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한국의 리원량'들은 보호받고 있을까

최정규 |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

SBS 뉴스

작성 2020.02.24 11:00 수정 2020.02.24 11: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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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 19. 그 위험성을 최초로 알린 사람은 중국 우한 중앙병원 안과의사였던 리원량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그 위험성을 알렸다는 이유로 공안에 끌려가 '유언버어를 퍼뜨려 대중을 현혹했다'는 취지의 훈계서 작성을 강요당했고, 훈계서를 쓰고서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지난 7일 자신이 위험성을 알린 바로 그 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코로나 19의 '내부고발자'로 평가받고 있다. 내부고발자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부의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이다. 영어로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 '휘슬'은 호루라기, '블로어'는 부는 사람, 즉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을 뜻한다. 내부고발자는 공동체를 위기에서 지켜내는 영웅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내부의 문제를 숨기려는 사람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져 고초를 당하기도 한다. 바로 중국의 리원량처럼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문제를 최초에 감지한 사람이 자유롭게 호루라기를 불고, 그 호루라기 소리에 경각심을 갖고 즉각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뛰어든다면 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걸림돌이 아니라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생겨난다.
 

1. 과연 우리 사회는 자유롭게 호루라기를 불 수 있는 곳일까?

2. 또 우리는 그 호루라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까?

 

내부고발의 또 다른 적은 '불감 사회'
학대받는 피해장애인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면서, 그 학대사실이 세상에 밝혀지는데 내부고발자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2년 전에도 경기도 이천의 장애인시설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시설에서 종사하는 사회복지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고발로 수사가 진행되었고 장애인시설 원장 등 관계자 3명이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는데,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은 이때부터 사회복지사 A씨를 '인권위 제보자'로 의심해 각종 불이익을 주기 시작했다. 법인이 생산하는 커피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자, 함께 일한 직원들은 제외하고 커피 생산 근로장애인을 보조하는 A씨에게만 시말서를 내게 했다. 또 커피 생산 업무를 맡았던 A씨를 스테이플러 작업장으로 배치해, 스테이플러 심을 2개씩 겹쳐서 상자에 넣는 단순 업무만을 하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회복지법인은 A씨에게 "복무규정 위반, 인사관리 규정 위반"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도록 했고, 출석통지서에는 "시설의 부당 대우를 받는다고 인권위에 전달한 적이 있고,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외부기관(인권위)에 전달해 기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명시했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등 여러 시민단체들이 징계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적하자, 문제의 법인은 인권위 관련 내용은 쏙 빼고 근무 태도 등을 문제 삼아 출석통지서를 재차 발송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복지법인에 A씨에 대한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한 불이익조치를 중지할 것을 권고하는 긴급구제결정(18긴급400)을 내린 뒤에야 징계절차는 중단되었지만, 불이익조치들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사회복지법인 관계자들을 공익신고자보호법위반으로 고발한 후 사직했다. 사회복지사 A씨는 그 과정에서 받은 여러 충격으로 아직까지 사회복지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받은 여러 불이익 중 "A씨의 의사에 반해 비선호 부서인 스테이플러 작업장으로 배치했다"는 사실만을 문제로 보고, 사회복지법인과 재활시설 원장 김 씨만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했다. 사회복지법인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여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법인과 원장에게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19고정 1)

공익신고자에게 온갖 보복을 행한 가해자에 대해 혐의 일부만을 문제로 보고 약식 기소한 검찰과 공익신고법 위반으로 고작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법원. "과연 우리 사회는 자유롭게 호루라기를 불 수 있는 곳일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걸 주저하게 된다.

돌아오지 못한 내부고발자, 가해자는 고작 벌금 200만 원
최근에는 "호루라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까?"하는 두번째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사건이 있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환자들에 대한 부당한 격리 및 강박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는데, 국가인권위원회 담당자가 민원을 제기한 간호사에게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그대로 종결처리한 것이다.

그 경위를 확인해 본 결과, 담당자는 피해자가 아닌 제3자 진정의 경우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진정을 각하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규정에 따라 병원에 전화를 걸어 피해자인 정신장애인과 통화를 하였고, 피해자가 그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해 사건을 종결처리했다고 한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피해자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문제가 된 정신병원은 2019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18진정 0615500)로부터 환자의 결리 및 강박조치와 관련하여 이미 권고를 받은 곳이기에 간호사의 내부고발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병원 측은 내부고발한 간호사를 즉시 병동에서 원무과로 전환배치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간호사는 다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이번에는 호루라기 소리에 제대로 반응할지 걱정이 앞선다.

용기 낸 내부고발자의 입을 막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내부고발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 내부고발자의 호루라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아무도 호루라기를 불지 않게 된다. 아무도 호루라기를 불지 않는 사회는 결국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직면해 우리는 내부고발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그 호루라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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