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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구 반대편에서 지도자 인생 꽃 피우고 있는 이범호

미국 플로리다 클리어워터에 위치한 스펙트럼필드. 필라델피아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 한국에서 온 새내기 코치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범호입니다.

이범호는 마이너리거 훈련에 참여하며 빅리그의 선진 육성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에는 산하 마이너리그 구단에서 코치로 일하면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예정입니다. 화려했던 현역 생활을 뒤로 하고 지도자로 새로 출발한 이범호를 플로리다에서 만나 근황을 들었습니다.

▶ 미국에 온 지 2주 정도 됐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새로운 문화, 새로운 팀에 와서 적응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미국에 들어온 지 2주 됐는데 어떻게 2주가 지났는지 모르겠네요."
필라델피아 마이너 훈련 모습
▶ 왜 필라델피아 구단을 선택했나요.
"내가 선택한 게 아니고, 나를 받아준 게 필리스 밖에 없었어요. 다른 구단들은 전부 연수기간이 짧았어요. 길어야 3개월 정도. 그러나 필리스는 저에게 1년을 제안했죠. 워낙 인기 있는 팀이고, 유명한 선수도 많아서 너무 좋았죠. 저는 지금도 구단 스태프에게 '나를 받아줘서 고맙다. 길게 연수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필리스 덕분에 이렇게 한다'고 얘기해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박찬호 선배님과 김현수 선수에요. 젊은 사람은 현수를 알고. 조금 오래된 사람들은 찬호 형 얘기를 해요. 두 분이 잘 해놓고 갔기 때문에 제가 이득을 보는 거 같아요. 누가 되지 않게 노력해야죠."

▶ 어떤 연수를 받는 지 궁금합니다.
"마이너리그 중 루키에서 싱글까지 여기서 다 하는 거 같아요. 저는 루키에서 싱글A 팀을 왔다 갔다 할 예정이에요. 여기는 타격, 수비 정해진 게 없어요. 타격 코치가 수비도 가르치고, 다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시스템이에요. 이제는 야구인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배팅볼도 던지기 시작했어요."

▶ 2주 정도 함께 해 본 소감이 어떤가요.
"자유로움이 느껴져요. 그러면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챙겨서 하려고 하고. 왜 해야 하는지 아는 것처럼 보이고요. 뭐라도 하나 더 얻으려고 연습을 더 많이 해요. 간절한 모습도 보이고, 그런 모습을 통해 '우리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구나'라고 느끼고 있어요."

▶ 영어 실력은 좀 늘었나요.
"통역 해주는 친구가 있지만 자꾸 영어를 쓰려고 노력해요. (류)현진이가 광고한 XX스쿨을 가지고 왔어요.(웃음)"

▶ 필라델피아 메이저 코치 승격 가능성도 있나요.
"아니요. 필리스 마이너는 상황이 다르더라고요. 메이저에 올라가서 경험할 기회는 없을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 캠프에서 메이저도 함께 하니까 찾아가서 보고 배우려고요. 이후에는 여기에서 10월 말까지 마이너리그가 진행되니까 코치로 일할 예정입니다. 메이저에 올라가고 안 올라가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여기서 루키, 싱글, 더블A 선수들을 볼 기회가 많으니 거기에 집중하려고요."

▶ 화려했던 현역 생활을 뒤로 하고 혼자 배우고 있는데 외롭진 않나요.
"이 외로운 것도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치는 외로운 직업 같아요. 외로울 때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걸 추구해야 하는지 여기서 느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현역 때는 시합하고 집에 가면 됐지만, 지금은 어떤 준비를 해야 집에 가는 선수들이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죠. 신체적으로 피곤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조금 피곤해요. 하지만, 내가 외로워야 나와 함께하는 선수들이 즐거울 수 있으니까. 그런 걸 느끼고 있어요."

▶ 리그 역대 최다 만루 홈런의 주인공 '꽃범호' 이곳 선수들은 이범호의 이런 커리어를 아나요?
"전혀 모르죠. 아직은 내가 누군지 모르고 그냥 한국에서 온 코치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조만간 실력을 보여줘야 하니 3루 수비 연습도 하고, 방망이도 치라고 할 거 같아요 몸 만들고 있어요.(웃음)"

필라델피아 스프링캠프
▶ 미국에서 이렇게 오래 시간 생활한 적 있나요.
"현역 시절 미국에서 캠프온 거 다 합치면 1년 정도 되겠는데요? 이제 집 얻어서 가구 좀 넣었고. 아이들은 학교 다니기 시작했어요. 가족들이 초반 적응에 힘들어 보였는데, 나는 즐거운 거 같아요. 이 좋은 야구장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미국 야구를 접해볼 수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겠어요. 이런 기회를 받았던 사람이 얼마 없기에 너무 행복하고. 조금 있으면 하퍼도 보고, 맥커친도 보고, 아리에타도 보고. 그 친구들과 보낼 시간도 충분하니 너무 행복한 생각이 드네요."

▶ 그런 슈퍼스타들과 함께 한다니 대단한데, 가까운 곳에 '절친한' 동생 류현진도 있죠.
"크~ (류)현진이 정말 보고 싶어요. 어릴 때 같이 고생하고, 김태균과 함께 시합하던 기억도 있고. 정말 가고 싶은데 아시겠지만 메이저리그 캠프는 쉬는 날이 없어요.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요.(웃음) 대한민국을 넘어 이제는 전세계 슈퍼스타가 됐는데, 그런 친구가 나를 만나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을 여기 마이너 선수들이 본다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곧 필리스와 토론토의 시범경기가 있는데 그때 꼭 만나려고요."

▶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요.
"이제 막 시작한 제가 벌써 '어떤 지도자가 되겠다' 이렇게 정의 내리는 건 어려운 거 같아요. 지금은 부딪혀 보고 싶어요. 선수들과 부딪혀 보고, 공부도 하고 그러면 '내가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겠다'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기서 코칭스태프 미팅을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여기 있는 우리는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모두가 가족이라고. 그러면서 한 명이라도 필리스의 가족으로 만들어 주는 게 여기 마이너에 있는 우리가 할 일이라고. 한 명의 선수라도 더블A에서 트리플A로, 트리플A에서 메이저로 보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 KIA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습니다.
"KIA에서 다 해줬죠.(웃음) 사장님과 단장님, 프런트 식구들이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사장님께서 '너 연수 보내자고 했더니 어떻게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죠. 많은 걸 주신 만큼 돌아가서 보답해야죠. 그러고보니 필리스 옷도 빨간색이네요. 돌아가면 타이거즈에 KIA라는 팀에 어떤 걸 해줄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할 거 같아요. 3월3일에 하루 휴식하는데 KIA 스프링캠프를 찾아가보려고요. 꼭 가봐야죠."

필라델피아 코치 이범호
▶ 1년 뒤 만날 KIA 팬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은퇴식에 많은 분께서 찾아주셔서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제 내년에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 코치로 돌아갈 텐데, 저처럼 멋있게 은퇴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열광할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되도록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올해 KIA는 감독님도 바뀌었는데, 더 높은 곳에 5강에 갔으면 좋겠네요.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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