바이러스를 검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과정입니다. 0 아니면 1, 단 2개 숫자로만 설명하는 '2진법 디지털'이 아니라, 숙련된 검사자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에 온 힘을 쏟아주시는 검사자 여러분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또 결정적으로, 사실 모든 검사가 그렇듯, 이 PCR이란 검사도 100%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특히,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그것도 유전자를 분리해 검사하는 것은 몹시 어렵고 복잡하며 또한 정교한 일입니다. 이는 '기계 특성 등으로 실험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동물을 진료하는 임상 수의사 학술모임인 한국수의임상포럼(KBVP)도 "99% 정확도를 보이는 검사도 100번 검사를 하면 1번은 거짓 양성을 보일 수 있고, 특히 이번 보도에 따르면 검사 결과가 약한 양성으로 나왔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즉, '약한 양성'은 양성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추가 검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어쨌든 그런 점에서 볼 때, 해당 반려견이 '약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이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렇게 해석해도 큰 무리는 아닐 거 같습니다.
포메라니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감염'인가, '오염'인가?…단순히 '묻었을' 가능성

그렇다면, 만약에 이 반려견이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약한 양성' 판정이 나오게 한 이 미량의 바이러스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요? 만약 바이러스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면 아예 당연히 음성이 나와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약한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것은 '어쨌든 바이러스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추론해볼 수 있는 가설 중 하나는 '단순한 접촉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바이러스가 묻은, 오염된 집안 환경에 반려견이 물리적으로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쉽게 말씀드리면, 어느 특정 지점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 있었는데, 개가 킁킁거리며 다니다가 코나 입에 바이러스가 '묻었을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당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기사에서도 "당국이 반려견이 바이러스가 묻은(오염된) 환경에 입이나 코를 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If this was a result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of its mouth and nose. Oral, nasal and rectal samples were collected for testing)"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홍콩 현지 언론인 빈과일보도 "아마도 개가 (주인 입) 주위를 핥아서 (개) 입과 코에 바이러스가 묻은 걸로 보인다(可能只是因狗隻周圍, 令口及鼻帶有病毒)"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지은 경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도(수생생물의학교실) "코로나19는 폐에 가장 심한 손상을 주지만 심장과 신장, 장 등 다른 여러 기관의 기능도 떨어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임상증상이 없다면, 정확한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개에게 물리적으로 묻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개 분변이나 혈액에서 추가로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해당 반려견이 코로나19 확진자인 주인을 핥았거나 혹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는 환경에 노출됐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개의 입과 코 주변에 바이러스가 묻었을 가능성도 있다."

● 몸 안에 들어왔지만 '감염'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경우

물론,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해당 반려견 몸 안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차원에서 더 근원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대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 이것의 정의는 무엇인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해 어떤 바이러스든, 상처가 난 부위의 점막을 통해 '물리적'으로 사람 혹은 동물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그렇게 몸 안으로 들어오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정작 세포 안으로까지 못 들어가고 밖에서만 머문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바이러스 입장에선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됩니다.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자기와 같은 유전자를 계속 복제하고 만들어 내야 합니다. 마치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이 자손을 낳아 종족을 보존해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바이러스는 얼마 못 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군인(면역세포)들에게 잡혀 얻어맞고 장렬히 전사하게 될 것입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북한에서 누군가 우리나라로 내려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① 북한 어부가 바다에서 고기를 잡다가 배가 고장 나 남한으로 떠내려온 경우
② 고도의 훈련을 받은 북한 남파간첩이 우리 군의 경계망을 뚫고 잠입한 경우


이렇게 2가지 경우 모두, 북한에서 누군가 내려왔다는 현상은 같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온 뒤에 일어나는 현상과 본질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1번 경우는 북으로 송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2번 경우는, 만약 간첩을 제때 잡지 못한다면, 이들은 국내 인사 포섭에 나서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감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단순히 반려견 몸 안으로 물리적으로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세포 깊숙이 잠입해 다른 세포들 포섭(?)에 나선 것인지,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염'을 의학적 관점에서 엄밀하게 따져보자면, 후자 즉 바이러스가 세포 안까지 들어와 증식에 성공한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약한 양성' 판정을 받은 반려견은 다행히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사 바이러스가 반려견 몸 안으로 들어갔다고 가정할지라도, 실제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증식하지는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진규 경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병리학교실)는 "물론 임상증상이 없다고 감염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해당 반려견이 상당 기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약한 양성' 판정을 받은 점과 제한적인 바이러스 샘플을 사용한 검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반려견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시청자 여러분께서 걱정하실 그런 단계의 '반려동물의 바이러스 감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코로나19 중국 반려견 마스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현재 반려동물 감염될 수 있거나 인수공통전염증 증거는 없다."

홍콩 농림수산환경국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도 "현재 반려동물이 감염될 수 있거나 인수공통 감염의 증거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세계동물기구(OIE) 역시 "현재 코로나19의 우세한 전염 경로는 인간에서 인간"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최성균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선임연구원(수의학박사)도 이번 반려견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례에 대해 "지금까지 자료를 볼 때,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동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라며 "어떤 검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검출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은 어떤지,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반려견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주어진 정보로 볼 때, "반려견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김현욱 한국수의임상포럼 회장도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이며, 현실적인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격리하거나 멀리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바이러스에 묻은 손 등으로 반려동물을 만질 경우, 반려동물이 건강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물리적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결국, 사람과 동물,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특히 손을 자주 또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다시 한번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최전방에서 온몸으로 맞서 싸우시는 의료인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고통 받으시는 모든 분께 심심한 위로와 힘내시라는 격려의 말씀 함께 올립니다. 저희 언론도 이 시련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헤쳐나가는데 공기(公器)로서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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